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정규수업시간에 NIE 공부하는 금성초교
주1회 국어시간에 NIE 사고력·창의력 '쑥쑥' 명품학교 만들기 나서
20일 오후 1시 20분,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금성초등학교(교장 윤옥영). 5교시 수업 시작 종이 울려 퍼지자, 4학년 슬기반 학생 30명은 일제히 교과서를 집어넣고 각자 준비해 온 신문을 꺼내 들었다.
"선생님, 오늘은 뭐 해요?"
소진권(53) 교사는 칠판에 '학습주제: 결과를 생각해 보아요'라고 적었다.
"신문에서 사진을 찾고 그 다음 이야기를 상상해 적어보는 거예요."
소진권 교사는 미리 준비해 온 종이를 한 장씩 나눠줬다. 'NIE 창의력 논술'이란 제목 아래 사진을 찾아 붙일 수 있는 빈 칸 4개와 각자 상상한 결과들을 쓸 수 있는 밑줄 2줄이 그어져 있었다.
민영이는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골프 선수 사진을 붙이고 "그래도 선수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일등을 하였다"고 썼고, 예린이는 '술시식회' 사진을 고르고 "어른들이 색다른 맛의 술을 많이 추천하자 어린이들이 먹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술이 나왔다"고 적었다. 하원이가 로봇물고기 사진 밑에 "로봇 물고기가 바다에서 오염된 물을 해결하여 깨끗한 물이 되었다"고 하자 옆의 한 친구가 "오~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며 맞장구를 쳤다.
아이들의 입에서 '창의력' '비판력'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서 뜻을 제대로 알고 쓰는 것인지 궁금했다. "창의력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창의적인 답'들을 줄줄 대기 시작했다. "특별히 기발한 아이디어요"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훌륭한 거요" "자신만의 큰 생각요"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것처럼 발명의 뒷받침이 되는 것"…. '비판적 사고력'에 대해선 성유진 학생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똑 부러지게 설명했다.
4학년 슬기반에서만 신문활용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금성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 728명이 모두 정규 수업 시간에 주1회씩 NIE를 한다. 일주일에 국어과목 6시간 중 1시간을 교과서 대신 신문으로 수업하는 것이다. 윤옥영(尹沃榮) 교장은 올해 3월부터 'NIE 혁신 방안'을 모든 학년, 학급 전체에 도입해 '명품학교 만들기 프로젝트'의 한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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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 오후 금성초등학교 4학년 슬기반 학생들이 소진권 교사의 지도로‘사진을 원인으로 한 결과 상상해 쓰기’를 하고 있다. 학 생들은 창의력이란“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것처럼 발명의 뒷받침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진지하게 수업에 임했다./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금성초등학교는 원어민 없이 담임교사가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지도하는 'News & Talk', 수준별 이머전 수업(수학·과학·사회를 영어로 가르치는 수업), 수학·영어 영재반, '국제반' 운영, 한자교육, 암송학습, 소질적성교육 등의 특색교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립학교다. 윤옥영 교장은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최선의 교육법을 적용해보자는 생각에서 NIE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개별 교사별로 NIE 연구가 이뤄지던 것을 올해부터는 윤 교장의 지원 아래 학교 전체로 확산한 것이다. 이 학교에서 NIE를 처음 시작한 소진권 교사 중심의 연구팀은 올해 서울시동부교육청으로부터 '2009학년도 교육방법혁신 연구팀'으로 선정되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소진권 교사는 "실제로 학생들의 사고력이나 글쓰기 실력이 느는 것을 보고 학부모들도 적극 원하고 있다"고 '전교생 NIE 실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다. 성유진 학생은 "인터넷은 원하는 것만 목표로 검색하지만 신문은 이리저리 살피다 보면 뜻하지 않게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해낼 수 있어서 좋다"고 신문 활용의 장점을 말했다. 이준환 학생은 "뇌가 불편한 사람이 시각장애인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신문에서 봐서 알았다"며 "교과서만 보면 이런 것 잘 몰라요" 하고 NIE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슬기반의 NIE 수업은 발표와 토론으로 끝이 났다. 선생님이 실물(實物)화상기에 학생들의 수업 결과물을 비춰 보여주면 다른 아이들은 의견을 말했다. 선생님은 거의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신문을 통해 초등학생들의 상상력을 마음껏 자극하는 '새로운 교육'이 시도되고 있었다.
금성초등학교 전교생이 NIE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교사들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윤옥영 교장의 지원하에 이른바 '금성 NIE 4인방' 즉 소진권·권태경·주재철·지윤경 교사가 뭉친 것이다.
교무부장으로 4학년을 맡고 있는 소진권(53) 교사는 "생각이 말랑말랑할 때 꺼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문이 최고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소진권 교사를 중심으로 4학년 담임의 권태경(32) 교사, 5학년의 주재철(30) 교사, 3학년의 지윤경(27) 교사는 지난해 '교육방법혁신연구팀'을 준비해 올해 초 서울시동부교육청에 '신문 자료의 교육적 활용을 통한 창의력 신장'이란 제목의 연구계획서를 제출, '2009학년도 교육방법혁신연구팀'으로 선정된 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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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성초 전교생 NIE 수업’의 주역인‘금성 NIE 교사 4인방’이 직접 만든 일일 학습 지‘NIE 창의력 논술’위에 학생들이 활동한 결과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소 진권 교무부장·권태경·지윤경·주재철 교사./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NIE 4인방'은 1년간의 교과 과정을 계획하고 학년별로 담당 교사를 배정해 지도 방안을 논의했다. 학년별로 학습 주제를 선정하고 학습지를 만드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수업 자료는 자세한 수업 진행방식과 함께 다른 담임교사들에게 전달, 전교생이 제대로 된 NIE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중심 축의 역할을 한다.
이들 교사 4명은 모두 외부의 전문기관으로부터 NIE 교원 연수를 받았다. "전문적으로 교수법을 배워 적용해야 제대로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들을 위해서도 연초에 두 차례 연수를 실시해 23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했다. 학교장, 학부모 그리고 '금성 NIE 4인방'이 뭉친 목적은 하나다. "'무한한 논술 소재'인 신문을 활용해 학생 수준별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이 이 학교 NIE의 기본 방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