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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식용유를 회수하는 것은 쓰레기를 단순히 분리 배출하는 것에만 그 의미가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교토시의 폐식용유 정제시설인 남부 클린센터에 근무하는 야마다씨는 “폐식용유 사업은 쓰레기 분리배출을 넘어 기후보호,
대기개선, 자원순환의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넘어 자원의 순환이라는 대명제에서 비롯된 교토시의 폐식용유 바이오디젤화 사업.
교토시는 폐식용유를 활용한 바이오디젤유 제조 공장을 지난 2004년 직접 건립하고, 운영하면서 품질기준이 까다로운 유럽의
연료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시의 이 같은 노력은 연료 품질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폐식용유 바이오디젤유의 보급을 확대해 가는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협조와 이해를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교토시 바이오디젤 제조 시설
하루 5000ℓ(BD100-식물연료 100%), 연간 161만ℓ를 생산하는 교토시의 바이오디젤유 제조공장의 규모는 국내·외의
바이오디젤유 생산 공장에 비해 그 규모는 작은 편이다.
그러나 자동화 공정 구축으로 대부분의 배관을 스테인리스로 설치하거나 재처리 시스템을 도입한 최신식 설비로 운영
효율과 품질개선을 꾀했다.
특히 반응 촉매제인 메탄올 회수 시설을 설치해 비용이 많이 들어 일반적으로 1회 실시하는 메탄올 반응 공정을 추가
비용 없이 2회로 늘려 바이오디젤의 품질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 시설에서 근무하는 전체 인력은 모두 6명, 이중 3명은 운영요원이고 나머지는 연구 인력이다. 시설건립에는 중앙정부의
보조금 2억7만엔을 포함한 총 7억5000만엔이 소요됐다.
어마어마한 비용 투자에 놀라는 취재진에게 시설 관계자는 현재의 생산량만으로도 2014년 정도면 투자비용을
환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용 폐식용유 더 수거할 수 있다.
교토시의 일반가정에서 배출되는 15만ℓ, 식당과 학교 등에서 수거해오는 146만ℓ의 폐식용유로 만들어진 바이오디젤유는
쓰레기 수집차 220대( BD100), 시영버스 95대(BD20-식물연료 20%+경유 80%), 2대(BD100)의 연료로 사용된다.
이를 위해 시는 교토시내에 4곳의 주유시설을 갖췄다.
교토시의 전체 버스 대수는 1000여대, 이제 겨우 10% 수준이다. 왜 다른 민영 버스로 확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야마다씨는
“수거량이 늘어 생산이 늘면 가능하겠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지역 내 자원순환가능 범위 내에서만 이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다른 시군이나 기업을 통해서 사서 쓰진 않겠다는 말이다. 지산지소(그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의 원칙이 분명하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유휴지 활용이나 주변 농촌지역과의 연계를 통한 식물자원확보 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없어 보였다.
교토시는 아직도 수거가 가능한 폐식용유가 많다고 추정한다. 사업장 배출 수거량은 43%, 가정 배출 수거량은 10% 남짓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포스터나 전단지를 통한 시민 홍보를 강화하고 청소용구를 지원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1997년 6곳에 불과했던 수거 지점이 2007년 11월 기준 1600곳으로 늘어났다. 시는 향후 2000곳까지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2000만엔의 예산이 투입되는 용기 구입 및 수거, 관리는 공개 입찰을 거쳐 바이오디젤유를 생산하는 기업인 레보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 기업은 학생이나 시민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지원한다.
가리~다카르 랠리 완주한 교토시 바이오디젤유
전 F1 그랑프리 레이서 카타야마 사쿄씨는 세계를 향해 바이오디젤로 지구환경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날렸다. 교토시가
정제하고 항산화제를 첨가한 100% 바이오디젤유(BD100)로 파리~다카르 랠리를 완주한 것이다. 사막을 횡단해야 하는 최악의 주행 조건에도 불구하고 교토시의 바이오디젤유는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랠리의 완주는 시민들에게 교토시에서
생산하는 바이오디젤유의 신뢰도를 크게 높였고, 이 사업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회수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야마다씨는 “바이오디젤유 연료품질 개선의 과제는 장기보관이나 열에 대한 산화안전성의 확보, 겨울철 낮은 온도에서도 얼지
않게 하는 유동점 강하제의 개발”이라고 강조한다.
시는 식물첨가물의 비타민E(토코페롤)나 휘발유용 첨가제로 사용되는 페놀계 공업용 항산화제를 비롯해 바이오디젤유에
대한 경제성이나 연비를 더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첨가제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바이오디젤 보급 확대 터덕이는 한국, 뒤쫓는 일본
교토시는 이와 함께 가정에서 배출되는 음식쓰레기와 폐식용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한 바이오가스를 만든 후,
수소가스를 추출해 연료전지로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수소가스는 주로 화석연료에서 생성된다. 바이오가스를 원료로 하는 이 방법은 온실효과를 가져오는 가스 배출량을
삭감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교토시는 향후 5년 안에 실용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소 에너지 사업을 성장
동력산업으로 선정한 전라북도가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일반 경유에 5% 혼합이 가능하도록 바이오디젤 연료혼합 경유의 품질 기준 항목과 규제치를 담은
품질확보법을 개정했다.
이로 인해 일본도 BD5의 일반 주유소 판매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제도적인 정착이 빠르게 진행된 우리나라의
바이오디젤유 보급 사업은 터덕이고 있다.
지난 2006년 7월부터 시행된 BD5(식물연료 5%+경유 80%) 사용계획이 당초 취지와 달리 산자부가 정유사에 공급하는
물량을 9만㎘로 제한하면서, 5% 혼합이 아니라 실제로는 0.3~4% 혼합에 그치고 있다. 그야말로 첨가제 수준인 것이다.
교토시의 폐식용유 바이오디젤유 보급 사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하나의 작은 사례일 뿐이다. 하지만 교토시의 작은 실험이
도시를 바꾸고 있다. CO2 배출량 감소는 물론 음식물쓰레기 발생량도 15% 정도 줄었다는 것이 교토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폐식용유 자원순환은 살아있는 환경교육의 장으로, 지역주민들의 소통의 공간이다. 교토 시민들은 교토의정서에 걸맞은
‘교토다움’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정현(NGO객원기자단 전북환경연합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