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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꽃 필 즈음]
잎사귀마다 하늘 바라며 온갖 째를 다 부리네요,
여름이 왔다구요.
한적한 마을길을 지나는데
차를 몇 번 세웠는지 모릅니다.
움직이지 못하니 서서 愛願할 수 밖에 없는
뿌리내리고 있는 초록쟁이들.
넓어지고 또한 들판가득 채워버린
나뭇 잎, 그리고 풀잎 만큼이나
나 하나 설 자리는 많이도 줄어들었습니다.
애기똥풀 하나 담는데
논둑길을 제법 살살 걸었습니다.
참, 같이 살면서도
함부로 대한 줄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해줘야겠습니다.
한 하늘아래 너랑 같이 살게되어
참으로 기쁘다고 말입니다.
어느새 데워진 같잖은 여름의 호흡이나마
호-하고 나눠주어야겠습니다.
이런, 시골 마을 길 옆 쪽밭에
감자 꽃도 깜짝 올라왔습니다.
<2003.5.22>
[물가 풍경]
아스팔트 길이 지루해졌습니다.
가끔씩 시골길 흙먼지나 뒤집어쓰러
뒤틀린 도로를 달려야겠습니다.
사춘기,
큰 불도저가 긁고 지나간 통학로길,
울퉁 불퉁 자전거로 달리다 꼬꾸라지면
눈이 벌겋도록 원망도 했지만
흙냄새, 해묵은 거름냄새 풀풀 풍기는 그런 길이
이제는 그립습니다.
퇴근길,
차창 밖으로 코만 벌름거리며
그렇게 비슷한 시골길을 해찰하고 온 까닭이지요.
그 길가,
수원지 옆에서 바람이랑 놀고있는 들풀을
잔잔한 물 속에 살짝
담그고 왔습니다.
*화심에서 신리쪽으로 가는 길,
수원지 옆에서 담아온 사진입니다.
카메라 솜씨가 다소 맘에 들진 않지만
참으로 좋은 풍경입니다*
<2003.5.22>
[ 혼자 놀기]
하루에 두 번
얼굴에 칼을 댄다.
만일 칼 닿는 면적이 손바닥 두 개로 가리워지는 부분만 친다면
얼추 가로 7센티, 세로 13센티.
곱하면 91 제곱센티미터, 끝자리 털고 90제곱센티미터!
손바닥이 두 개이므로 180제곱센티미터.
1제곱센티미터당 모근이 20개라 하고(설령 더 될지라도),
아침, 저녁에 잘려 나가는 수염의 길이를
모근 당 1밀리미터라하면,
3,600밀리미터,
오호, 360센티미터가 잘려나가는 셈이다.(이건 아닌데...)
일년이면 365 곱하기 360 !
131,400센티미터, 131,400센티미터가
세면대 물줄기를 타고
코리올리의 힘으로
소용돌이치듯 빨려나간다.
군복무를 마치고 난 후부터
면도를 두 번씩 하기 시작했으므로
혹시 생략한 기간을 고려하여 떨고
10년으로 계산한다 하더라도
나는 지금껏
1,314,000센티미터,
13,140미터,
14킬로미터의 수염을 깎아내었다.
참, 할 일도 없다.
하지만 그것도 내 분신이다.
14 킬로미터 !
손바닥이 다소 크게 계산되었으므로
반으로 줄인다 할지라도 7킬로미터이다.
그럼 이발소와 미장원에 버려진 내 분신들은.
<2003.5.24>
[연탄길 (3) ]
하나, 아버지의 사랑은 등대같은 것이다. 밝은 낮에는 태연한 척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가, 어두운 밤만 되면 깜박깜박 제 몸을 밝히는 등대와도 같은 게 우리들의 아버지이다. 아버지들의 침묵속에는 사랑한다는 말이 담겨 있다.
둘, 뜨거워진 난로 위의 주전자는 난로와 함께 뜨거워진다. 우정도, 사랑도 마찬가지다.
셋,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게 훨씬 더 많다.
넷, 들꽃은 아무 곳에나 피어나지만, 아무렇게나 살아가지 않는다.
다섯,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인간의 사랑이다.
여섯,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우리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처조차 가슴으로 끌어 안을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다.
일곱, 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건, 작고 초라한 불빛들이다.
여덟, 멸치 머리가 멸치 얼굴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너도 옳고 나도 옳고 모두가 다 옳을 때도 있다.
아홉, 말로만 사랑을 가르치면, 말로만 사랑하게 된다.
열, 강물 위에 새의 그림자가 날고 있다고, 새가 강물 속을 헤엄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눈으로만 볼 수 없는 게 너무도 많다.
열 하나, 사랑을 받는다는 건 사랑을 주겠다는 약속이다.
열 둘, 나팔꽃이 피어 있는 곳에서는 누가 따로 씨를 뿌리지 않아도 그 이듬해에 나팔꽃이 피어난다. 사랑은 반드시 사랑으로 다시 피어난다.
열 셋, 아픔을 통해서도 우리는 사랑할 수 있다.
열 넷, 사람들을 무조건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 중에는 고마운 분들도 있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미워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쁘다고만 불평하지 말고, 대신 내가 또는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열 다섯, 지금의 고난은 머지않아 큰 기쁨을 주겠다는 삶의 눈물겨운 약속이다.
열 여섯, 스스로 빛이 되려 할 때, 마음 속 어둠은 비로소 걷히기 시작한다.
열 일곱, 사랑은 작아 보일지라도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다.
열 여덟, 사랑의 향기는 나누어 가질 때 더 멀리 퍼져나간다.
열 아홉, 빨,주,노,초,파,남,보....사람들 모두가 이 각각의 색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들 하나하나가 손을 잡으면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무지개가 피어난다.
스물, 엄마를 주름지게 하는 건 세월이 아니라, 자식의 눈물이다.
스물 하나, 우리는 어리석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어리석은 것이다.(주1)
스물 둘, 눈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 우리는 그 안에서 깊은 사랑을 발견한다.
스물 셋, 부모는 자신의 아픔으로 자식에게 사랑를 가르친다.
스물 넷, 귀를 기울여야만 비로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다. 사랑이 우리에게로 오는 소리처럼.
스물 다섯, 우리는 때로는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스물 여섯, 다른 이의 눈물을 닦아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다.
스물 일곱, 해바라기처럼 밝은 곳을 보려고 자꾸만 자꾸만 애를 써야지 사람도 쓰러지지 않는 것이다.
스물 여덟, 아픔도 그리움도 세월이 지나면 잊혀진다. 스쳐 지나는 불빛처럼.
스물 아홉, 그리움은 시도 때도 없는 기다림이다.
서른, 사랑은 머리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숨결 가는 대로 아파하고, 숨결 가는 대로 흔들리면서...
서른 하나, 우리가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것들은, 이미 우리와 함께 있을지도 모른다.
서른 둘, 밝은 곳에 있는 사람이, 어두운 곳에 있는 사람에게 나오라고, 어서 나오라고 해서는 안된다. 정녕 그를 위한다면 함께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이의 손을 잡고 밝은 곳으로 함께 걸어 나와야 한다.
연탄길 3 (이철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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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집에 빌려 오게된 1,2권의 책을 멈춤없이 읽고
3권은 서점에서 직접 구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내 몸 저 밑바닥에 무시당하고 있던
맑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 들추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주1> 필자의 책에는 어리석다가 "babo"로 표현되어 있으나 이 게시판에서 불량단어로 인식, 거부하는 이유로 "어리석다"로 표현했다.
<2003.5.25>
[ 물로 선 긋기 ]
학창 시절, 체육시간이 되면 그 날 주번은 수돗가에서 의례 주전자에 물을 떠 나르곤 했다. 물의 용도는 두 가지. 그 하나는 피구나 발야구, 혹은 농구나 배구를 하기 위해 먼지 풀풀 날리던 운동장에 선(Line)을 그리기 위해서였고, 또 다른 하나는 운동한 후 학급 친구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기 위한 음료용이었다. 석회를 쓰지 않았던, 아니 함부로 쓰지 못했던 시절인지라 금방 마를 것인줄 알면서도 물로 선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도 히히덕 거리며 재미나게 뛰며 놀았다. 컵이 없어도 주전자 뚜껑이 해결해 주었고, 그 시간 주번은 땡볕에 물 선이 마르면 다시 주전자에 물을 떠와 경계선을 그려 주었다.
오늘 우연히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수필집을 훑어 읽다가 재미난 글에 시선이 멈추었다. 현대인의 변화된 직장문화를 써 내려간 부분이었다. 직작 생활을 하는 젊은 신세대들이 일과 후의 회식자리를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것이다. 왜일까? 끝까지 읽고서는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유인즉, 일과를 마치고 회식자리에 참여하는 것은 공과 사를 구별 못하는 구세대의 습성이며, 사생활을 침범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생활에만 충실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것이다. 나도 작금 구세대의 경계선을 넘어 들어가고 있다. 학창시절 친구들이 그어주었던 보이지 않은 물 선의 추억이 아직 남아있는데 젊은 신세대들이 情을 가르는 서슬퍼런 경계선을 그어 오고 있다하니 나는 이제 경기를 포기해야하는 것일까? 하긴 가정보다 직장생활에 더 무게를 실어주었던 우리 선배들의 눈도 닭살 운운하며 가정에 눈 돌리는 후배들을 곱지않게 보았을 거라 생각하니 한편으론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래저래 주변의 지인들과 정을 쌓아가는 것도 어차피 물로 선 긋기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비도 추적 오는데 씁쓸한 기분까지 느껴지는 하루였다. 호랑이 장가가듯 오는 비가 질펀하게 운동장 전체에 굵고 넓은 선을 그려주었다. 지워지지 말라고. 그래서 다른 선을 그리지 못하도록......
<2003.5.25>
[무슨 일이 있음이야 ]
--> 천천중학교 뒷뜰에서 키우고 있는 벌통 소문 앞 착륙판에서 묘기(?)부리는 벌들
벌통 속에 뭔 일이 일어났을까? 마치 왕이라도 납시는 듯 일렬로 도열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연신 날개짓만 한다. 듣기로 벌통속의 온도가 높으면 벌통 문(소문) 앞에서 역방향으로 선풍날개짓을 한다 들었는데 이러한 행동은 처음 보는 장면이어서 흥미로웠다. 소문 쪽을 향하고 빈 날개 짓을 하는 의미가 뭘까? 여왕벌의 짝짓기 행사를 축하해주기 위함일까? 아니면 꿀이 잔뜩 있는 대박나무의 방향을 알려줌일까? 방향도 똑같이 일렬로 향하고 그 앞쪽에 다른 일벌 한 마리가 호령하듯 공중에서 춤을 춘다.
본디 여왕벌은 왕대에서 16일 간의 완전변태기간을 거쳐 출방한 후 6- 10일 새에 날씨가 맑고 바람도 불지않는 손없는 날(?)을 택하여 날면서 짝짓기를 한다. 교미 후 2-3일이 지나면 여왕벌은 알을 낳기 시작한다. 이 녀석은 알을 낳기 전 벌집에 머리를 넣어 일벌들이 깨끗하게 청소를 했는지를 검사한 후 다시 돌아서 배를 벌방 아래까지 밀어넣어 정확히 한 개씩의 알을 낳아 붙인다. 일생동안 100 -150만 개의 알을 낳는다니 보통 양봉 벌통에 넣는 소비에 지어진 벌집 수가 7,000여 개라 한다면 214장의 소비에 알을 낳게 된다는 점이다. 보통 벌통 속에 8-10개의 소비가 들어가므로 그 산란 능력은 놀라을 따름이다. 여왕벌의 수명은 보통 3-4년이라지만 실제 산란능력이 없어지면 일벌들에게 추방을 당하거나 주인에게 살벌(?)을 당하니 1 - 2년이 여왕벌 수명이라 해야할 것이다.
여왕벌은 수정난과, 무정난 두 종류의 알을 낳는데 수정란은 일벌방과 왕대(여왕벌집으로 보통 벌통 속에 한 개만이 있어야 한다)에, 무정난은 숫벌방에 낳는다. 흥미로운 것은 일벌방에 낳는 알과 여왕벌방에 낳는 알이 같은 종류임에도 여왕벌방에서 16일의 발육기간을 거친 후에 성충으로 출방되는 것은 여왕벌이 되고, 일벌방에서 21일의 발육기를 거쳐 출방되는 것은 일벌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공통적으로 3일간의 왕유(로얄젤리)를 일벌들에게 공급받다가 일벌이 될 녀석들은 이후 꿀과 꽃가루를 공급받고, 여왕벌이 될 귀한 몸에게는 계속 왕유가 공급된다 하니 왕유(로얄젤리)의 효능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 마리의 어린벌을 키우기 위해 육아를 담당하는 일벌들의 어린 유충벌집의 방문횟수는 10,000회나 되며, 한 마리의 유충벌을 키우는데 참여하는 육아담당벌의 수는 2,785마리, 소요시간은 10시간 16분 8초라 하니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는다 하여도 놀라운 별천지임에 틀림이 없다.
일벌은 보통 Worker라 부른다. 여왕벌(Queen)과 숫벌(Drone)과 함께 봉군을 이루는 이들 일벌들은 그야말로 처절하도록 열심히 맡은 일에 충실한다. 꿀벌의 사회생활이 조직적으로 잘 운영되는 것은 분업화가 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통기한이 다 된(?)여왕벌을 하야시키고 새 여왕벌을 추대할 수도 있고 짝짓기 할 수 있는 숫벌을 만들어(여왕벌이 낳는 무정난이나 일벌이 낳는 무정난으로) 여왕벌의 신랑감을 만들어주기도 하는 참으로 능력있는 녀석들이다. 이들 일벌은 봉군(벌통속의 전체 벌떼)의 운영과 번영에 필요한 모든 일을 맡아하는 선천적인 분업을 담당함과 동시에 출방 후 경과일 수(일령)에 따라 철저한 분업화를 실천한다. 처음 출방(벌집에서 성충으로 변하여 밖으로 나옴) 후 1-2시간은 다른 일벌들로부터 얻어먹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분업계열에 참가해야 한다.
약 이틀간은 이물질을 벌 방에서 끄집어내기도 하는 등 벌방청소를 담당한다. 또한 출방 후 3일정도 지난 녀석들은 알에서 깨어난 지 4 -6일된 새끼벌들에게 꿀과 화분을 공급하는 육아를 담당한다. 일령이 6 - 10일 정도 되는 녀석들은 알에서 깨어난 지 3일 이내의 유충이나 여왕벌에게 왕유(로얄젤리)를 공급하는 일을 담당한다. 일벌의 왕유분비능력은 10일 부터 감소하기 시작 13- 14일 경에 이르면 왕유분비능력이 사라진다. 그러므로 일령 14일이 지난 왕유분비능력이 떨어진 일벌들은 따뜻한 날 오후 2-4시경 소문앞에 나와 약 5분 정도의 遊戱飛翔(Play flight)을 하기도 하고 외역벌들이 수집해온 꿀과 화분을 정리하는 일을 맡아서 한다. 일령 12- 18일 되는 일벌들은 밀납(초성분과 비슷)을 분비하여 집짓는 일에 종사하고, 밀납 분비능력마저 감퇴하면 외적의 방어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일벌들은 꿀과 화분, 그리고 프로폴리스(봉교)와 물(1회당 25 - 50mg)을 나르는 외역에 참가한다. 외역벌로서의 활동기간은 약 15일이다. 이들 일벌의 수명은 집짓기 위한 밀납분비나 육아를 위한 왕유분비, 또는 외역활동 등의 중노동에 참여한 일벌의 경우 1-2개월에 불과하다. 그러나 늦가을에 태어나 심한 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월동에 들어간 일벌의 경우는 6개월 정도 살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저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렇다. 오늘 후끈 달아 오른 날씨가 여름을 방불케 했다. 소문 앞 착륙판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도열하여 머리는 소문 쪽으로 향하고 배를 약간 추킨 자세를 취한 채 날개를 세차게 흔들어 댄다. 이러한 선풍활동은 벌통내의 환기를 위해서나 유밀기 벌통속에 수집된 새 꿀속에 든 수분을 증발시켜 저장하기 좋은 농도를 유지시키기 위함이다. 대개의 선풍활동은 여름철에 자주 보이며 특히 날씨가 무덥거나 꿀을 많이 수집한 늦은 오후나 초저녁에 많이 이루어진다. 이들의 선풍활동을 통하여 벌통내 더운 공기가 한쪽 소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참으로 경이로운 장면이다.
어릴적 모깃불을 피워놓고 덕석에 혹은 평상에 누워 여름 밤 하늘 별을 보고 동생들과 동요를 부른 적이 있다. 비료부대로 만든 부채로 100번 200번 부쳐 주기하며 깔깔대고 초저녁을 시원하게 선풍질 했다. 하하, 그 동생들이 인천에, 부천에 어른이 되어 흩어져 살아가고 있다. 갑자기 그 동생들 불러 술 한잔 기울이고 싶어진다.
<2003.5.28>
[군거 본능 ]
벌은 작지만 위대하다.
열심히 일하는 일벌들의 모습은
기특하다 못해
차마 아름답기까지 하다.
10장 벌집틀(소비)위의 일벌들,
그들의 눈빛은
까맣고, 초롱하고, 맑고....
그냥 마주치기엔
내 속을 다 뵈주기라도 한 듯
부끄럽기까지 하다.
-->분주히 벌통 속을 헤집고 다니는 일벌들(임실군 오류리)
내 눈엔 너무 지쳐 일하다
쓰러진 줄로만 알았다.
아니면 모아온 꿀들이 인간들에 의해 오염되었거나
어느 꽃 속에서 약을 맞아
비칠대는 줄로만 알았다.
그들은 그 조그만 입으로 물을 퍼 나르고 있었다.
그들의 절대자가 있는 벌통 속으로,
그들의 아이가 사는 요람 속으로,
그들의 무한한 본능으로......
이것도 libido일까.
-->벌통 속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땅속의 수분을 흡입해대는 workers(일벌들):임실군 오류리<2003.6.7>
[건널목 ]
아스라히 저 쪽으로 미끌려 올 듯 하다.
다가오는 기적으로 꽃을 달고
가만히 다가오다
먼저 지나라 설 것만 같다.
안내원 없는 시골 철길 건널목,
옆으로 달리며 까만 매연 뿜는 같잖은 차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저 뿌연 베일 속에서 허겁,
그렇지만 숨죽이며 달려오는 기차만,
그 기차만
기다려질 뿐이다.
다만,
무거운 버팀목을 진동하고
까칠하게 기름때 묻은 자갈을 다지며
다가오고 있을
기다림이 꼭 타고 있어야 할 조건,
그 뿐이다.
땡,땡,땡, 뽀옥-
기차 들어오는 소리가
6월 석양을 흔들고 온다.
<2003.6.7>
[충동]
우연히 꿈에 보았던 그곳에
와 있으면 어쩌랴.
마음이 동한 것이지
어디 꿈만할까.
여기, 안개만 있으면 영낙없는
꿈에 볼 모습이다.
서산에 눈부신 햇살이 등받이를 하고 있어
그리 멋스럽진 않지만
아침 풍경이라면 멋질 듯 하다.
그래, 아침!
가보지 못할 곳이지만
들어가보고 싶은 것을....
알방동사니 군락이 잔뜩 유혹한다.
저기 갈풀도 있고, 개구리 밥도 도란도란 떠 있고.
그래 아침에 다시 오자!
왜 높은 곳에서 보질 않고
땅을 깔고 위를 보누?
참으로 稀罕한 개성일세.
구멍으로 보는 세상은
또 다른 하늘과 물을 보여준다.
수 십년은 족히 물바람을 맞고 서 있었을 소나무,
울렁 울렁 물결이 아스라하고
산의 능선도 희끄무레하지만
어차피 저 산과 물도
출생지가
하늘 자궁 아닐까.
허참, 왜 고개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게야?
이건 그림일 뿐이거늘.
<2003.6.8>
[일몰(日沒)]
사람들은 가끔씩
하늘 닿을 듯한 정상에서
혹은 ,
바다에 잠길 듯한 땅아래에 다리를 모으고
해바라기한 채 시간을 흥정하려한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산 봉우리이든, 어느 계곡으로든
마냥 치솟는 해에게
최고의 찬사로 환영한다.
어디 그 뿐이랴,
내일 다시 오를 것을 알면서
못내 아쉬워 떨어지는 일몰의 잔광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쉬움과 그리움을 섞어 보내려 한다.
어떤 이가 세계지도를 거꾸로 뒤집어 그렸다.
태평양은 항상 아래이고
아시아 대륙이 항상 위인 그림에 길들여진 눈으로
너무도 황당하게, 서울보다 위로 올라간 제주도를 본적이 있다.
일몰이 아니다.
저 일출하는 태양좀 보시라.
벌건 해가 땅으로, 맑은 땅으로
오른다.
그래, 오른다.
<2003.6.13>
[共有 ]
하늘과 그리고 땅이
공유하지 않았으면
지평선이랑,
수평선이랑,
하늘-까지 먼 꿈이랑,
바닥까지 들여다 보고싶은 사랑의 深淵도 없었을테지.
아니 그 전에 하늘과 바다라는
이름조차 있었을까.
석양의 산과 호수가 공유하지 않았다면
너울대는 산그림자가 가당키나 했을까,
거울보듯 빤한
우뚝한 산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양
拍掌하고 웃는 모습이 가당키나 했을까.
빛과 어둠이 공유하였기에
땅거미 덮으며 재촉해가는 서둔 밤이나
부지런한 새 우는 어스름 새벽이 만나 아라리-,
그랬기에 아쉬움과 설레임으로
그렇게 그렇게 옛 기억들 속에 그려놓았음을.
호수랑 노랑기생초가 공유한 석양,
물냄새 가득한 바람마저
숨을 몰아 쉬며
온몸을 공유하려 한다.
吸-오라,
황금빛 너울로 그득하게 오라.
<2003.6.21>
[구름바다(雲海) ]
엄뫼=모악,
큰뫼=큼뫼=금산,
모악산을 수 차례 오르면서도
어원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岳"이 들어가는 그냥 험한 산이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엄뫼라하니 모악의 뜻이 금방 새겨집니다.
금산사가 "큰뫼"의 뜻을 가졌다하니 새롭게 보입니다.
멀리 구름인줄 알고
올라와 보니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허, 안개나 구름이나 모두 떠있는 물방울들이니
무어라 표현할 수 없지만
어느새 우거져, 어둑한 그늘을 만든 숲길을 따라걷다 만난
이른 아침의 안개는 정신이 퍼뜩 들도록
으시시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디다.
정상 조금 못미쳐 왔으니
조금 쉬어가라는 듯
산아래로 탁트인 공간,
소나무도 나보다 훨씬 오래인 듯
忍苦의 흔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정상을 잡으려는지 솔가지 끝을 파르르 치켜 세웁니다.
모악, 저만치 아이를 안은 엄마바위가 있다는데
授乳라도 하시는지,
잠이라도 재우시는겐지
안개로 살며시 가리워놓았습니다.
모악산의 유래>>>
호남평야는 모악산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금남정맥, 남쪽에는 호남정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호남평야 한가운데서 보면 마치 어머니가 양팔을 벌려 사방 몇백리의 너른 들녘을 감싸안고 있는 모습이다. 또 여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구이저수지, 금평저수지, 안덕저수지를 채우고, 만경강과 동진강으로 흘러들어 호남평야를 넉넉하게 해주는 어머니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모악산은 계룡산과 더불어 민중신앙의 텃밭으로 정기어린 산으로 어깨를 겨루었다. 또 금산사의 봄경치(母岳春景)는 변산반도의 녹음(邊山夏景), 내장산의 가을단풍(內藏秋景)과 백양사의 겨울설경(白陽雪景)은 호남 4경의 중의 하나로서 모악산 도립공원의 자연경관을 대표하고 있다.
옛부터 엄뫼, 큰뫼로 불려져온 모악산은 정상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쉰길바위'가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형상과 같아서 모악산이라 이름지었다. 그러나 모악산이 삼국유사와 고려사에도 '금산(金山)'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모악산으로 불린 것은 조선시대로 추측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모악산으로 표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산사지'에는 "조선의 고어로 '엄뫼' '큰뫼'로 칭하였다. 엄뫼는 모악이라 의역(意譯)하고, '큰뫼'는 '큼'을 음역(音譯)하여, 금(金)으로 하고 '뫼'는 의역하여 '산(山)'으로 하였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금산사'의 이름도 여기에 연유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모악산에서 조망이 일품이다. 북쪽으로 멀리 동양최대의 절터를 품에 안은 미륵산이 다가온다. 계룡산 대둔산, 종남산을 스쳐 지나가면 위봉사이고, 마이산, 운장산, 장안산도 지척이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성수산, 만덕산 너머 덕유산, 지리산이 아스라하다. 나직이 전주의 한복판에 자리한 완산칠봉과 남고산성을 지나면 고덕산과 경각산이고, 호남의 정맥이 지나는 오봉산이 있다. 남으로는 광주의 무등산, 순창의 회문산, 강천산, 서쪽으로는 정읍의 내장산과 입암산을 지나면 방장산, 변산등 온갖 산들이 눈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변산을 지나 서해바다에 다다른다.
[출처 : http://www.deungsan.pe.kr/ms2.htm]
<2003.6.22>
[그림자 ]
하늘이 거울을 보는지,
물이 거울을 보는지 구별을 못하겠으이.
물속에 하늘이 들어 있고
하늘 속에 물이 듬뿍 적셔 있으니
어안도 벙벙하고
산 그림자인지, 물 그림자인지,
허허, 하늘 그림자인지.
가만히 서서 보니 나 또한 저 속에 있으이.
마음처럼 깊은 물 속, 그 안에 비친 작은 산봉우리가
건들건들 자만해하고,
그물처럼 크게 둘러싼 드높은 하늘위에
한들한들 구름처럼
한량인 듯 하니
아직도 세상을 한참 구경해야겠네.
찬찬히 보니
건들거리는 모습이나
한들거리는 모습이나
모두 내 모양은 아닐지
스르르 눈이 절로 감기는걸.
<2003.6.26>
[비오는 날]
차창으로 주룩 내리는 비가
나를 가리려 하기에
그리 하라 했습니다.
물장난을 하자며
아스팔트 씻어낸 시커먼 물을
흠뻑 던져주고 줄행랑(行廊)치는
검정색 지프.
어깨도 너울너울
두 팔을 벌리고 덩실 춤을 추는 키가 덜썩 큰 전봇대,
초록 망토를 두르고
하늘을 떠억 가린 삼거리 낙엽송,
그 장대비를 다 맞고 오느라 숨을 몰아쉬며
머리를 털어내면서도
좋아라 다시 물을 끼얹는 본네트(bonnet).
차라리 보기 좋은
이런 세상의 넉넉한 실루엣.
주룩 오는 장대비가
차창으로 성큼 성큼 다가와
흑백으로 그림을 그려준다기에
기쁨으로 기다려준다 했습니다.
=======================================================================
가끔씩 곤충들마냥
이런 색 저런 색 모두 지우고
흑과 백으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더 하얀색과 더더 하얀색,
그리고 더 검은 색과 더더 검은색으로도
충분히 세상은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차창으로 붙은 비의 커튼으로 굴절되어 보이는
꾸미지 않은 세상의 풍경.
일상의 혼돈 속에서 나와
잠시 나를 위로받은 듯
편안하고 따뜻해집니다.
<2003.6.29>
[계란 꽃]
어릴 적 새벽에
가끔씩 열병을 앓았던 적이 있습니다.
땀이 송글 맺힌 이마에 꺼칠은 손을 얹으시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시던 내 어머니,
새벽부터 아궁이에 불지펴
계란국을 끓이셨습니다.
꿈 속일까,
아메바가 이분법으로 나뉘 듯 흐물거리며
쪼갤 듯 짓누르는 무언가에 신음하고 있을 즈음
따뜻한 어머니 손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어느새 만드신 계란국을 훌훌 넘기게 하셨지요.
신기하게도
그 뜨거운 계란국으로 열병을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슬프고 아리게도
아직까지,
내 어머님 몸살 앓으실 적 계란국 한 번 끓여드리지 못했습니다.
이 계란꽃을 볼적마다 기억나겠지요.
<2003.7.4>
[ 아우에게]
기억하니,
깡통에 실 매달고 뻘건 황토 흙 가득 담아
축대 위로 올려주다 툭 떨어져 네 이마 흉터 낸 거.
쪽 배가 달린 병풍 앞에서 아랫도리 챙겨 입지도 않은
막내 업고 허겁 달려가 사과 들고 사진 찍은 거.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시골에 가시느라 부모님 집 비우셨을 적,
누이랑 쇠고기라면 끓여 먹으면서 보낸 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큰외삼촌이랑
처음 간 내장사 앞에서 폼잡고 사진 찍은 거.
매미소리 맴맴하고 땡볕 내리 쪼이던 일요일,
주전자 가득 미숫가루 타 담고
사탕수수 절겅절겅 썰어 손 하나 가득 챙겨든 채,
뒷거티, 석바탕, 고속도로 앞 논에 훠이훠이 새 쫓던 거.
검은 우산 대나무에 매달아 파라솔 만들고,
그 그늘 따라 웅크리고 앉아 깡통 두드리며 훠이훠이 외치던 거.
막내 중학교 간다고 바리깡으로 머리 깎아 주었더니
징징 울며 다 깎아 놓았다고 화내던 거.
여름 밤, 멍석 위에, 평상 위에 하늘보고 누워 부채 부치며 노래하던 거.
모두 기억 하니,
하지만 형한테 마루청소 하지 않았다고 얻어맞은 건
기억나지 않지, 그렇지?
<2003.7.12>
[ 아침 이슬 ]
자정(子正)이 넘어서,
구천동 하늘서 본 반달이 생각납니다.
잠을 청하려는 까페옆을 지나
호수 옆 언덕을 내려가려는데
먹구름 뒤로 숨는 왼쪽 둥근 달 반쪽이
내 얼굴 보는 사람은 복 많이 받으소-
무심히 가리우는 구름을 걷어낼 양으로
키발 딛고 외쳐대더군요.
자정 반달이 동에서 치솟았으니
새벽에 남쪽에 올 수 밖에요.
아직 하현달이 남은 아침,
밤새 거미가 마실 물을 길러놓았습니다.
양동이가 없이도,
두레박,물 고인 샘이 없어도
밤새워 밤새워
싱싱한 물방울 조롱조롱 매달아 놓았습니다.
그야말로 희망으로 채워진 아침 이슬입니다.
괜스레 거미가 부자로 보입니다.
--> 상관 - 소양 - 천천 출근길(2003.7.21)
[여름 밤 하늘]
지리한 장마 끝에
밤 하늘이 열렸습니다.
그 어둡던 구름도 걷히고
펼쳐진 잿빛 푸른 밤 하늘,
그 속으로
별 하나 정신없이 곤두박질 합니다.
공간의 混沌 속을 방황하다,
어쩌다 마주친 낯선 별에 살짝 기울였더니
물방울 깔대기 만난 듯
용케 쏘옥 휘말립니다.
한줄기 잔상으로
갈라놓은 여름 밤 하늘,
술에 휘엉청 너울대는데.
초롱하디 초롱한 별 하나,
휘둥그레 바라보는 눈빛 속으로
잘도 빨려옵니다.
<2003.7.28>
[ 늦은 석양]
아무도 없는 텅빈 건물에 빗장을 걸고
운동장이 넓게 보이는 계단에 서서
크게 기지개를 했지요.
분주했던 하루가 훨 날아갔습니다.
구름이 가렸지만 어느새 보송보송해진 운동장,
며칠 전 큰 장대비에 송탄천이 쿠릉쿠릉 하더니
오늘은 시냇물 같네요.
아- 벌써 무궁화가 피었습니다.
두 해 반 보내면서도 무슨 나무였더라 싶었던
운동장 옆에 울타리로 서있는 무궁화,
석양이라 꽃 망울로 여기저기 붉게 접혀있네요.
발아래 계단 옆 소국 새로 뻐끔 망울 틔운,
봉숭아 꽃 잎을 땄어요.
첫눈 올 때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딸아이들 손톱에 붉은 물 들이라구요.
하늘을 보니 덜썩 멋 없이 키 큰 전나무들,
그러께 교실 가린다고 밑둥가지 싹둑 잘라놓아
여름 갈대마냥 서있는 전나무 멀대,
들리나요, 그 가지 속에서 새 소리가 나요.
하- 재잘재잘, 지지배배, 쪼잘쪼잘.....
어디서 날아왔는지 전나무 빽빽한 가지 틈에 둥지를 틀었나봐요.
허, 늦은 석양까지 남았더니
예쁜 소리까지 듣고 가네요.
조금 늦은 석양에 말입니다.
<2003.7.30>
[ 햇님, 달님 ]
달님은 달님은 햇님이 싫대요.
가까이 가면 저만큼 도망만 간대요.
햇님도 햇님도 달님이 싫대요.
날마다 산너머로 숨기만 한대요.
햇님이 햇님이 모르는 게 있어요.
햇님이 없으면 달님이 웃지 않아요.
달님도 달님도 모르는 게 있어요.
언제나 달님은 햇님 거울이래요.
==============================================
보이지 않는 곳에 나를 더 밝게 비추는 빛이 있을지도 모를 일 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내 마음의 거울이 있을지도 모를 일 입니다.
순간,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 아이들 언어로 쓰다보니
느낄 수 있겠네요.
<2003.8.6>
[어슴 달밤]
어스레한 달 밤,
구불구불 고개를 내려오다
차창을 열었습니다.
얼싸! 산풍.
가뭇한 앞 산,
안개 쓴 그 뒷 산,
아, 모래재에서 본 이름 모를 밤의 산, 산.
오늘이어서 유난히 밝은
산의 등줄기를 쓰다듬는 初弦의 마술.
차창 밖으로 질러가는
산바람이 다듬는 마음의 고요.
어슴 달밤,
반달 속에 반달 속에
노랗게 눈부신 들꽃 하나 채워봅니다.
<2003.8.7>
[빛 ]
휘두른 산등성이 위로
어둠이 내리고,
풀 숲 안에
숨죽인 작은 물결들.
아지랑이같이
타래난초같이,
일렁일렁입니다.
길게 늘어진 가로등빛 그림자.
노랗고, 빨갛고, 하얀 불기둥.
바라보는 눈에
오래도록 담아두라,
딱 폭죽, 흐드러진 폭죽
눈 속 그득 담아주네요.
짙은 능선으로
병풍 두른 호숫가,
고동(鼓動)치는 속 달래며
고운 빛 고운 빛만
고개 갸우뚱 담아 갑니다.
<2003.8.7>
[ 솔섬 앞에서]
여름 바다에 갔습니다.
노랗고 동그란 가로등 불빛을 쫓아
연신 춤을 추던 밤벌레들.
바다임에도 파도 소리 듣지 못하고,
바다로 연신 불어내는 바닷가의 밤바람 속,
하늘에 덩그란 달만 바라보았지요.
토닥토닥 모닥불 타던 소리,
휘잉하니 불씨 날리우던 소리도 잠깐.
아하, 어제 밤은
달이 그만 눈이 시리게, 몽롱하도록 밝았습니다.
그 바람은 말로는 다 못하겠습디다.
눈 부비며 새벽 달을 또 보았지요.
잿빛 푸른 하늘에
허옇게 태연한 새벽달.
보름이 사 나흘 지났으니 그만큼 밝음을 덜었을 것을
오호, 어제 亥時 제 뜨던 그 자리에
해가 버티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하늘은 푸르라, 바다도 푸르라
저 몰라라 떠 있습디다.
속살 다 뵈는 갯바위로 갈매기 꾹꾹 앉은 솔섬 위에
허옇게 말이지요.
-->격포-곰소 간, 전북학생해양수련원 내 해변가에서
<2003.8.18>
[달과 화성]
화성과 지구의 거리는 멀 때는 2.5천문단위, 약 3억7천5백만 킬로미터(빛의 속도로 환산하면
20.75분, 20분 45초 가야하는 거리)이고,
가까울 때는 0.5천문단위, 약 7천5백만킬로미터(광속으로 4분 10초 가야하는 거리)이다.
[참고, 1천문단위는 1억 5천만 킬로미터(빛의 속도로 8분 20초 가야하는 거리!)를 뜻한다.]
지구 바깥을 돌고 있는 화성은 공전주기가 687일로 지구가 1.882바퀴 공전하는 동안 1바퀴를 돈다.
이 때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2003년 8월 14일)날은 6만 년만에 볼 수 있는 행운이란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달의 오른쪽으로 희미하고 작게 보이는 것이 화성이다.
실제로 보았을 때는 북극성보다도 더 밝은 빛이었지만 카메라의 성능을 탓할 밖에...
물론 이 카메라 메모리에 담겨진 장면도 4분 10초전의 과거의 화성의 모습이니...
심심한데 저리 가까운 화성을 시속 20km로달리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를 계산해볼까?
음................우선 시속 20km는 초속으로 0.0056km/s
75000000km/ 0.0056 = 13500000000초/3600=3750000시간=156250일=428.08년!!!!!
내년에 한 번 떠나보--------아?!?!?!?
아래 적은 내용은 중 3 아이들(지금은 8학년)에게 필기자료로 제공되는
달과 화성에 관한 기본내용이다.
달, Moon!
지구對比 : 반지름(=1740km) 중력:1/6 , 공기, 물 없음(그러므로 풍화,침식없음)
현무암질화강암 = 46억년,온도변화: -170℃ - 130 ℃, 밀도: 3.4g/cm3,
공전궤도반경 0.0025천문단위, -12.6등성, 자전주기=공전주기=27.3일.
화성, Mars!
붉은행성(산화철성분),흰극관(이산화탄소얼음),적도부근녹색지대,4계절 뚜렷,
위성(포보스,데이모스), 개울,강의 흔적, 거대한 산과 협곡, 운석구덩이,
희박한 이산화탄소 대기 온도변화:-63 - -140℃, 반지름 = 3,397 Km
자전주기 24시간 37분! 공전주기 687일 -2.01등성, 밀도 3.9 반지름:지구의 약 1/2(0.53)
공전궤도면기울기 : 24도, 공전궤도반경 1.5천문단위.
--> 변산학생해양수련원에서 찍은 달(왼쪽)과 화성(오른쪽 쬐그만 점)
옛날 사람들은 여러 별 가운데 유난히 붉게 빛나는 화성에 전쟁과 재앙의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이 별을 불과 같이 빛나는 별이라는 뜻에서 ꡐ화성(火星)ꡑ으로, 영어로는 그리스 전쟁신의 이름을 따 ꡐ마스(Mars)ꡑ라고부른다.
화성의 크기는 지구의 절반 정도며, 하루 길이는 지구와 비슷한 24시간 정도다. 자전축은 25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 4계절이 있지만 공전주기는 687일이나 돼 한 계절이 6개월이나 된다. 태양에서의 거리는 지구보다 1.5배정도 멀다. 그만큼 태양에너지를 적게 받아서 평균 표면온도는 영하 60도이고 최저 표면온도는 영하 140도나 된다.
화성이 붉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다량의 산화철을 포함한 지표의 성분때문. 대기는 90%정도가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만약 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꿀 수 있다면 사람이 생존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화성의 지형은 지구와 같이 산맥과 협곡이 있고, 북극과 남극이 얼음에 덮여 있으며 말라버렸지만 강물이 흐르던 흔적이 있다. 지구의 100분의 1 정도의 낮은 기압을 가진 화성 대기에서는 자주 생기는 폭풍으로 붉은 먼지가 대기에 퍼져 화성을 더 붉게 만든다.1659년 네덜란드의 호이겐스가 망원경을 이용해 최초로 화성을 관측했다.
1877년 이탈리아의 스키아파렐리가 40개의 줄무늬를 화성 표면에서 관측해ꡐ운하ꡑ라고 명명했다. 이 후 미국의 로웰은 화성인이 존재할지 모른다는생각을 해 화성 연구를 위해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 로웰천문대를 세워 화성 연구을 촉발시켰다.(네이버뉴스검색)
화성에관한 유용한 정보!!
http://www.dae-song.ms.kr/%7Esuk72/ke47/jgbc1-7.html
http://user.chollian.net/%7Eshs0902/space/mars.htm
http://www.junksf.net/sfa/doc/980601f.htm
http://stmail.chosun.ac.kr/%7Edonky/5_hoasung.htm
http://skillyou.hihome.com/star/solar/mars/marsindex.htm
http://kghwang.cafe24.com/sola/mar.htm
http://haneul.cnu.ac.kr/marslife/%C8%AD%BC%BA3.html
http://ns.cisec.or.kr:82/solar/mars.htm
화성인, Martian!
태양계 내의 다른 행성(行星)에 생물이 있다고 하는 견해는 그리스도교적으로는 이단이었으나, 르네상스 이후 B.L.드폰트넬이나 I.칸트를 비롯하여 생식설(生息說)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19세기 전반까지는 오히려 금성이 제2의 지구로 생각되어, 금성인이나 금성사회에 관한 공상이 퍼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G.스키아파렐리가 화성표면의 줄무늬에 단순히 수로(水路:canali)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운하(canal)로 바뀌어 고등생물에 의해 건설된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화성인의 존재가 갑자기 사람들의 입에 오르게 되었다.
특히 H.G.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이 나오자, 심지어 화성인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상상이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 화성표면의 대기나 온도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어, 화성표면의 자연조건은 지구에 비해 매우 험악하다는 것이 판명되었으므로, 화성인의 존재는 과학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네이버백과사전발췌)
<2003.8.19>
[ 年輪 ]
가을이 오므로
내게 또 하나의 연륜이 그려진 샘입니다.
그만큼 넓어 보이는 세상 다 넣으려하니 바깥 테두리도 커야하겠지요.
나이가 들면 저절로 쌓여지는 연륜인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내 가족들과 알콩달콩 살부비며
몇 번이고 웃다가 울다가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 키에 흠칫 놀라 채우고,
텁텁한 대포 한 잔, 희멀건 소주 한잔, 소복한 맥주 한 잔
입술로 깎아내며 미주알 고주알 주고 받는 세상 사는 이야기로 채우고,
설레는 마음이 열어주는 넉넉하고 행복한 만남들로 채우다 보니
또 하나 연륜이 동그랗게 그려졌나 봅니다.
아침 창밖을 바라다 보았습니다.
어제 밤,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기습할 기세로 그리 삶아대더니
아직 앳된 가을이 짚냄새 실린 아침을 열어주네요.
어느새, 해동하고 스르르 녹으면 슬금 솟아오를 봄냄새가 또 그리워집니다.
막상 그 냄새 말하라하면 40여 년을 살았어도 주저주저 합니다만.
그래서 또 봄을 그리는 모양이지요.
젖내나는 땀 냄새, 비릿한 물 냄새, 후텁한 풀의 숨 냄새,
여름을 어찌어찌 달래어 배웅하렸더니
가을이 왔다고 민망스럽게 빨리 들어오라 합니다.
빨간 단풍잎도 챙겨왔고,
흰 들국화도 한 아름 꾸려왔고,
노란 은행잎도 우체통에 가득 챙겨왔습니다.
코스모스 살살 흔드는 바람이 전하길
여름 다가기 전 장가들겠다고 웸웸거리는
매미들의 사랑타령도 서둘러 멀리 전하고
그렇게 그렇게 가을이 온다 합니다.
또 하나의 연륜이 생기고 보니
가을냄새가 코끝을 벌름 열고 그렇게 따라 들어옵니다.
<2003.8.24>
[산골 읍내 가로수]
어느새 산골 읍내
은행나무 가로수가
노랗게 물들고 있습니다.
눈 부비고 다시 보아도
초록이 노랗게 보이는 것이
아차! 가을인가 봅니다.
가을 가을 했더니 정말 가나보네요.
며칠 전 대학 캠퍼스에서 암놈 수놈하며
은행나무 가릴 때 까지도
시퍼렇게 은행 달고 살랑살랑 하더구만.
장수 읍내 가는 길엔
은행잎이 노랗게 팔랑거리네요.
덥다 덥다 했더니 정말 뜨나 보네요.
<2003.8.26>
[호수를 닮아가는 연못 ]
이제, 물고기 두 마리도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 물고기는 밥도 주질 않는데
무얼 먹고 사느냐고 궁금해 하데요.
더 큰 연못에서 건져올 적 물풀에 붙어있던
작은 생명을 먹고 산다 했습니다.
보이지 않게 식구를 늘렸을 짚신벌레, 종벌레, 아메바, 히드라
뭐 그런 친구들이겠지요.
은행나무이끼랑, 가쁜 숨 몰아쉬는 생이가래,
개구리밥이랑, 새끼 젖 떼내고 또 하나 잉태한 물상추도
동동동 이사온 새 연못에서 잘도 참아내는 듯 보입니다.
매일 아침 그 호수가에 쪼그리고 앉아
손끝으로 잔파도를 만듭니다.
그 바람에
둥둥 까만뿌리 흔들며 헤엄치는 은행나무이끼.
더듬이 앞세우고 고개 갸우뚱한 생이가래,
후우 입바람이라도 불어주면 유유히 흐느적거리는 개구리밥,
넙적하게 드러누워 고기그늘을 만들어주는 자라풀,
그 모두를 감싸안고 하늘보고 곱게 넙적자리를 펴주는 물상추.
그리고
위도에서 주워온
바위를 닮아
물고기 작은 집을 만들어주는 작은 돌맹이.
하루하루
네모 그릇에 담긴
호수를 닮아가는 작은 연못을
조금씩 조금씩 사랑하고 있습니다.
<2003.9.15>
[가을 하늘 ]
몽실몽실 아름속
눈이 부시게 걸린
파란 가을 하늘,
그 소복한 구름.
자갈자갈 흰파도에
사랑 키우는 바닷가,
구릉구릉 미끌리며
야호하는 아침기차,
하하호호 구슬땀 훔치며
오르고 싶어라 白雪의 산봉우리,
바람에 저어가자
사뿐 날개짓하는 천사의 은빛 날개,
몽롱하게 잡아 놓은
하늘
그림들.
어지럼 맴맴 눈부신 하늘로
목이 아프도록 다가가도
마음만 올라올라
손에 닿지 않네요,
터질 듯한
가
을
하
늘.
<2003.9.25>
[가을 하늘(2)]
가을 하늘이 왜 높은 지
자네 아남.
이 사람,
모든 것이 오그라드는게야
하늘도 오그라들고
땅도 오그라들고
나 또한 오그라들고.
하늘이
하늘찾아
오그라 드니 더 높아지는게고,
땅도 고향찾아
오그라드니 더 낮아지는게야.
그 속에 사는 속물인 우리는
오죽하겠나
그러니 가을 하늘이 높아질 수밖에.
<2003.10.3>
118. 함박 눈
노랗게 함박 눈이 퍼붓는
은행나무 숲길을
반듯이 걸어보고 싶습니다.
입을 크게 벌려
혀에 닿는 부드러운 가을을 맛보고 싶고
이제 막 쌓인
사각사각 밟히는 눈위를
뽀득뽀득 먼저 훔치고도 싶습니다.
터널 길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이만큼
네가 좋다
동그랗게 마음을 그려주고
크게크게 한 웅큼 뿌려주는
은행잎, 그 함박눈 사이로
반듯이, 나 보란 듯이
걸어보고 싶습니다.
펑펑펑 노란 함박눈 내리는
가을석양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2003.10.3>
[새벽 풍경 ]
먼동이 흔들어 깨운다
요리저리 게으름 피우는 솔섬,
못내 눈 부비고 기지개하지.
화들짝
밤새 놀다 잠든
사랑채 동무 찾느라 왔다- 갔다-
새벽 까치대신
끼룩 갈매기가 소리하고
싸르르 싸르 쌀 씻는 자갈밭,
불 지피지 않아도 벌써
하얀 김 모락 피우는
가마솥같은
퍼런 서해 바다,
난 벌써 배가 통통해졌다
그리하여 더욱 좋은 아침을 맞을 수 있는
환한 새벽,
그 새벽풍경이 오늘은
참말로 좋았다.
<2003.10.19>
[햇살 ]
가을 석양엔,
노을도 가을입니다.
빨갛고 눈부신 것이
하늘 단풍이지요.
구름 새로
한 웅큼 듬뿍
내려주는
다순 햇살은 어떻구요.
재촉하는 석양,
헤어지기 섭하여
길게
보듬는 햇살이
차마, 부럽습니다.
이런,
하늘만 보고 사는
단풍잎이
발개지는 연유를 이제 알았네요.
<2003.10.29>
[빨간 일몰 ]
네 이 놈,
오늘은 똥-그랗구나.
뻘겋게 달구어
누구를 놀래키려 하느냐
모퉁이에 바짝
눈까지
크게 치켜 뜨고.
이 놈,
사람 없거든
내 몸 좀
녹이고 가거라.
<2003.11.1>
[가을 빛 ]
거울 속 내게
부끄럽지 않은 것은
바로 나(我)이기 때문이며
거울같은 네게 부끄럼 없는 까닭은
알고 있는 그 만큼
네게 묻혔기 때문이다.
이제, 모두 말하지 않아도
흠뻑 느낄 수 있는 것은
가을 속 가득한 네 향기 때문이다.
가을색은 이런걸까, 길게 나풀나풀
겨울을 보고파 달려가는
상아색 가을
그 밤은 달도 높지.
<2003.11.9>
[ 비 뿌리는 가을 오후 ]
아, 이럴 수가
내 발좀 놓아라
그렇지 않아도 머물 판에
저 모퉁이 돌아가기전에
눈이 다 멀겠구나.
저 바닥좀 보아,
노랗고 빨간 숨 몰아쉬는
갓난 잎 좀 보아,
이제 시작이라 좋겠어
어미가
기꺼이 손을 놓아준게야.
비 뿌리는 눈부신 가을 오후.
모두다 빨간 줄 알았지
노란 단풍잎 좀 봐,
하늘도 비치겠는걸.
단풍나무도 야한 속옷을 입었던게야.
아니야 아니야,
하늘은 한 점도 비치질 않아
네 모습 보느라
정신도 없는걸.
<2003.11.11, 오후 출장길, 모재재 언덕>
[ 하얀 쪽배]
겨울 바람이
새벽을 여는 날
좀생이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보고,
아직 잠이 덜 깬
이슬 맞으며
하얀 쪽배를 타겠습니다.
손잡고
앞서가는 쌍둥이 별에게
노 저으라 하고,
처억 척
물위를 나는 마차를 몰고
길잡이하는 마차부랑
저기 별쯤에 멈추어
잔잔하고 너른
푸른바다로 나가
왕이랑 술치며,
오래오래
하얀 쪽배를 타겠습니다.
<2003.11.17>
[ 동해에서 ]
경상도에 와도
전라도랑 똑같다
해물칼국수집 간판,
노랗고 초록의 농협 마크,
대나무통밥, 산닭집,
흙탕물 고인 버스정류장,
공터 옆 철지난 코스모스.
해안선 따라가는
7번 국도옆 후포 바닷가,
방파제따라
멸치말리는 풍경과
옥빛 파도,
옹기종기 모여 날개손질하는
갈매기떼들의
온화한 모습만이 낯설 뿐.
방파제로 막아놓은 포구에 서면
흰포말 되새김질하는 옥빛 파도랑
금방 애인이 될 듯 한데.
안개비오는 11월,
동해를 지나며
나는
쌀쌀맞은 나그네였다.
<2003.11.26>
[강아지와 낙엽 ]
작은 골목길,
차 오는 줄도 모르고
쫄랑쫄랑 꼬리 내린 채
달려 나오는 강아지.
하아 하아-
혀를 길게 내밀고 멈추어서
뒤돌아 보는데
하하, 구멍난 낙엽이
떼구르르
강아지를 모네.
하룻강아지 무서운 줄
모르는 낙엽
허무한 강아지,
예쁜 강아지.
초겨울 살내나는
동네 골목길엔
강아지도 멋지다.
<2003.12.11>
[하늘 구름이 ]
엄마,
하늘에 구름이
꺼졌어요.
낮동안 햇살에
그리도 밝게 비추더니,
파란하늘,
하얀구름이
확 꺼졌어요.
햇님이 껐을까,
별님 달님이
장난삼아 꺼버렸을까.
하하,
하늘에 구름이
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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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말 수가 는
예쁜 조카가
낮동안 보았던
하늘이 기억이 났는지
밤하늘을 보고
"구름이 꺼졌다" 말을 하기에
하하 웃었습니다.
맑은 눈으로 보면
밤은
하늘 구름이 꺼진 샘이지요.
<2003.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