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충기 수필: 백령도 이야기>
대청도 연안에서의 낚시
대청도 / 우리가 잡은 고기 / 내가 올린 광어 / 고등어 구이
놀토를 이용하여 직원 다섯 명과 대청도 인근 바다로 낚시를 갔다.
아침 아홉시 경 콩돌해안의 오금포를 떠난 쏘내기(船外機)는 시원스레 바닷물을 가르며 대청도를 향해 나아간다. 백령 인근 해안의 바위 위로는 수많은 가마우지와 괭이갈매기가 나르고, 이따금 물범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같이 지나가는 우리 배를 쳐다보고 있었다.
백령도에서 배로 20분 정도의 거리인 대청도 부근에 오자 일부는 인근의 바위섬에 내려 갯바위 낚시를 하고, 나와 교감을 비롯한 세 명은 종일토록 배 위에서 낚시를 즐겼다. 파도는 비교적 잔잔한 편이었지만 소청도 쪽의 바다는 제법 큰 파도가 밀려와 배를 흔들었다.
수심은 35~40m 정도였는데 우럭과 놀래기는 낚시를 담그기 바쁘게 올라왔다. 우럭은 크기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히끄무레하고 큰 개우럭, 검은 색이 짙은 30cm 내외의 참우럭, 붉은 색을 띄는 15cm 내외의 육질이 쫄깃쫄깃한 똥감펭이, 또 그와 비슷한 조그만 크기인데 무지개 색이 나면서 가장 맛이 좋다는 무지개 감펭이가 있다. 이곳에서는 크기가 작은 우럭은 종류를 막론하고 모두 ‘감펭이’라고 부른다.
또 한 가지, 백령도 놀래미는 엄청나게 커서 나를 놀라게 하였다. 보통 명태정도의 크기인데 올릴 때의 그 짜릿한 손맛이 사람을 환장하게 한다. 낚시 바늘은 세 개를 다는데 미끼는 갯지렁이와 홍합 살을 주로 쓴다. 어떤 때에는 두 마리, 세 마리가 함께 달려 올라올 때도 있다.
그러던 중 나는 2kg 정도의 광어를 한 마리 올려서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 우리 직원 한 사람은 3년 동안 있었는데도 광어는 한 마리도 못 올려 보았는데 교장선생님은 나갈 때 마다 광어를 올린다며 신기해 한다. 오후 한 시경은 돼서야 배위에서 서둘러 라면을 끓여 점심을 때웠는데, 배위에서 먹는 라면이 그렇게 맛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먹는 둥 마는 둥 물때가 좋아서 다시 낚시에 몰두하였다.
낚시를 끝낼 즈음인 4시 경 선장이 해보라며 고등어 낚시를 주면서 저~쪽을 향해 던지라고 한다. 헛미끼 10개 매단 릴낚시인데 힘껏 던지고는 곧바로 릴을 감아올리는데 묵직하고 퍼득이는 손맛이 예사가 아니다.
첫 번째 던진 낚시를 끌어올려보니 15cm 내외의 자그마한 고등어가 주렁주렁 8마리나 매달려 올라왔다. 다시 한 번 던졌더니 이번에는 9마리가... 마치 과일나무에 주렁주렁 과일이 매달린 것 같다고들 환호성을 올렸다. 몇 번을 더 던지다가 시간이 늦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백령도로 돌아왔다.
오금포에 내리자마자 광어와 우럭 댓 마리는 회를 뜨고, 선주가 제공한 전복 여나문 마리도 함께 회를 쳤다. 배 안에서 학교로 연락하여 나머지 직원들은 물론 가족들 모두 오금포 모래사장으로 모이도록 하였다. 고등어는 굵은 소금을 뿌려 구웠고 광어, 우럭, 전복은 회로 먹는데 아, 아~. 고등어 구이가 그렇게 맛있을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석양 속에 고등어 구이와 회를 곁들인 소주 한잔은 기가 막혔다. 오늘 잡은 고기가 정부미 포대로 거의 그득하였다. 마침 백령도에 와있던 집사람은 그것을 보고
‘고기는 먹을 만큼만 잡지 왜 이렇게 많이 잡아왔어요?’고 해서 모두 웃었다.
어두운 후에야 학교로 돌아와 일부는 생선가스를 해 먹는다고 껍질을 벗기고, 나머지는 밤이 이슥 하도록 말리기 위해 째고(이곳 표현) 손질을 하였다. 이제 꾸덕꾸덕 반 쯤 마른 생선은 두고두고 구워도 먹고, 튀겨도 먹고, 쪄내면 쫄깃하고 짭쪼롬한 맛이 나는데 밥 반찬으로는 그만이다.
늦은 밤, 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니 온통 방바닥이 흔들흔들, 출렁출렁 머리가 어지러운데도 오늘 하루의 일들이 꿈결 같이 뇌리에 스쳐 지나가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지울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