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날의 행복
글 ; 김 소 운
어느 날 아침 ,
남편은 세수를 하고 들어와 아침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
그 때 , 그의 아내가 쟁반에다 삶은 고구마 몇 개를 담아 들고 들어왔다.
“햇고구마가 하도 맛있다고 아랫집에서 그러기에 우리도 좀 사왔어요 .
맛이나 보셔요 .
”남편은 본래 고구마를 좋아하지도 않고
식전에 그런 것을 먹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
아내를 배려하는 뜻에서
그 중 가장 작은 놈을 하나 골라 먹었다 .
그리고 쟁반 위에 함께 놓인 홍차 (紅茶 )를 들었다 .
“하나면 정이 안 간대요 . 한 개만 더 드세요 . ”
아내는 웃으면서 또 이렇게 권했다 .
남편은 마지못해 또 한 개를 집었다 .
어느새 밖에 나갈 시간이 가까워졌다 .
남편은 “인제 나가봐야겠소 ,
밥상을 들여요 .” 하고 재촉했다 .
“지금 잡숫고 있잖아요 .
이 고구마가 오늘 우리 아침밥이어요 .”
“뭐요? ”
남편은 비로소 집에 쌀이 떨어진 줄을 알고 ,
무안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
“쌀이 없으면 없다고 왜 미리 말을 좀 못하는 거요 ?
사내 봉변을 시켜도 유분수지. ”
뾰루퉁해서 한 마디 쏘아붙이자 ,
아내가 대답했다 .
“저의 작은 아버님이 장관 (長官 )이셔요 .
어디를 간들 쌀 한 가마 못 구하겠어요?!
하지만 긴긴 인생 (人生 )에
이런 일도 있어야 늙어서 얘깃거리가 되잖아요 . ”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아내 앞에 ,
남편은 묵연해 질수밖에 없었다 .
그러면서도
가슴 속엔 형언 못할 행복감이 밀물처럼 밀려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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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끝나는 날
뒷주머니에 작은 위스키 한 병 꼽쳐 넣고
산을 오르다 숨이 끊어질 때
그 자리에서 위스키를 마시고 싶다고 했던
한국이 낳은 최고 수필가 중의 한분이셨던
김소운님의 수필속에서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의 우리들의 애환이
묻어납니다.
곤궁을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어디에 손을 벌리지 않고 청렴하게 살아가시는
하나의 과정임을
즐기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한해가 마무리되는 임인년의 끝날입니다.
본인이 여기서 마지막 날이라고 하지 않고
끝날이라고 표기하였는데
우리 어르신들은
마지막이라는 말을 아끼라 했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데
마지막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셨던 가르침의 영향으로
끝날이라고 표기했습니다.
날씨도 시리고 마음도 시린 날들입니다.
요즘 잘나가시는 분보다
여러모로 경제사정이 안좋으신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희망을 가져보자고 옮겨 봅니다.
지금은
그리 굶주리는 사람이 없지만
끼니 거르기를 밥먹듯이
굶주리던 베이비 부머들에겐
시절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우리님들 파이팅 하시는
오늘 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