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화전놀이 / 기덕문 (宇德)
봄바람이 불어오면
온 동네가 들썩이며
강나루 언덕배기 화전놀이 간다
진달래꽃잎으로 화전을 만들고
싱싱한 미나리에 회무침 만들고
막걸리 한잔에 너도나도 취해보고
댕그랑댕그랑 장구 장단에 노래하고 춤추고
저렇게 놀고 있다
땅이 꺼져라고 저렇게 뛰고 있다
시부모님 모시랴
시누이 눈치 보랴
친정집은 안녕하신가
시름도 많고 걱정도 많다
한 번은 모두 모두 잊고 싶다
한 번은 모두 모두 벗어나고 싶다
형님 동생 부르며
어깨동무해 보며
시름 걱정을 날려 보낸다
신수가 좋은 어머니는 기쁨과 고마움에 겨워 눈물 흘리고
신수가 안 좋은 어머니는 서러움과 슬픔에 잠겨 눈물 흘린다
신세타령 하다가 울다가 웃다가
푸른 하늘 쳐다보며
가슴을 열고 마음을 여니
세상이 다시 나에게로 오고 있다
*op.124 (2020.2)
90. 비 오는 날의 사중주 /기덕문(宇德)
피아노 소리에 상큼해지고 힘이 솟는다
아련하고 서러워 우네 바이올린
비올라는 포근해지며 다정하라네
너그러운 어머니의 마음 첼로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며 같이 듣자 하네
감나무잎이 춤을 춘다
커피 향이 모락모락
넷이서 크라이맥스에 오르며
크게 울어댄다
크게 소리친다
나는 기꺼이 일어선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보낸다
*op.158 (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