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기감응(同氣感應)
명당발복설과 동기감응설은 풍수지리를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이론이다. 명당발복설은 살아있는 사람이 좋은 터에 살게 되면 좋게 되고, 죽은 사람을 좋은 터에 묻으면 후손이 잘된다는 것이다.
또한 양택일 경우 땅과 살고 있는 사람과의 기운이, 음택일 경우에는 돌아가신 조상과 후손과의 기운이 서로 감응하여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동기감응설이다.
명당발복설은 동기감응설의 전제하에서 나온 것이므로 풍수지리의 핵심이 되는 것은 동기감응설이라 할 수 있다. 광범위한 풍수지리학문의 핵심인 동기감응을 몇 줄의 글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을 위주로 살펴보자.
? 동기감응의 비판적인 시각
양택의 경우에는 좋은 기운이 있는 땅과 그 기운과 좋게 감응하는 사람이 살면 좋은 기운을 받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음택의 경우 죽은 조상이 후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기 어렵다. 심지어 이러한 동기감응설에 비판을 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 풍수의 폐단을 비판하여 구전되어온 풍자시
『풍수선생이 쓸데없는 말을 번잡하게 하네 혹은 북쪽을 혹은 남쪽을 다시 또 동쪽을 가리키네 눈앞에 나타나는 천문도 아직 알 수 없는데 망망한 지리를 어찌 알리오 조부님께서 명당을 찾는 까닭은 헛되이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서요 풍수선생이 조부님을 찾는 까닭은 가난을 면해보자는 뜻이니리 만약에 청산에서 길지를 찾았다면 왜 당신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그 곳에 장사지내지 않으셨소?』
- 조선시대 실학자
조선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 홍대용은 湛軒書(담헌서)에는 『중형을 당한 죄주가 옥에 있을 때 겪는 고통이 견딜 수 없다하여, 옥 밖에 있는 그 죄수의 아들이 몸에 악한 병이 생겼다는 말을 듣지 못했거니와 하물며 죽은 자의 혼백에 있어서랴 어찌 죽은 아비가 산 아들에게 복을 내릴 수 있겠는가』 라고 하였고
정약용은 『살아계신 부모님이 자식 잘되라고 그 자식과 마주앉아, 두 손 잡고 좋은말로 가르쳐도 어긋나기가 쉬운데, 하물며 죽은 사람이 어찌 살아있는 아들에게 복을 줄 수 있는가』 라고 하였다.
- 세종대왕 즉위 당시 세종대왕은 서울 내곡동의 태종왕릉인 헌릉 평에 점지하였다. 이 자리를 두고 풍수가들은 물이 차는 자리기 때문에 다른 곳을 권하였다. 하지만 세종대왕은 “다른 곳에 좋은 자리를 얻는 것이 조상과 함께 있는 것만 못하겠느냐” 라고 풍수가들의 이야기를 묵살하고 그 자리에 능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의 결과는 실로 참담하였다. 세종대왕 승하 이 후 19년 동안 무려 4명의 임금이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문종은 재위 2년만에 종기로 승하하였으며, 단종은 재위 3년만에 사약을 받았으며, 피바람을 일으키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13년만에 승하하였으며, 예종은 1년만에 승하하였다. 결국 예종 1년에 여주로 이장을 하였다. 이장을 하기위해 능을 파니 19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신은 물론 삼베옷 하나 썩지 않았다고 한다. 풍수가들이 점지한 여주로 이장한 후 등극한 성종은 25년간 집권하며 많은 치적을 남겼다.
이처럼 풍수에 대한 여러가지 내용을 보면 그 당시 보편적인 사회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영향력 또한 무시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를 이용하여 利己榮達을 위한다면 마땅이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이기영달을 위해 덕복을 구하지 말고 선을 쌓아 풍수지리가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우리 풍수지리가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 동기감응에 영향을 미친 사상과 고전
우리나라의 삼신오제사상을 비롯하여 주역, 자연유기체설, 천인, 천인합일사상, 지모사상, 황제내경 영추편 중기관념, 회남자의 토기관념, 관자의 수기관념, 유가의 동기감응론(귀신론) 등이 있으며, 서적으로는 청오경, 장서, 지리신법, 명산론, 주자의 산릉의장, 정자의 장설 등이 있다. 다소 전문적인 내용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중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자.
1. 삼신오제사상
음양오행사상은 동양철학의 기본이론이다. 풍수지리 또한 음양오행사상에 근원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음양오행사상의 근본이 되는 우리나라의 사상이 바로 삼신오제사상이다.
대표적인 문화제인 경복궁 경회루, 남원 광한루, 경주 안압지, 마니산 참성단은 삼신을 나타내고 있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삼신오제사상은 만물이 생성하고 성장하고 사멸하여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 순환의 모든 과정을 관장하는 사상으로 음양오행설에 근간이 되기도 하면서 풍수의 밑거름이 되었다.
2. 주역
주역의 건괘를 살펴보면 『九五曰 飛龍在天利見大人은 何謂也ㅣ오. 子ㅣ曰 同聲相應하며 同氣相求하야 水流濕하며 火就燥하며 雲從龍하며 風從虎ㅣ라 聖人이 作而萬物이 覩하나니 本乎天者는 親上하고 本乎地者는 親下하나니 則各從其類也ㅣ니라 (구오에 이르길 비룡재천이견대인은 어찌 이름인고? 공자 이르길“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며,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해서 물은 젖은 데로 흐르며, 불은 마른 데로 나아가며, 구름은 용을 좇으며, 바람은 범을 따르느니라. 성인이 일어남에 만물이 바라보나니, 하늘에 근본한 것은 위로 친하고, 땅에 근본한 것은 아래를 친하나니 곧 각기 그 류를 따르느니라)』
중부괘에는 『鳴鶴在陰 其子和之, 我有好爵 吾與爾靡之 명학재음 기자화지 아유호작 오여이미지 (우는 학이 그늘에 있거늘, 그 자식이 화답하도다.)』
건괘의 同聲相應과 同氣相求는 같은 소리에 서로 응하며,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한다는 뜻이다. 중부괘의 어미새와 새끼새가 서로 교감하는 것은 조상과 후손이 서로 교감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두가지에서 말하는 것은 풍수지리의 동기상응과 유사한 관념이다.
박 새
마칵원숭이
일본의 한 섬에 사는 마칵원숭이 중 하나가 흙이 묻은 고구마를 씻어 먹게 되자 거의 비슷한 시기에 멀리 떨어진 다른 섬의 원숭이들도 씻어 먹게 된 것과 영국의 푸른 박새가 가정집에 배달된 우유의 병을 부리로 쪼아 먹는 법을 알게 되자 순식간에 다른 박새들에게도 전달되어 영국은 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전 유럽에 퍼지게 된 일이 있다. 이와 더불어 漢나라 때 미양궁의 종이 까닭 없이 울린 것이 모두 주역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라고 볼 수 있다.
마칵원숭이와 박새와 같은 행위를 일컬어 영국의 생화학자 루퍼트 셀드레이크는 형태장(Morphic Field)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형태장은 일종의 ‘우주의 氣’로 보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과학자 라이언 왓슨은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의 수가 일정량에 달하면 그 행동이 그 집단에만 국한하지 않고 공간을 넘어 확산되어가는 생태계의 불가사의한 현상”이라고 하였다. 과학자들도 氣로 밖에 설명할 수 없으며, 氣를 이야기하기 않고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라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현재와 같이 과학문명이 발전되기 전에 쓰여진 주역에서 "則各從其類也ㅣ니라"(곧 각기 그 류를 따르느니라)고 밝히고 있다. 과학적인 증명만을 요구하는 시각에서는 놀라운 사실일 수 밖에 없다. 기이한 현상을 잘 풀어내는 동방삭 ( 한나라때 까닭없이 울린 동종을 동기감응으로 설명하기도 함. )
3. 서적
청오경 “인생 백년에 죽음을 맞게 되니 형체를 벗어나 본디 돌아가고, 정과 신은 문으로 들어가며, 뼈는 뿌리로 돌아가는데, 그 뼈가 길한 기운에 감응하면 많은 복이 사람에 미치리라. 동쪽산에 불빛이 오르면 서쪽산에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니, 혈이 길하고 온화하면 부귀가 끊임이 없을 것이나 혹 그렇지 못하면 자손은 외롭고 가난해 질 것이다.”
장서 “사람은 부모에게서 몸을 받는다. 부모의 유해가 기를 얻으면, 그 남긴바 몸인 자식은 음덕을 받는다. 경에 이르기를 기가 귀에 감응하면 그 복이 살아 있는 사람에게 미친다고 하였다..........중략”
지리신법 “무릇, 그 땅에다가 집을 세우고 뼈를 묻게 될 때 받는 것은 땅의 기운이다. 땅의 기운에 있어 아름답고 그렇지 않음의 차이가 이와 같은 즉,.....중략”
주자의 산릉의장 “유골을 운전하게 모셔 그 혼령이 편안하면 자손이 번창할 것이며 제사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법칙입니다. .......중략......땅이 좋지 못하면 반드시 물이나 땅강아지, 개미, 바람 등과 같은것들이 광중을 침범하게 되어 그 유골과 혼령이 불안할 것이며 재앙이나 사망 혹은 대가 끊기는 우환이 있을 것입니다. 대단히 두려워해야 할 것입니다. ?
정자의 장설 “땅이 좋으면 그 곳에 묻힌 신령이 편안하고, 그 자손이 번성하는데 마치 나무뿌리를 북돋워 주면 그 가지나 잎이 무성한 이치와 같은 것이다. 조상과 자손은 동기이다. 조상이 편안하면 자손이 편안하고, 조상이 위험하면 후손도 위태로운 것 역시 그와 같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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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감응에 대해서는 이렇듯 여러 사상과 많은 내용(사례, 사상, 고서)이 있지만 현대에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는 객관적 실험에 의해 입증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인간을 원자의 집합체, 진동수, DNA, 전기적 주파수와의 상호 관계를 파악하고 객관적인 실험을 위하여 다방면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부산동의대 이상명교수는 건강한 남성 3명의 정액을 추출하여 전기쇼크를 가하는 실험, 예일대학의 Burr교수의 정자의 미세전압 측정한 것 등이 있다. 하지만, 수많은 세상의 일들을 객관적인 실험과 과학으로 모두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전자에서 언급한 마칵원숭이와 박새의 행동은 분명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과학자들도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현대과학의 힘으로는 입증할 수 없는 수많은 사실과 현상들이 많음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풍수지리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금낭경의 저자인 곽박이 전란을 예견하였으나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안타까운 마음도 짐작해볼 수 있다.
??賦
感萌陽以潛出 (감맹양이잠출) 將知水而封穴 (장지수이봉혈) 伊斯蟲之愚昧 (이사충지우매) 乃先識而以哲 (내선식이이철)
갓 해뜨기를 느껴 조용히 나와 비올 것 미리 알아 구멍 입구를 막네 이러한 개미의 우매함으로도 철인처럼 앞 일을 미리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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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함풍의 즐거운 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咸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