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초반에 자정 능력을 잃어가는 지구와,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자립률이 낮은 우리나라 이야기를 듣고는 암담했어요. 코스타리카라는 국가는 이미 재생에너지 자립률 99%를 이뤘다는데, 그 뒤에는 군대 없는 나라라는 점이 한몫해 이런 논의에 마음 모으기 더 쉬웠겠구나 씁쓸했지요. 반면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석탄발전 투자를 놓지 못하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쉽지 않겠고요...생각을 바꾸는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바꾼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재생에너지가 생산하는 폐기물, 관리에 들어가는 또 다른 에너지, 그리고 거대자본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 움직이는 방식은 화석연료 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덜 쓰는 게 낫다고 하셨지요. 처음엔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아무리 적게 써도 그 에너지조차 화석연료에 의존해야만 한다는 이유 모를 패배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강의 후반에 나온 흙의 탄소저장 능력과 그래서 도시에 흙이 많아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답답했던 마음이 누그러졌던 것 같아요. 핵심은 탄소가 아니라 순환에 있구나 싶어요. 순환이 막힌 양식을 성찰하고, 순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속도 설정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임을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강의에서 기억에 남는 건 이야기 나눠주신 원님이 그동안 정리해오신 생각들 아닐까 싶어요. 한창 떠오르는 풍력발전 분야에서 일하면서 나름 자부심도 느끼실 법한데 그보다는 정부나 기업이 해줄 수 없는, 내 삶을 진정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을 치열하게 정리해서 풀어주신 듯해서 인상 깊었어요. 일터에서 늘 최선을 다하지만, 한계를 알고 일하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다고도 하셨지요. 설령 지구 평균온도가 2도 상승한다고 해도 그 이후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빠르고 규모 있는 방법보다 지속가능한 방법이 중요함을 설명하셨고요. 으레 놓치기 쉬운 부분을 짚어서 다시 들여다보고,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고민해왔을 시간을 통째로 엿본 것 같아 힘이 됐습니다. 그게 창조인 것 같아요. 저도 기사로 압박하고 견제하는 일(이 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놓지 않되, 길고 넓게 전환을 그려봐야겠어요. 우리집 에너지 사용량 현황부터 살펴봐야겠고요 :)
첫댓글 배움과 삶도 순환해서 나를 추동하듯 내 삶의 여러 장에서 순환하는 삶 살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