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28. 마을 주인 여성, 온갖 고통들은 애욕으로 말미암아 생긴다
그때 세존께서 말뢰(末牢) 촌읍(村邑)을 유행하시다가 차츰 우루빈라(優樓頻螺) 마을까지 가셔서 앵무염무과(鸚鵡閻無果) 숲 속에 계셨다.
마을 주인 여성(驢姓)이 세존께서 말뢰 읍에 유행하시다가 우루빈라 마을 앵무염무과 숲에 오셨다는 말을 멀리서 듣고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세존 구담께서 말씀하시는 법은 능히 현재의 온갖 괴로움과 쌓임을 없애신다〉고 들었는데,
나도 현재의 온갖 괴로움과 쌓임을 없애려면 마땅히 그 분께 나아가서 미묘한 법을 들어야겠다. 그분께서 나를 위하여 괴로움과 쌓임을 다 없애는 도를 말씀해 주실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여성은 즉시 마을로 나와 세존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법은 능히 중생들의 현재괴로움과 쌓임을 없애신다.’고 들었습니다.
거룩하신 세존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현재의 괴로움과 쌓임을 없애는 법을 말씀해 주시옵소서.”
세존께서 즉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만일 그대를 위하여 과거에 있었던 한량없는 온갖 괴로움과 쌓임을 멸하는 법을 말한다면, 그대는 믿겠는가, 믿지 않겠는가? 혹은 좋아하겠는가,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하여 미래의 한량없는 온갖 괴로움과 쌓임을 없애는 법을 말하고자 하면, 그대는 믿겠는가, 믿지 않겠는가? 좋아하겠는가, 좋아하지 않겠는가?”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그대를 위하여 괴로움과 쌓임을 없애는 법을 말하리니, 그대는 반드시 지극한 마음으로 잘 듣고서 받아 지닐지어다.
온갖 중생들이 작은 괴로움을 일으키는데, 이 괴로움에도 갖가지 차별이 있다.
이 온갖 고통들은 애욕으로 말미암아 생기나니, 모두가 애욕을 익히고 애욕을 근본으로 삼고 애욕이 인연이 된 것이다.”
마을 주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근기가 둔해서 대략적으로 말씀하시면 이해하지 못합니다.
바라건대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그 뜻을 자세히 펼쳐서 제가 깨닫도록 하옵소서.”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지금 내가 그대에게 물을 테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이 우루빈라 마을에 있는 민중들을 가령 어떤 사람이 모두 다 묶어서 온갖 욕설과 매질을 가하고서 베어 죽인다면, 그대는 자못 그것에 대하여 괴로워하지 않겠는가?”
마을 주인이 말하였다.
“비록 근심하고 슬퍼하기는 하겠지만, 한결같이 크게 괴로워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우루빈라 마을이 제가 사랑하는 것이라면 저에게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기쁘지 않은 마음을 일으키지만,
제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가 욕심내는 것이 아니고 제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니,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제가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을 주인이여! 따라서 온갖 갖가지 괴로움의 발생은 모두 애욕으로 말미암고, 애욕이 원인이 되고 애욕이 근본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마을 주인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그대의 자식이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머니에게 의지하지도 못해서 보거나 듣지도 못할 때이니, 그 자식에 대하여 친근(親近)하려 하거나 사랑스러운 생각이 있겠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그대의 자식이 어머니에게 의지하여 생장했다면, 그대가 그 자식을 볼 적에 자못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생각이 있지 않겠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실로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의 자식이 어머니에게 의지하여 태어나서 차츰 자라났는데, 만약 사고를 만나거나 도적에게 겁탈을 당했다면 그대는 괴로워하고 근심하고 슬퍼하는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마을 주인이 말하였다.
“만약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 때는 저의 마음이 너무나 걱정되어서 죽거나 죽을 지경에 이르는데, 하물며 근심하거나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따라서 온갖 갖가지 괴로움의 발생은 모두 애욕이 원인이 되고 애욕으로부터 생기며 애욕이 근본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마을 주인이 말하였다.
“희유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바가 매우 훌륭해서 교묘한 방편으로 깨우쳐 주십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의 아들이 만일 먼 곳에 있으면 심부름꾼을 보내서 살피게 하는데, 그 심부름꾼이 만약 늦게 돌아온다면 저는 그의 어미와 함께 마음이 불안할 것입니다.
그래서 심부름꾼이 늦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서
‘나의 아들이 혹시 편치 못한가?’라고 걱정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을 주인이여! 따라서 중생의 괴로움과 갖가지 슬픔과 근심은 모두 애욕이 원인이 되고, 애욕으로 말미암아 생기며, 애욕이 근본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가령 네 가지의 애욕에서 무너지거나 바뀌게 되면 네 가지의 근심과 슬픔과 괴로움이 생기며,
만약 세 가지 애욕이 있으면 또한 세 가지 근심과 슬픔과 괴로움이 있게 되고,
만약 하나의 애욕이 있으면 곧 하나의 근심과 슬픔과 괴로움이 있게 되지만,
만약 애욕이 없다면 근심과 슬픔과 괴로움이 없고 티끌과 때[垢]를 여의게 되어서 마치 못 속에 있는 연꽃에 물이 묻지 않는 것과 같다.”
이 법을 말씀하시자, 마을 주인 여성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면서 법안의 청정함을 얻었다.
그리하여 법을 얻고 법을 이해하고 법을 알아서 의혹을 벗어나 남의 마음을 따르지 않고 다른 길에서 헤매지 않았으니, 부처님의 교법에서 변재를 얻었다.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이러한 말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해탈하였습니다. 삼보에 귀의하여 오늘부터는 우바새가 되어서 저의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청정한 믿음을 내겠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그는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나갔다.
여러 비구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