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맘마미아!2
김익하
내 기억에 남아있는 혹독한 더위는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여름 혹서다. 단독주택에서 살던 때였고, 에어컨 바람을 오래 맞는 게 싫어 해지면 옥상을 물로 식혀내고 그곳에서 모기장을 치고 잔적도 더러 있었다. 서울 밤하늘이라 별빛이 없어 운치와는 거리가 먼, 마지못한 옹색한 피서였다.
그러나 올해 그 기록을 갈아치웠다. 38.5℃로 정점을 찍은 낮 기온은 36℃ 부근에서 꿈쩍 않고 스무여 일이나 열대야 현상으로 밤잠마저 설치게 하여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혼미하게 했다. 인축은 물론 초목마저 연일 내리쬐는 불볕에 생기를 잃고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내 체질은 추위에는 그런대로 견뎌내는데, 무더위에는 풋열무처럼 쉬이 무른다. 더위와 싸우고자 별짓 다 해 본다. 수시로 몸에다 물(그도 미지근한)을 끼얹으며, 속을 차게 하려고 얼음조각이 씹히는 냉면이나 물회를 찾는가 하면,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더위에서 달아나려 해도 이놈은 찰거머리처럼 악착같이 달라붙어 온전하게 탈출할 수가 없다. 온전함이란 육체와 정신이 모두 시원함을 이르는데 어느 한쪽이 늘 미흡하여 끈적거림이 남아있다.
그런데 목동 CGV상영관에서 개봉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2’를 만났다.

맘마미아(Mamma Mia)의 어원은 이탈리아어로 놀라움이나 괴로움을 나타내는 감탄사 ‘어머나 세상에!’ 그런 뜻인데, 뮤지컬 영화 원제는 ‘Mamma Mia: Here We Go Again’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바람기 많았던 엄마(메릴 스트립)의 모든 것이 담긴 호텔 재개장을 준비하며 홀로서기를 결심한 딸(아만다 사이프리드). 사실 그녀는 세 아버지(?)인 샘(피어스 브로스넌), 해리(콜린 퍼스), 빌(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수상쩍은 딸이다. 호텔 리오픈 파티에 어머니의 친구 타나(크리스틴 바란스키)와 로지(줄리 월터스)와 세 아버지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한편 그녀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숨겨진 찬란했던 추억과 비밀을 알게 된다. 결론은 해피앤드로 끝나지만, 스토리 측면에서 평가하면 조금 윤리적으로 진부하여 식상할 수도 있는 소재다.

그러나 뮤지컬 영화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연출, 배경과 음악,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이 뮤지컬 영화의 감독은 올 파커다. 배경은 그리스의 아름다운 해변으로 경쾌한 음악을 타고 푸르게 시선을 사로잡아 여름 제 철 영상이다. 음악은 우리 세대에도 귀에 많이 익은 ABBA의 명곡들이다. 처음 불러 지는 ‘When I Kissed The Teacher(내가 선생님에게 키스했을 때)’의 경쾌한 서막으로 열아홉 곡이 몸을 들썩이게 하는데 마지막 ‘Lay All Your Love On Me’까지에 이르면 육체나 정신에서 더위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다. 특히 ‘워러루∼ 워러루∽ 워워워워∼’하는 ‘Waterloo’, ‘안단테∼ 안단테∼’하는 ‘Andante, Andante’와 ‘Mamma mia’는 극장 밖으로 나섰어도 혀끝에 곡 토막이 거듭 걸려 기운을 싱그럽게 했다.
또한, 나름대로 독특한 음색을 구사하며 열연한 배우들. 아만다 사이프리드, 메릴 스트립, 줄리 월터스와 크리스틴 바란스키, 그리고 젊은 도나 역의 릴리 제임스마저 그들의 가창력과 연기력에 손색이 없었다. 호러영화나 스릴러보다 더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하여 더위를 몰아낸다. 곳곳의 웅장한 무대 배경 제약 때문에 국내 뮤지컬 무대에서 동격의 감동은 불가할 것같다.
2018년도작 미국 뮤지컬 영화, 1억 달러 돌파의 저력을 실감하듯 흥겨운 음악과 화려한 춤으로 런링타임 114분이 금시 간다. 폭염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그런 뮤지컬 영화다.
첫댓글 아마 아바의 마지막 팬 세대가 저희들 아닌가 생각됩니다... 79년 80년 81년... 바빌론 강가에 앉아서 그대를 생각한다
워털루, 안단테 모든 그리운 노래들입니다... 그 시절 팝송을 많이 아는 것 = 유식 으로 통하던 시절이라 더 많이는 알지 못하였지만 아바의 노래는 누구나 흥얼거리고 다녔지요. 그 시절의 최고 팝송은 음악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추었다는 이글스의 호텔켈리포니아, 유럽에서는 3류 그룹인데 유독 한국에서만 인기 있다는 스모키 - 리빙 넥스트 도어 투 엘리스, 아윌 밋유 엣 미드나이트... 아마 동양적 서정과 애조띤 맬로디 때문일 것입니다. 몇년전 내한 공연을 하여 중년들의 추억을 소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때 생각이 나요. 아바 그룹은 '바빌론 강가에서'를 부른 보니 엠 그룹과 같이 1970대 후반에 우리 귀를 즐겁게해주었지요.
바빌론 강가를 아바 노래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을 정정해 주시니 보니엠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당시 꽤 많은 청소년들이 밤에 듣던 별밤이라는 프로를 감상적 소녀 취향이라고 생각하고 웃기지도 않는 사생활을 편지로 써 디제이가 읽어 주면 환장하는 애들을 싫어 했는데
주제 음악이 고흐의 창작지 남프랑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ㅡ 그 유명한 명화를 비틀즈가 노래로 만들어 고흐에게 헌정한 것을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되어, 별밤이라는 프로를 무조건 폄하한 것을 반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