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백두대간 13차 구간(큰재~신의터재)산행.

[민경남]

산행일시 : 5월 18일(일) 03:20분~12:22분(총 9시간 02분)

산행구간 : 큰재-회룡재-개터재-백학산-지기재-신의터재(약 23㎞)

진입 : 큰재(경상북도 상주시)

탈출 : 신의터재(경상북도 상주시)

날씨 : 따뜻한 봄 날씨지만 산행하기엔 다소 더운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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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지만 서늘한 날씨,이슬이 풀잎에 조용히 내려앉은 어두운 새벽...

지리산 하동부터 시작된 백두대간 산행은 만 1년이 넘어서고 있었다.아직도 넘어야 할 산과 고개가 더 많긴 하지만,어느정도 북진을 하다보니 일행을 태우고 달리는 버스구간은 그 만큼 짧아졌다.

동이 튼다고 하기에도 뭣한 시간에 큰재에 도착했다.차장 밖은 시골의 장날 처럼 시끄럽고 부산스럽다.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한 무리의 백두대간 팀이 있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헤드렌턴을 차고 스틱을 조절하며 인원체크를 마지막으로 수풀 우거진 좁은 산행코스를  접어 들기 시작했다.우리 일행이 그 뒤를 붙자,어느새 70여명으로  불어난 새벽 숲길은 환하게 길을 열고 있었다. 말을 아끼며 스틱을 찍고,머리위에서 불을 번쩍이며 걸어가는 일행의 뒷 모습은 비트를 파기위해 산으로 향하는 공비들의 모습처럼 의미심장하게 보인다.느닷없이 닥친 일행의 발걸음에 놀란  마을은 잔뜩흐린 날씨처럼 낮고 조용했으며,동네 강아지들만이 텃세 부리듯 일제히 '컹컹'대며 점령되어 버린 숲길을 지켜내고 있었다.

먼저 출발한 대간팀은 올해 1월에 시작해서 내년 3월이면 대간종주를 마친다고 한다.한달에 두번씩 대간산행을 하니 그럴만도 했다.우리는 한달에 한번이라 2010년 가을에나 끝날테지...

더위가 시작되면서 어둠은 짧아지기 시작했다.두시간도 채 걷지 않아 어둠은 끝자락에 있었고,우리는 어둠을 몰아내고 있는 동녁의 서늘한 날씨와 신작로 같이 넓고 편한 산길을 달리듯 걸었다.그러다 보니 산행시간은 지도에 표시된 시간 보다 1시간이 빨라지고 있었다.  13차 구간은 약간의 치고 올라가는 언덕도 있었지만 언덕은 짧았고 평지는 길었다.이번 구간은 '개'가 들어가는 고개이름이  많았다..'개터재,개머리재'..고개의 어원은 잘 모르지만,어째 음산한 이름이 아닐 수 없었다.

어둠속에서도 랜턴에 비친 숲길의 은방울 꽃,둥굴레 차밭은 부지런한 농부의 손에서 아름답게 키워지고 있었다.줄곧 도심에 살았던 내게는 꽃과 풀잎의 이름을 실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자연학습이 아닐  수 없었다.나는 동행안 형님,누님들이 꽃 이름을 알려줄 때마다 멈춰서서 연신 사진기를 눌러댔다.

이번구간의 최고봉은 백학산으로 615미터의 낮은 산이었다.

아무리 낮은 산과 고개라도 백두대간 구간은 언제나 힘에 부친다.수십키로 산행이다 보니  뒤를 돌아봐도 걸어온 능선과 봉우리는 보이지 않았고, 보부상 처럼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걸음을 멈출 수 있는 고행의 산행이기 때문이다.

백학산 지나  점심을 먹었다.새벽 3시에 아침을 먹었으니 아침 9시도 안돼 먹는 식사는 점심이 분명하다. 백학산 아래는 너른 임도가 있었다. 4월 봄날부터 일행의 배낭속 물건은 다양했다. 장비가 그랬고,간식이 그랬다. 저번달 부터 양푼을 배낭속에 넣고 다니신다는 분이 산에서 딴 나물을 양푼에 쌓아놓고 일행들의 밥과 섞는다. 그러곤 약을 타듯 고추장에 양념을 뿌린 양푼에 손으로 비벼 낸  산채 밥은 정말이지 맛이 있었다.소낙비가 내려,빗물에 비빔밥을 말기도 했었지만, 그 맛은 정말이지 일품이었다.

임도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자 어느새 비는 멈췄다.

우비를 벗고 몇 시간째 이어지는 고개와 능선을 걸으니 편했지만 다소 지루함도 있었다. 그럴만도 한것이 구간의 표시판은 재와  마을 이름이 아닌 '백두대간 등산로'라는 스치로폴에 글씨만 붙인 멋없고 답답한 표시판만 계속 되었기 때문이었다. 표시판은 바람에,사람들의 손찌검에 갈라지고 깨져 있었다.아무래도 손을 좀 봐야 할 듯 싶다..

고개를 지나 마을에 들어서자 고랭지 채소가 하늘을 향해 파란 잎을 벌리고 있었고,모내기를 위해 집을 나온 가족들의 움직임이 바쁘다.비록 농기계가 모를 심고,가족 몇명이 모내기를 돕고 있는 풍경이지만,그 모습은 잘 채색된 수채화 처럼 소담스런  들녁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산행 다섯시간이 지났음에도,이른 새벽이라 사람들도 없고,길가에 차들도 졸음에 덜 깬듯 이슬을 맞고 

멈춰있었다.아스팔트,시골은 참으로 조용하다.숲길 곳곳에는 묘지들이 많았지만,자손이 돌보지 않은 봉분에는 소나무와 아카시아 나무가  뿌리를 내린채 흉물스럽게 서있었다.

이번 구간은 5월 이라  예쁜 꽃들이 많았고,낮은 구릉과 마을을 건너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우리 일행과 먼저 출발한 대간 팀들은 '신의터재.에서 무사산행 완주의  부라보를 외치고 있었다.

1)산행시작(03:20)

2)개터재에서(05:08)

3)윗 왕실재 가는길(05:45)

4)윗 왕실재(06:26)

5)백학산 도착(07:33)

6)점심(08:50)

7)개머리재 가는길(09:15)

8)개머리재(09:42)

9)지기재(10:39)

10)시골풍경(10:50)

11)하산길(12:05)

12)하산완료(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