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봄나물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춘분’이 지났지만 덩달아 꽃샘추위도 기승을 부립니다. 하지만 식탁 위엔 벌써 봄소식이 가득한데요. 입맛 돋우고 기운 살리는 ‘봄의 전령사’ 봄나물, 오늘은 그 이름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약초에 버금가는 봄동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봄동은 보통 추운 겨울부터 재배되기 때문에 일반 배추와 달리 잎이 옆으로 퍼져 자라는데요. 잎이 땅바닥에 붙어 자란다고 해 일부 지방에서는 ‘납작배추’ ‘납딱배추’ ‘딱갈배추’ 등으로도 불립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봄동은 봄똥으로 발음되는데요. 이를 두고 일부에선 ‘똥’이라는 말이 소똥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합니다. 땅에 붙어 자라는 봄동 모양이 봄 들녘에 흩어진 소똥을 연상시키기 때문인데요. 그렇지만 사람이 먹는 음식이니 봄똥이 아닌 봄동으로 쓰게 됐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런 봄동은 비타민A와 칼륨, 칼슘, 인 등이 풍부해 빈혈을 없애고 간장 기능을 도와 동맥경화를 예방한다고 합니다. 발음과 달리 약초에 버금가는 귀한 채소네요.
‘보물 나물’ 곰취 곰의 발바닥처럼 둥글게 생긴 곰취는 그 이름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요. 먼저 곰취는 한자로 웅소(熊蔬), 즉 ‘곰이 좋아하는 채소’라는 뜻입니다. 또 ‘곰이 살 정도로 깊은 산속에서만 자라는 나물’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도 합니다. 잎의 모양이 말발굽과 비슷해 ‘말 마(馬)’ ‘굽 제(蹄)’ ‘잎 엽(葉)’을 써 ‘마제엽’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곰취는 의외의 꽃말을 갖고 있는데요. 바로 ‘보물’입니다. 이는 곰취가 쓰임새가 매우 귀하고 ‘산나물의 제왕’으로 불릴 만큼 맛과 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붙은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 냉이 봄나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냉이는 지역에 따라 ‘난생이’ ‘나생이’ ‘나새이’ 등으로 불리고 한자로는 ‘냉이 제(薺)’ ‘나물 채(菜)’를 써 ‘제채’라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냉이는 영어로 ‘a shepherd's purse(양치기 주머니)’ 혹은 ‘a mother's heart(어머니의 마음)’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냉이 모양 때문입니다. 먼저 ‘양치기 주머니’는 냉이의 삼각형 모양 꽃잎이 과거 양치기들이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돈주머니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고요. ‘어머니의 마음’은 냉이가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새의 날개처럼 감싸는 잎의 모습이 자식을 품는 어머니의 마음과 닮았기 때문인데요. 냉이 꽃말이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인 것을 보면 어머니의 마음이란 뜻을 가진 냉이의 이름과 꽃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사나운 마늘’ 달래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어릴 적 자주 흥얼거리던 동요 <맴맴>의 가사를 보면 고추와 비견될 만큼 달래가 매콤하고 쌉싸래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달래의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으나 ‘들에서 나는 작은 마늘’이라고 부르던 데서 변화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한자로는 소산(小蒜) 야산(野蒜) 산산(山蒜)으로 부르는데 각각 작은 마늘, 들 마늘, 산 마늘을 뜻하고요. 달래의 영문명은 ‘wild rocambole’로 ‘사나운 마늘’이란 뜻인데요. 이 같은 달래의 매운 알리신 성분은 원기 회복에 도움을 주고 특히 철분을 많이 함유해 식욕부진이나 춘곤증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효자 중 효자’ 유채 ‘유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따듯한 봄에 제주도 들판을 온통 노랗게 물들인 유채꽃의 아름다운 물결인데요. 유채(油菜)는 이름 그대로 ‘기름나물’이라는 뜻입니다. 제주도에 유채꽃이 많은 이유도 유채가 기름을 내기 때문인데요. 바닷바람이 심하게 부는 제주도에서는 참깨 농사를 짓기 어려워 기름을 구하기가 힘들었는데요. 그때 유채에서 짠 기름이 귀한 역할을 해줬습니다. 태풍이 몰아치기 전에 재배가 가능해 많이 심었던 유채가 봄이면 제주도를 노랗게 물들이는 지금의 유채꽃 물결을 만든 것인데요. 어린잎은 나물로 먹고 열매는 기름으로 활용되고 꽃은 들판을 노란 봄빛으로 가득 채우며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상품이 되니 유채야말로 효자 중 효자 식물이 아닐까 합니다. 겨울철 움츠러든 탓에 식욕이 당기지 않는다면 이번 주말 향긋한 제철나물 어떤가요? 나물 먹고 입맛 찾고 건강 얻고 ‘일석삼조’일 텐데요. 향긋한 봄 온몸으로 느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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