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잘 아는 형님 신부님 두 분이 대뜸, 나에게 가톨릭신문의 '세상살이 신앙살이'에 실을 수 있는 좋은 소재 하나를 들려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내용인 즉, 한국에서 이른바 잘 나간다고 하는 직장을 가진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외국 여행을 떠나더니, 아시아의 어느 나라에 정착하게 되었답니다. 그 나라 그 지역의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은 아내는 어느 날 길에서 한국에서 알던 신부님과 똑 닮은 사람을 마주쳤다는 것입니다. 순간 한국에 있는 신부님이 생각이 나서 그 신부님에게 뜬금없이 문자를 보냈답니다. 그리고 문자를 받은 신부님은 그 아내에게 '이 도깨비 같은 녀석아, 지금 어디냐?'고 답장을 보냈더니, 어느 나라의 어느 지역에 있다고 하더랍니다. 그런데 그곳이 바로 두 분 형님 신부님과 다른 동창 신부님이 여행을 가려고 했던 곳이었습니다.
그 후 동창 신부님들은 가난하지만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답니다. 형님 신부님들 말로는, 비록 그 부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깨비 같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품고 있는 가치관은 놀라웠다고 합니다.
특히 그 부부는 마음 안에 언제나 참된 삶, 가치 있는 삶,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며 살고 싶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내적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그 부부를 앞으로도 끊임없는 사랑으로 이끌어 줄 것임을 확신하고 왔답니다.
그런데 나는 그 부부의 이야기보다, 그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살이 신앙살이'에 좋은 소재를 들려주겠다며, 나를 찾아준 두 분의 형님 신부님이 더 도깨비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날 두 분의 형님 신부님은 그 부부의 이야기를 서로 다르게 들려주면서, 이 형이 말하면 "아냐, 그렇게 말 안 했어", 저 형이 말하면 "아냐, 내 말이 맞다니까!", 그러다가 그렇게 자상하고 친절한 두 형이 사자와 호랑이처럼 싸우면서 서로 "아니라니까!" 그 말만 반복하고.
그 신부님들은 사제로 서품받은 지 20년이 넘었고, 신학교 생활까지 합하면 거의 30년을 절친으로 살아왔는데, 지금도 만나면 티격태격, 으르렁으르렁하면서 싸웁니다. 그런데 도깨비같은 건, 1분 정도가 지나면 또 언제 싸웠냐는 듯이 다정하게 서로를 그렇게 배려를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 정말 두 분 신부님이 도깨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나면 두세 번 이상은 반드시 싸우지만, 헤어지면 늘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신부님들은 도깨비가 아닐까 합니다.
사목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다정하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언제나 희망을 안겨주는 신부님들은 주변 절친 동창 신부님들께 역시 도깨비과에 속하는 부류의 신부님들입니다. 늘 하느님 안에서 좋은 삶을 살아가고자 고민하고, 본당에서는 꼬맹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다가 신부님들끼리는 만나면 사소한 것에 서로 으르렁대는 신부님들. 그분들이야말로 이 세상 사람은 맞지만, 때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도깨비인 듯합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