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스페인여행을 집사람이랑 6박8일로 다녀왔다
8일간 소주없이 지낸다는것이 찜찜해서 출발하기 하루전날
집사람이 마트에 간다기에 소주350mm 펫트병을 5개만 사오라고 했다
그걸 큰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아침마다 여행을 출발할때는 그 소주 1병을
350mm 생수병에 옮겨 담아 배낭에 넣고 저녁 먹을때까지 메고 다닌다
솔직히 얘기 한다면 스페인 음식은 소주 안주로는 아주 안맞는다
야채 과일 오리브유 계통과 닭고기 돼지고기등도 가끔 찜 볶음 형태로 나오는데
그 향이나 양념이 전혀 입맛을 자극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나도 입맛이 독특하여 술의 종류는 안주나 분위기에 따라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니까
회나 삼겹살 갈비탕 닭볶음탕을 보면 소주가 땡기고 해물전 등에는 막걸리가 땡긴다
이번 여행의 술은 이미 소주로 정해져 있는데 안주가 안 맞는 것이다
1년전에 북유럽을 여행할때는 그런대로 소주 분위기가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가이드가 식사매뉴를 정할때 회나 한식을 많이 넣은거 같다
여행 3일째 저녁으로 기억하는데 한식집에서 닭볶음이 나온 것이다
된장찌게까지 곁들여 나왔으니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식탁위의 물컵에 옆에 있는 물병에서 생수를 1잔 따라 마른 목을 추기자
닭볶음을 주로하는 음식이 나오고 나는 배낭에 숨겨져있는 페트병을 자연스럽게 꺼내 빈 물잔에 부드럽게 따른다
딱 작은페트1병량이 물컵1잔을 딱 채운다
요즘은 소주가 16도 밖에 안되어서 그런지 소주 냄새도 안나고 옆사람은 아마 내가 물을 마시는줄 알았을 거다
혹시 소주인줄 알고 한잔 달라고 한들 줄 여유도 없고 알아도 모른척 했을 거다
집사람은 알고도 모른척 "맛있게 드슈" 하는 분위기로 주변사람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나는 닭볶음 한쪼가리에 물컵1모금으로 나만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나이가 칠순을 넘기면서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조금씩이나마 술을 즐기는 것이다
술의 량이나 마시는 횟수는 젊을 때의 1/3정도 밖에 안되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요즘 삶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