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말경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알리바바의 글로벌 물류기업 차이니아오(菜鸟)를 방문했었다. 당시 알리바바는 한-중 간 전자상거래물품의 신속한 배송을 위해 인천항 배후단지에 조성 중인 전자상거래 특화구역에 보세창고(B2C창고) 개설을 타진하고 있었다.
최근 연일 국내 시장을 집어삼킬 듯 밀려오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의 e커머스 공세가 언론과 세간에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알리바바社 글로벌 사업팀장과 국제물류 한국 담당 팀장 등이 참석한 당시 면담에서 알리바바의 "'중국 내 24시간, 전 세계 72시간 배송' 모토 아래 세계 각지에 B2C 창고를 운영하고 있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와닿는다.
지난해 5월에 중국의 경제 분야 한 연구기관(‘中國中互聯罔网經濟硏究院’)이 <2022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데이터 보고서, 2023.5.4.>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최근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현황을 엿볼 수 있다. 전자상거래 범주에는 인터넷 기반 모든 실물, 서비스, 가상 상품의 온라인 거래 행위와 업태를 말하며, 주로 벌크 상품과 공산품 위주의 산업 전자상거래, 소비재 위주의 디지털 소매, 국제 전자상거래, 온라인 배달, 온라인 여행상품, 온라인 렌트, 교통 이동 등 디지털 수불 행위가 포함된다.
2022년 중국 전자상거래 분야 전체 시장 규모는 47조 5,700억 위안으로 2021년 42조 1,300억 위안 대비 12.9% 증가했는바, 최근 매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중국 내 전자상거래 산업의 직접 종사자는 722만 명으로 2021년 680만 명 대비 6.2% 증가했고, 간접 종사자는 6,325만 명으로 2021년 5,850만 명 대비 8.1%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의 전자 상거래 산업은 치열한 경쟁, 물류비용 상승, 소비 의욕 저조 등에 직면하여 대규모 감원, 사업 축소, 구조 조정 등을 통하여 원가 절감과 효율성 제고에 주력했다.
2022년 중국 내 온라인 소매시장 거래 규모는 13조 7,853억 위안으로 전체 소비재 소매의 31.3%를 점했고, 이용자 규모는 8억 4,500만 명으로 이는 전체 네티즌의 79.2%에 해당한다. 온라인 소매 거래 성장률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0%를 웃돌았고 이후 약 20%대를 기록하다가 2021년에는 10%대로 크게 떨어졌고, 2022년에는 4.9%를 기록하는 등 고도성장에서 완만한 성장기로 접어들었다.
온라인 소매 거래는 모델별로 C2C, B2C, C2M, B2B2C; 품목별로 종합 전자상거래, 수직 전자상거래; 거래 시장별로 수입 전자상거래, 수출 전자상거래; 기타 회원제 전자상거래, 생방송 전자상거래, 부티크 전자상거래, 미니프로그램 전자상거래, 디지털 소장품 등으로 분류된다.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으로는 알리바바, 징둥(京東), 핀둬둬(拼多多), 위핀회(唯品會), 샤오미 쇼핑몰, 쑤닝(蘇寧) 이커머스, 더우(得物) APP, 왕이옌시엔(罔易嚴選), 틱톡 전자상거래(抖音電商), 콰이수이커머스(快手電商), 타오바오(淘宝) 라이브 등이 있다.
생방송 전자상거래의 2022년 시장 규모는 3조 5,0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는데, 2018년 성장률은 590%에 달했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성장률은 각각 228%, 137%로 다소 하락했다.
소셜미디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조 7,648억 위안으로 신선식품, 중고품, 산모 영유아 관련 품목, 소프트웨어 서비스, 자동차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각각 5,601억 위안, 4,802억 위안, 1조 2,000억 위안, 966억 위안, 1조 2,897억 위안 등이었다. 한편, 2022년 농촌 전자상거래는 3조 8,086억 위안, 뷰티 전자상거래는 1,700억 위안, 수입 전자상거래는 3조 4,000억 위안이었다.
전국 디지털 소매 소비자 평가 순위는 투후양처(途虎養車), 홍뿌린(紅布林), 탕탕(當當), 자오징지(找靚機), 웨이파이탕(微拍堂), 쑤닝이구(蘇寧易購), 위핀후이(唯品會) 등이 '주문 권장' 등급으로 상위를 차지했다.
2022년 중국의 국제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5조 7,000억 위안으로 2021년 14조 2,000억 위안에 비해 10.6% 증가했는바, 2018년 이래 1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 중 전자상거래 수출은 12조 3,000억 위안으로 2021년 11조 위안 대비 11.8% 증가했고, 수입은 3조 4,000억 위안으로 2021년 3조 2,000억 위안 대비 6.3% 증가했다.
형태별로 B2B 거래가 75.6%, B2C 거래가 24.4%를 각각 차지했는바, 최근 몇 년간 국제 전자상거래 소매 거래는 정책적 지원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 전자상거래 이용자 수는 1억 6,800만 명으로 2021년 1억 5,500만 명보다 8.38% 증가했으며, 국내 소비 수요 증가로 해외 상품의 구매자 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 국제 전자상거래 기업은 주로 선전,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항저우 등 강력한 정책 지원, 선진적인 인터넷 기술, 발전된 물류 시스템 및 큰 시장 수요 등이 구비된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지역별 대표적 국제 전자상거래 기업은 베이징의 아마존 글로벌, 둔황망(敦煌罔), 징둥(京東) 인터내셔널, 寶貝格子; 상하이의 eBay、Wish、Temu、55 하이타오(海淘)、두사 빠오(豆沙包); 광저우의 쭈어즈(卓志) 그룹、양총(洋葱) 그룹、Payoneer、Skyee; 선전의 지메이퉁(至美通), 체스팡(递四方), Shopee; 항저우의 알리바바, 렌롄국제(連連國際), PingPong 등이 있다.
2022년 11월 중국 국무원은 랑팡시(廊坊市), 창저우시(沧州市), 윈청시(运城市) 등 33개 지역에 국제 전자상거래 종합시험구 설치를 승인했는바, 2022년 말 기준 중국 내에는 총 165개의 국제 전자상거래 종합시험구를 운영 중이다.
2022년 중국 산업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31조 4,0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7.86% 증가했는바, 이 중 벌크 시장 규모는 24조 5,000억 위안, 공산품 시장 규모는 9,500억 위안이었다. 산업 전자상거래는 제3자 및 자체 운영 B2B 플랫폼을 통해 기업 간 거래하는 것으로, 광의로는 기업 간 온라인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 거래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포함하며, 시장 규모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점차 스마트 공급망, 빅 데이터, 클라우드 공장 등 분야의 전략 정착을 추진하여, '데이터-과학기술-플랫폼'을 포괄하는 다단계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산업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처음에는 정보 서비스에서 시작하여 금융, 물류, 창고, 가공 및 설계와 같은 공급망 자원의 디지털 통합을 가속화하는 등 모델과 형식을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2022년 온라인 차량예약 시장 규모는 3,146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고, 사용자 규모는 4억 3,7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스마트 모바일 단말기를 기반으로 하는 공유 자전거, 렌터카, 주차, 지도 내비게이션, 대리운전 등의 업태를 의미하며, 넓은 의미에서 승차권(항공권), 숙박 및 티켓 등 온라인 판매 관광 플랫폼을 포함한다.
한편, 온라인 여행상품 시장 규모는 2019년에 1조 59억 위안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0년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6,386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36.5% 감소했으며, 2022년에도 7,46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3.6% 감소했다. 2023년에 여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위축되었던 소득과 관광 소비로 인해 향후 중국의 관광 시장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전자상거래 투자는 총 261건으로 전년 483건 대비 46% 감소했으며, 총조달액은 226.2억 위안으로 전년 1,497억 위안 대비 85% 감소하는 등 향후 전자상거래 각 분야의 자본투입이 현저히 감소하고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분야별 투자 건수와 금액은 산업 전자상거래 73건 79억 1,200만 위안, 디지털 소매 97건 44억 9,500만 위안, 디지털 생활 48건 40억 600만 위안,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43건 620억 6,000만 위안 등이었다. 투자액 상위 10개 전자상거래 기업은 百布、銳錮商城、店匠、亨道出行、如祺出行、嘉立創、店小秘、Akulaku、红布林、空中云滙였고, 상위 10개 기업의 투자 총액은 약 91.3억 위안으로 전체의 40.4%를 차지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자상거래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 영역 중 하나로 상품거래에서 물류 유통과 인터넷금융 분야로, 상품 공급망에서 산업 공급망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국제 전자상거래는 2018년 이래 매년 10%대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22년 총 거래액 15.7조 위안 가운데 수출이 78.3%를 점하고 있다.
물밀둣 밀려오는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의 공세에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중국 당국의 한국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e커머스 물품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걸맞게 우리도 관세, 안전인증 등 통관상의 상응한 통제장치를 마련하여 우리 업체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 시장에 안주해온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의 중국 등 세계 시장을 향한 글로벌 경영전략의 혁신 등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중국 국내에는 전자상거래 유통망과 배송망 등이 사통팔달 고속도로 마냥 잘 구축되어 있다. 중국 당국의 비관세장벽 등 넘어야 할 여러 장애요소가 버티고 있지만, 중국 내 소매 물류망과 지리적 인접성 등 이점을 활용한 우리 기업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할 때이다. 비록 한 마리 소를 잃었을 지언정 남아 있는 소를 지키기 위해서는 외양간은 고쳐야만 한다. Lao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