낮 12시 영도다리 도개를 관람하고 나면 출출해진 배를 채워야 한다. 많은 여행객은 맛집이 몰린 자갈치시장, 중앙동 쪽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다리를 건너 영도로 넘어가 보자. 자갈치시장 중앙동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소소한 맛집들이 즐비하다.
# 영선꼼장어·바다장어
- 야자숯으로 구운 오동통한 바닷장어 - 매콤양념 곰장어 싸게 실컷 먹을 수 있어
영선꼼장어·바다장어의 장어구이 요리.
대교동 영선꼼장어·바다장어 숯불구이(051-412-9290)는 곰장어와 바닷장어 구이·탕 요리를 취급한다. 바다 내음이 가득한 오동통한 장어와 매콤한 양념의 곰장어 요리는 영도를 여행한다면 빠질 수 없는 먹을거리다. 이 음식점은 5년간 포장마차를 했던 우성곤 대표가 그 경험을 살려 4년 전에 문을 연 곳이다. 이 집의 최대 강점은 저렴한 가격. 재료 분량에 따라 1만5000원(소)~3만 원(대)을 받는다. 장어탕도 1만5000원(소)~3만 원(대)이다.
우 대표는 "9년 전 포장마차 가격 그대로 받고 있다. 자갈치시장의 절반 가격이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싼 집이라고 봐도 된다"고 자랑했다. '착한 가격'이면 맛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장어 한 쌈을 입에 넣으면 말끔히 사라진다. 야자나무로 만든 숯인 야자숯불의 향이 밴 살점은 양념과 어우러져 고소하면서 달콤하고 매콤한 맛을 낸다. 우 대표는 "최상급의 고기를 통영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저렴하게 양질의 장어와 곰장어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남촌
- 채소로만 우려낸 담백한 육수 눈길 - 식초·과일로 만든 소스 미각 자극
남촌의 버섯샤부샤부.
샤부샤부 음식이 먹고 싶다면 남항동 남촌(051-415-3230)으로 가보자. 샤부샤부는 특별한 음식이지만, 집밥을 먹는 듯 편안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격도 8000원부터 출발해 저렴한 편이다. 무엇보다 샤부샤부 육수가 아주 담백하다. 육류나 멸치 등을 사용하지 않고 채소로만 육수를 냈기 때문이란다.
최옥희 대표는 "고기로 육수를 내면 샤부샤부 고기 기름이 더해져 느끼해질 수 있고, 멸치 등을 넣으면 고기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채소로만 국물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얼큰한 양념장이 풀어진(담백한 맛을 원한다면 양념장을 넣지 않아도 된다) 채소 육수를 팔팔 끓여 버섯 배추 쑥갓 미나리 청경채 등 각종 채소를 추가한 뒤 고기를 익혀 소스에 찍어 먹는다. 집밥 같은 느낌이 물씬한 건 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부터 각종 밑반찬을 집에서 직접 만들기 때문이다. 식초와 과일을 이용한 새콤달콤한 소스와 무 장아찌는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고기를 다 먹으면 남은 국물에 만두 수제비 떡국 우동 등 사리를 넣어 먹을 수 있고, 밥을 볶아먹을 수도 있다.
# 고을산채
- 조미료 안쓴 푸짐한 반찬의 산채정식 - 된장찌개 손님이 직접 끓여먹어 신선
고을산채의 산채정식.
봉래동 고을산채(051-417-4477)는 여행 도중 집밥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산채정식(7000원)은 이 일대 주민과 직장인이 가장 애용하는 메뉴다. 각종 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을 10여 가지의 반찬, 꽃게 된장찌개와 함께 먹을 수 있다. 푸짐하게 한 끼를 해결했다는 포만감이 드는 곳이다. 특이한 것은 된장찌개를 완성해서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냥 육수에 각종 채소와 된장을 넣어 손님상에 낸다. 손님들이 직접 된장을 풀어가며 된장찌개를 끓여 먹는 방식이다.
김선화 대표는 "음식물 재활용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고, 회전도 빨라 된장찌개를 완성하지 않고 내고 있는데 맛이 깔끔한 것 같다며 손님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모든 반찬은 당일 아침 직접 만들고 조미료도 쓰지 않는다. 자극적이지 않아서인지 외국인 손님들도 자주 찾는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물수건도 데워서 내는 등 고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산채정식 외에도 곱창전골, 주꾸미삼겹살볶음, 쇠고기버섯전골 등이 이 집의 인기 요리다.
# 부흥식당
- 제주에서 매일 공수 싱싱한 자리돔회 - 초장 대신 삭힌 된장으로 물회 양념 독특
부흥식당의 자리돔물회.
부산에서 제주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영도다. 제주 출신이 많아서인지 제주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영선동 부흥식당(051-417-0227)의 자리돔물회가 대표적이다. 제주 출신의 사장 부부가 30년 가까이 운영해오고 있는 이곳은 제주 정통의 맛을 보여준다.
부흥식당은 자리돔 갈치 등 식재료를 매일 제주도에서 공수해온다. 자리돔물회는 고소한 맛이 일품인 자리돔회에 오이 상추 등 여러 채소를 양념장에 비벼 쌈으로 먹기도 하고, 회덮밥처럼 밥을 비벼 먹을 수도 있다. 지금은 겨울이라 물회에 국물이 거의 없는 편인데, 여름에는 국물을 내 시원하게 먹도록 하고 있다. 물회 맛을 내는 양념도 여러 가지다. 테이블에 놓인 양념을 식초→설탕→된장→양념장 순으로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된다. 물회 양념으로 초장이 아닌 된장을 사용한다는 점도 독특하다.
고명순 대표는 "제주에서는 고추장보다 된장으로 주로 간을 한다. 회 요리이지만 초장 대신 제주 전통식으로 삭힌 된장을 양념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삭힌 된장은 짭조름하면서도 된장 특유의 고소한 맛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