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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투쟁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 일시 : 2009년 8월 20일 오전 10시
◎ 장소 : 배재학술지원센터 3층 세미나실
◎ 주최 :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새세상연구소
◎ 사회 :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
◊ 발제
쌍용차 투쟁의 평과와 과제
-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
◊ 토론자 발언
- 이의엽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 공계진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장
- 정일부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
- 정종남 다함께 노동조합팀장
- 홍민철 민중의소리 기자
[쌍용차 협상타결 이후] "내가 잘리는 것도 아닌데 누가 동조파업 하겠나"
쌍용차 노조 나홀로 사투… 산별노조 근간 '흔들'
연대파업이 사라지고 있다. 쌍용자동차 사태가 노조의 양보로 일단락된 데는 정부와 사측의 '원칙' 고수가 제 1원인으로 꼽히지만, 노동계 내부에선 대기업 완성차 노조에 만연한 개인주의와 실리주의가 이른바 '연대투쟁' 동력을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쌍용차 사태로 인해 '임금 실리'에 치중하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개인주의적 경향은 앞으로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산별노조
노사 협상 타결 뒤 7일 처음 출근한 쌍용차 평택공장 직원들이 정문 옆 출입문을 통해 들어가려고 줄을 서 있다.
대형 사업장의 장기파업에는 파업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동종업체 노조의 연대파업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쌍용차 사태에서는 그 같은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쌍용차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총파업을 선언하고 쌍용차 노조 지지 결의대회 등 연대투쟁을 벌였지만, 현대차 등 핵심 사업장은 거의 빠진 채 부분파업에 그쳤다.
현대차지부는 내부 갈등과 임금 및 단체 협상 진행을 이유로 동조파업안을 부결시켰고, 민주노총의 총파업 카드는 기아, 대우 등 완성차 노조의 휴가철과 겹쳐 무색해졌다. 완성차 4사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쌍용차 노조가 금속노조의 실질적 도움 없이 홀로 싸운 형국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쌍용차 사태에서 동종 완성차 노조가 보여준 연대는 부끄러운 수준이었다"며 "완성차와 부품차 노조,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조 간의 격차와 인식 차이가 너무 커져 산별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노조 위주였던 금속노조는 2006년 9월 대기업 완성차 노조가 들어오면서 15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가 됐지만, 연대투쟁은 기업별 노조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같은 분위기는 KT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이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한 노조원은 "쌍용차 노조의 형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내가 잘리는 것도 아닌데 누가 연대파업에 가담하겠냐"고 말했다.
고용안전망 강화 없인 연대도 없어
이 같은 현상은 노조 운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쟁 만능의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은 소득이나 경제발전 수준에 비해 고용안전망이 몹시 취약하기 때문에, 노조 입장에서는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 위주로 운동을 몰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
더군다나 동종 기업은 본질적으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노조로서는 '내 문제 외에는 나 몰라라'하기 쉽다. 쌍용차가 파업으로 생산 중단되면 경쟁 업체로서는 경영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고, 이는 곧 노조원들에 대한 고용조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상호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책연구위원은 "산별노조는 단위 사업장에서 풀 수 없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초기업적 단위인데, 현재는 실질적인 역할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산별노조 차원에서 고용안전협약이나 고용 기금 지원 프로그램 등 고용안전망을 갖추지 않으면 사실상 연대투쟁은 구호에 그치기 쉽다"고 분석했다.
"뼈 아프지만 차선의 선택이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힘 빨리 키워야
생존과 갈등봉합 과제로…"노동운동 한계 노정" 평가도
정부의 무분별한 해외매각으로부터 시작된 쌍용차 사태가 공장 점거농성 76일, 굴뚝 농성 85일 만에 마무리됐다. 벼랑 끝 대치를 이어오던 노사는 6일 ‘마지막 대화’를 갖고 극적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쌍용차가 풀어야할 과제는 첩첩산중 남아 있다.
농성은 풀었으나, 웃을 수 없는
쌍용차 노사가 6일 정오 교섭을 재개해, 양측은 분사와 희망퇴직 등 정리해고 52%, 무급휴직과 영업직 전환 등 고용보장 48% 합의안에 서명했다. 교섭이 재개된 지 1시간 30분만의 타결이었다.
식수와 음식물, 전기와 가스까지 차단된 도장2공장에서 농성을 벌이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공장 밖 세상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 웃음은 없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안타깝고 뼈아프긴 했지만 차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7개월간의 “함께 살자”, “총고용 보장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지난한 싸움을 해왔지만, 이 요구는 노조의 외침이 결국 관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한 발 물러선 모양새나 핵심쟁점인 정리해고가 받아들여졌다”며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것이란 점”을 우려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계속된 반노동정책과 민주노조운동 탄압이 쌍용차 사태를 이후로 더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이미 1,800여명이 정리해고가 되었다. 결국 목숨과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지부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목숨을 구하기 위한 지부장의 결단"
그는 이어 "내부에서 싸웠던 분들은 그야말로 10~20년 가꿔온 회사가 주인하나 잘못 만나 골병 들었으니 자식 키우듯 지키고, 뒤집힌 정의를 바로 잡고 싶었을 것"이라며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와 준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남은 것은 노동운동, 진보정치가 받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사태는 단지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법정관리인에 의해 쌍용차 사태는 “사람을 자르는 방식의 구조조정”으로 해결됐다. 정부의 묵인 아래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고, 법정관리를 거쳐 정리해고가 단행됐다.
극한으로 치닫던 쌍용차 사태가 노사의 극적 합의로 마무리됐지만 7개월간의 싸움은 양측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무엇보다 52%의 ‘동지’는 공장을 떠나야 한다.
남은 48%는 자신들을 향해 새총을 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던 어제의 ‘적’과 함께 일해야 된다다. 양측의 깊을 대로 깊어진 갈등의 골을 매우는 것도 하나의 과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다시 일을 하게 된다고 해서 양측이 함께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산자와 죽은 자의 갈등이 심각하다. 일단 다시 회복하고 갈등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공적 자금 투입해야"
당장 공장을 정상화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쌍용차 사측은 파괴된 공장 설비를 보수 점검하는 데만 최소 2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오는 9월 15일로 제출될 회생계획안을 법원과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생존은 힘들어진다.
또한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 전에라도 회사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해 법정관리 절차를 중단할 수도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삼일회계법인이 기존에 제시한 2,646명의 인력감축과 2500억원의 자금지원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 칼자루는 정부로 넘어갔다. 노사가 극적 합의를 이룬 만큼 쌍용차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부의 지원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쌍용차 회생안을 마련하고 정상화를 이루어내야 할 것”이라며 “희망퇴직자에 대한 일자리 알선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전 대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힘을 빨리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쌍용차 자체만으로도 노조가 거의 양보한 만큼 정부가 적극 개입해 빠른 회생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사측은 고소고발건에 대해서는 선처하는 대신 민형사상에 대한 책임은 묻겠다는 방침이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전 최고위원은 “농성으로 발생한 민형사상 소송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며 “노노갈등의 흐름을 막고 진정한 의미의 노사회생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별노조 실제 내용 없이 구호만"
한편, 일각에서는 쌍용차 투쟁과 관련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제대로된 연대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쌍용차 사태가 결코 단위노조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는 측면에서 "상급단체가 사태 해결의 물꼬를 텄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금속노조가 기업별노조에서 산별체제로 가겠다는 것은 기업별 노조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인데 (쌍용차 투쟁 국면에서는) 실제적 내용도 없이 지지만 외쳤다”며 “지난 1~2달간 금속노조나 완성차 노조의 태도, 외각에서 지원연대 투쟁을 보며 정부는 (쌍용차 노조 무력화에) 확신을 가지고 밀어부쳤다”고 말했다.
조승수 의원은 “정부와 자본은 합동작전으로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목적을 관철시킨 반면 진보진영은 힘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총파업 약속을 몇번이나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게 민주노조 운동의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MB의 이념전쟁에 들어간 비용은 얼마?
[분석] 정리해고는 극한 투쟁 불러와...사측에도 손해
문형구 기자 mun@vop.co.kr
6일 쌍용차 노사협상은 말 그대로 극적타결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강제진압 방침을 고수하면서, 용산참사에 뒤이은 대형 인명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전날 쌍용차 협력사 사주들의 모임인 '협동회'는 조기파산 신청서를 제출했고 쌍용차의 청산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이 조기파산 신청은 노조에 대한 단순한 협박으로 드러났지만 무담보 채권의 90% 이상을 보유한 협동회의 이같은 행동으로, '갱생형 회생'의 가능성이 없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갱생형 회생으로 합의된 것, 뒤집기 어렵다'
노사협상의 타결로 향후 쌍용차의 처리방향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가닥을 잡게 됐다. 물론 법률적으로 내달 9일의 회생계획안 제출 이후 채권단 집회나 법원이 파산이나 청산형 회생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날 노사협상 타결이 사실상 정부와 노조의 합의라는 점에서 보면, 이를 뒤집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렵게 됐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청산형이냐 아니냐는 이후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산업은행이나 정부 입장에서 합의를 뒤집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사측이 요구한 인력 구조조정도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니 갱생형 회생을 해야 하고,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도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정부나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채권단이 청산형 회생을 내심 바랬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청산형 회생'이란 쌍용차를 청산하기는 하되, 법률적 형식에 있어서만 회생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이는 법률적인 파산을 거치지 않으면서도 회생과 제3자 매각을 유리하도록 기존 고용관계를 완전히 털어버리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쌍용차 파산이나 청산형 회생은, 오로지 채권단의 이익만을 위해 직접 고용된 노동자 5,300명과 20만명의 관련 종사자들의 생업을 빼앗거나 위협하는 결과를 낳는다.
MB의 이념전쟁 비용은 얼마나?
쌍용차노조에 대한 정부의 이념전쟁식 대응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나서야 끝이 났다. 처음부터 정부가 강압적 태도를 버리고 공적자금을 투입했다면 이같은 비용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쌍용차의 법정관리인이 제시한 향후 5년간 필요한 총 자금이 1.6조원이므로, 자산 매각과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감안하면 실제 공적자금 투입 필요액은 이보다 훨씬 적다.
생존권의 문제를 비용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쌍용차 청산시 당장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적지 않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쌍용차 파산으로 실업자가 2만명만 발생해도 실업수당이 1200억원이고, 평택의 국세수입 감소분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쌍용차가 밝힌 31일까지의 피해액 3천억원과, 정상가동까지의 피해액도 역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정도 되면 일방적 정리해고나 청산 방식에 따르는 비용이 노조측의 주장인 '함께 살기'를 위한 비용보다 적다고 볼 수 없다. 물론 노동자들의 생존권 박탈에 따르는 고통과, 막무가내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망한 6명 노동자의 목숨값은 측정이 불가능할 것이다.
경험적으로도 정리해고의 사회적 비용은 소수의 기업주들이 얻는 이익에 비해 크다.
설사 자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과연 이렇게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강행된 '정리해고'가 과연 효율적인 방법인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기업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와 자본측의 주장이지만, '해고는 살인'일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것은 필연이기 때문이다.
협상타결과 관련해 가장 다행인 것은,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목숨에도 아랑곳않고 가진 사람들의 권리만을 위해 이념전쟁을 벌여 온 현 정부의 '마이웨이'가 좌초된 점이다. 쌍용차 투쟁은 현 경제위기 하에서의 첫 구조조정을 둘러싼 싸움이었다.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된 노조의 점거농성과 협상타결은, 노동자들이 모든 대가를 치르는 방식의 위기타개책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쌍용차의 경우 정부가 뒤를 봐주고, 자본이 '먹튀'로 한 탕 해먹고, 노동자만 손해를 보는 회생방식은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냈다는 평가다.
77일의 목숨을 건 투쟁...절반의 승리
[종합] MB식 이념전쟁에 맞선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
배혜정 기자 bhj@vop.co.kr
‘기업 프렌드리’라는 미명 아래 노조 말살정책으로 일관해 온 이명박 정부 아래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모든 것을 건 투쟁이 결국 ‘절반의 승리’로 끝났다.
점거농성 77일, 굴뚝 농성 86일 만인 6일, 쌍용차 노사는 6월 8일자 정리해고자 974명을 대상으로 무급휴직과 전직 등 회사에 적을 두는 인원 48%, 희망퇴직 및 분사로 회사를 떠나는 인원을 52%로 하기로 합의했다. 즉, 애초 정리해고된 노동자 중 400명 이상이 ‘죽은 자’에서 ‘산 자’로 바뀌게 된 것이다.
왜 노동자가 책임을 져야 하나
쌍용차 사태는 사실 노동자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86일간 굴뚝 농성을 벌였던 쌍용차 노조 조합원 2명이 6일 저녁 헬기를 통해 이송되고 있다. 이들은 "쌍용차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쌍용차는 상하이차에 인수된 2005년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이었고, 작년 초부터 업계에서는 부도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98년 쌍용그룹 부도 이후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쌍용차가 지금 같지만은 않았다. 대우그룹에서 지난 2000년 분리된 이후 쌍용차는 완전히 정상화되어 2001년부터 3년 연속 30%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급증했고 영업이익률은 현대와 기아차를 앞지를 정도였다.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상하이차는, 우량기업이던 쌍용차를 인수한지 불과 4년 만에 껍데기만 남겨놨다. 상하이차는 인수 이후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1-2년 마다 신차종을 개발해야 유지될 수 있는 게 완성차업체인데, 2004년 이후로 신차 개발은 없었다. 반면 상하이차는 사내전산망 통합과 연구소 통합 등으로 쌍용차의 기술을 쉽게 이전해 갈 수 있었다. 기술 이전이 끝났으니 쌍용차 파산 여부는 상하이차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같은 '먹튀' 우려 때문에 2004년에도 쌍용차노조는 상하이차 매각에 반발하며 파업을 벌였다. 당시에도 노조를 비난하며 상하이차 매각을 환영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었다.
한마디로 쌍용차의 위기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경영진이 망가뜨려 생긴 것이었지, 사측과 보수언론이 말하는 '강성노조' 때문이거나 노동자가 태만해서 생겨난 위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공안통치와 정면으로 맞선 외로운 투쟁
작년 말 출범한 한상균 지도부가 본격적으로 투쟁을 시작했을 때 이들을 둘러싼 내외의 조건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취임 2주년을 맞아 공안통치를 본격화하고 있을 때였다. 또 하반기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을 앞두고 정부가 쌍용자동차를 본보기 삼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겉으로는 노사문제 불개입 입장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강력한 노조말살 정책을 취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우군이 되었어야 할 민주노총과 민주-진보진영 역시 취약한 조건이었다. 민주노총은 갑작스레 꾸려진 새 지도부의 지도력이 안정된 상황이 아니었고, 특히 지난 5월 대전에서 일어난 '죽봉시위' 이후 정권의 전방위적 공격 아래 조직력이 매우 위축된 상태였다. 금속노조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속노조의 핵심투쟁동력인 나머지 완성3사의 연대는 실망스러운 정도였다.
민주당 등 민주진영의 다수세력도 '미디어법'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중산층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쌍용차 문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때 국회 환노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노사중재를 위해 공장을 한두 번 들렀을 뿐이다.
이런 조건에서 쌍용차 노조는 제도권에선 오직 민주노동당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일찍부터 정부에 공적자금 투입을 촉구하면서 홍희덕, 권영길 의원을 중심으로 동조농성과 단식투쟁, 중재 노력 등을 했지만 사태 해결의 키를 쥐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77일간의 '목숨을 건'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떤 의미에서는 예상치 못한 '파이팅'이었다. 비록 '완승'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공안통치에 정면으로 맞선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결코 폄하될 수 없는 감동을 남겼다.
잔인한 공권력 행사, 이명박 정부엔 상처로 남을 것
물론 노조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독약'을 들이마시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로서는 수백 명 조합원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이날 노사 협상을 마치고 조합원들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한상균 지부장은 "반드시 정리해고를 막아야 된다는 신념으로 싸웠지만 전면적으로 막지 못했다"며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못하고 군살이 박힌 내용을 보고드리게 돼 동지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상처를 입은 것은 노조만이 아니다. 지분 축소를 감수해야 하는 상하이차나 원시적 폭력을 막무가내로 휘두른 사측 역시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사태의 키를 쥐고 있었던 이명박 정부 자신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의 편파적이고 폭력적인 태도는 년 초의 용산 참사에서처럼 두고두고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남겼기 때문이다. 지금 내연(內燃)하는 것처럼 보이는 민중의 분노는 언젠가는 반드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목표는 민주노동운동의 말살이다
[기고]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투쟁을 보며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
이명박 자본가 정권은 비인간-야만의 극치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용산에서 오갈데 없는 서민들을 불로 타살하더니,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입각해서 정당한 파업을 하고 있는 - 파업권은 노동 3권중에 가장 중요한 노동자들의 권리다 - 쌍용자동차노동자들을 물-전기-식량 등을 모두 차단한 채 토끼몰이하듯이 다시 죽음의 불구덩이로 몰아갔었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해도 이렇게는 안 된다
암유발성 최루액을 실은 헬리곱터 3 대와 ‘컨테이너 특공대’를 앞세운 5천여 명의 자본가경찰은 8월3일 10시 30분경부터 공중과 지상에서 쌍용자동차 파업노동자들을 전면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파업 75일째, 노사협상 결렬 이틀만이었다.
그러나 첫날 작전에 실패하자 8월4일 새벽에 자본가경찰은 다시 무자비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날은 압축스펀지탄을 장착한 다목적발사기, 테이저건, 쇠도리깨 등 맞으면 치명상을 당하는 무기까지 총동원했다. 헬리콥터에서 밧줄타고 내려오고, 컨테이너를 노동자들 머리 위 5cm까지 들이미는 등 ‘자본가특공대들’은 노동자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가하면서 수적우세를 통해서 노동자들을 잔인하게 공격했다.
조합원 세 명은 경찰공격을 피하다가 추락해서 그 중 한 명은 등뼈가 모두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고, 그 외 37명의 조합원들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는 등 100여 명 넘는 부상자들이 발생했다한다.
또한 경찰은 이미 제압돼 저항할 능력이 없는 노동자들을 여럿이 돌아가며 방패로 수 없이 내리찍고 발로 차는 등 경찰관직무 규칙도 완전 무시한 채 깡패 집단이나 저지르는 집단폭행을 작년 촛불집회 때처럼 자행했다.
이뿐인가 회사 정문 앞에서 쌍용구사대들은 쌍용자동차 파업노동자들을 지지, 지원하고자 세운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의 천막농성장을 폭력으로 침탈하고 다수의 민주노동당 당직자들과 시민들을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들은 오히려 폭력구사대들을 저지하기는커녕 방조, 묵인 했다. 경찰들의 비호하에 불법이 백주에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노동당 최석희 실장 등 입원자가 속출했다.
결국 민주노동당 천막당사 만이 겨우 자리를 지키고 있고, 강제진압 반대를 호소하기 위해서 강기갑 대표를 비롯해서 당 지도부가 모두 단식을 하고 있는 상태 임에도 구사대의 불법폭력은 계속되었다.
프랑스에서 주거권확보 운동을 하는 단체에서 ‘빈집’ 점거투쟁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한번은 베르사이유 광장 앞에 있는 빈 사무실 공간을 점거했다한다. 이 때 프랑스 당국자들은 어떻게 했었을까? 불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수돗물과 전기를 넣어주었음은 물론이고 당연히 식량을 차단하지 않았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농성은 헌법정신에 입각해서 볼 때 불법도 아니다. 백 보를 양보해서 실정법을 해석해도 중죄가 아니다. 더군다나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닌데 물-식량-전기를 차단하고 노동자들을 불구덩이 죽음으로 몰아갔던 행태가 도대체 어느 문명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 ? 물론 설사 죽을 죄를 지었다 할지라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옛 중국 삼국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반문명-야만의 극치가 아닌가 ?
리영희 선생은 이명박정부를 지칭해서 파시즘 초기로 진입했다고 했는데,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와 쌍용노동자들한테 저지르고 있는 야만적인 행위들을 볼 때 이명박 정부를 ‘무자비한 파시즘의 얼굴’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것 같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이명박 정권퇴진 투쟁을 결의 한 것에 대해서 조금 논쟁은 있지만 정세판단에서 선견지명이 있는 적확한 행동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어떻게 제대로 실천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목표는 민주노동운동의 말살이다
상하이가 경영권을 내놓고 난 상태에서 쌍용자동차의 실제 주인은 이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다. 지금까지 전개되어온 사태의 주요 책임이 이명박 대통령-지식경제부-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산업은행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확인한다.
이명박씨는 대통령 취임 후 말끝마다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첫 번째 요소로서 강성노동조합, 민주노총을 언급하곤 했다. 그리고 그 후 이명박 정부는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말살하기 위해서 계속 도발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설에 의하면 민주노동당도 말살시키기 위해서 국가정보원과 검찰을 중심으로 음모를 획책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소문이길 바라지만 필자의 분석으로는 대단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 사료된다.
이번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정리해고 반대투쟁 과정을 살펴봐도 이명박 정권의 의도가 민주노조 말살에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쌍용 공동관리인인 박영태씨는 “강성노조가 존재하는 데 누가 투자하겠느냐 ?” “정리해고가 노동조합 투쟁으로 저지되면 한국사회에 투쟁만능주의가 득세하게 되어 앞으로 한국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비용만의 문제라면 인력조정 대상 2600명을 다 끌어안고 연봉 1000만원씩만 주면 된다. 그러나 정리해고 없는 어떠한 협상도 있을 수 없다”라고 수차 언급 했던 데서 우리는 이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회사측에서 지원하는 노동조합 위원장 후보가 이미 활발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노조말살 음모를 확인케 한다.
그런데 ‘뉴패러다임’이라고 불리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유한킴벌리’회사의 사례를 살펴봐도, 이명박정부의 주장이 허구임을 잘 알 수 있다. 정리해고를 능사로,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저임금에 매달리는 기업들의 장래가, 한국경제의 장래가 결코 희망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추격당하고 있고 일본 등 선진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냉정한 현실에서 한국경제가 사는 길은 ‘적정고임금’ ‘고부가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고임금 고기술 등 생산성 향상으로 어려움을 돌파하지 않는 한 한국경제의 장래는 극심한 금융종속 상태에서 남미식 경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하겠다.
특히 97년 이후 급속하게 강화된 신자유주의세계화 정책으로 수출과 내수의 결합정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비정규직노동자 양산과 저임금 정책으로 우리 국민들의 저축율은 역사상 최하로 1980년대 16.9%에 비해서 2009년 현재 4.8 % 로 떨어져 저축율 세계 최하위라는 미국보다 낮은 상태다. 수요가 없이 경제가 재생산 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1%를 위한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
파업 조합원들은 끝까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지켰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목숨을 건 투쟁으로 정리해고를 막아내고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으나, 이명박정권의 자본가 경찰과 용역들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수세에 밀리게 되었고, 또한 무엇보다도 귀중한 조합원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일정하게 자본가들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상균 지부장은 “72억이면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데도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한 정부와 사측에 분노를 느낀다"며 "자본이 이렇게까지 한 것은 우리 조합원들을 죽여 대한민국 전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려는 것인데, 이것을 완전히 막지 못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 "원안대로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못하고 군살이 박힌 내용을 보고 드리게 돼 지부장으로서 분노는 있지만, 더 이상 동지들에게 제 한계에 대해 변명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다.
조합원들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최선을 다한 지도자의 보고였다. 이 번 쌍용싸움 과정에서 우리는 탁월한 노동운동 지도자를 발견했다. 한상균 지부장을 말이다.
77일간이라는 농성파업 투쟁과정의 자본가경찰과의 대립과정에서 조립공장이 일부 불에 타는 등 피해가 적지 않았지만, 파업 조합원들은 끝까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지켰다. 회사관계자들도 “ 생산설비는 전혀 이상이 없다. 열흘 후면 공장 정상가동이 가능하다‘ 라고 했다.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으로 회사가 망한다는 식의 왜곡된 주장이 횡행하고 있지만 이 번 쌍용의 투쟁과정과 그 외 수 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이는 틀린 말이다. 한상균 지부장도 회사를 살리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지 않았으면 이 번 타협은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노동조합운동에 특히 대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파업다운 파업투쟁이 사라지고 있었는데 이번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 노동운동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상태는 심각
상급단체로서 이번 싸움을 지지지원 했던 금속노조는 성명서에서 “이번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분쇄 투쟁은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한 위대한 싸움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라고 했다.
노동운동의 생명인 노동자들의 산업별 공동투쟁은 이번의 경우 대단히 미미한 실정이었다. 대다수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휴가를 떠났고, 몇 년전 만해도 활발했던 자동차 3 사 공동투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지도, 지원에도 많은 한계를 노정했다.
‘이명박 정부’- ‘자본가’- ‘검찰,경찰’- ‘자본가들의 사병인 용역’들 그리고 대다수 언론’들이 일치단결하여 우리 노동자들을 전쟁 시기 적으로 간주하고 잔인하게 탄압해오는 정세속에서 노동운동 진영은 너무나 무력했다. 무능했다. 비겁했다.
이번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보면서 우리는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상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뼈를 깎는 성찰이 요구된다하겠다.
다만 민주노동당은 휴가를 반납함은 물론이고 중앙당사를 쌍용자동차 정문 앞으로 이전하고 강기갑 대표를 비롯해서 최고위원, 국회의원, 당직자, 보좌관 전원과 경기도당을 비롯해서 수많은 당원들이 파업노동자들을 지지지원하기 위해서 끝까지 자리를 사수하며 헌신적이고 치열하게 싸웠다.
자본가 경찰과 구사대들의 끊임없는 폭행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구사대의 모욕주기가 견디기 힘든 상태였음에도 말이다. 회사측 부인들의 폭언폭행은 정말 견디기 힘든 난처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지지지원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노동운동론과 노동정책을 가지고 당답게 지도하고 책임질 수 있는 그리고 노사간 조정타협을 주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것이 과제로 제시된다 할 것이다. 또한 정치공간과 언론을 뚫을 수 있는 기획력과 정치력이 아쉽다 하겠다.
지금 경찰은 회사식당에서 간단히 조사한다는 약속을 파기하고 농성조합원 전원을 경찰서로 연행해 간 상태다. 구속자가 생각보다 많이 나올 것 같다. 쌍용 민주노조 사수와 조속한 회사 회생을 위해서 끝까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해고반대 전국적 투쟁이 필요하다
[기고] 쌍용차 파업, 쟁점과 과제..해고는 쌍용차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지원(노동자운동연구소(준))
쌍용차 노동조합의 점거파업이 결국 사측의 정리해고를 수용하는 것으로 종료되었다. 쌍용차 지부는 담화문을 통해 정리해고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히며 전국의 동지들에게 아직 끝나지 않는 정리해고 저지 투쟁을 부탁하였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공권력의 살인적 폭력과 물과 의료품마저 반입 금지된 생존의 한계 상황 속에서도 77일간 점거 파업을 사수하였다. 이제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우리 모두가 그들의 요구를 다시 들고 싸울 차례이다.
한동안 보수언론을 앞세운 정부와 자본은 노동조합 때문에 회사가 파산에 내몰리게 되었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렀다며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다. 이조중동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며, 노동조합 죽이기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이미 수차례 겪어본 레토릭이지만 하반기 더 많은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는 현재, 이들의 비난은 이후 투쟁의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 운동 내부에서는 강건하게 정리해고 저지 입장을 견지해 온 쌍용차 파업 투쟁을 결과론 적으로 비판하며 해고를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양보교섭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크다. 해고 이후에도 생존권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유연안전성 식의 제도 개선 요구에서부터, 구조조정 시 희망퇴직, 비핵심 부분 외주화 등에 대한 노조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노골적인 양보교섭론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 노조의 투쟁이 남겨준 과제는 노동조합이 강하게 투쟁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노조 책임론도 아니고, 또한 노동조합이 전략적으로 해고를 부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양보교섭론도 아니다. 쌍용차 노조의 투쟁이 우리에게 던진 과제는 어떻게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정리해고를 막아내는 싸움을 조직할 수 있는가, 어떻게 더 많은 쌍용차 투쟁이 전국에서 만들어 지게 할 수 있는가이다. 쌍용차의 향후 전망과 하반기 정세를 왜 그러한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쌍용차 파산 여부와 상관없이 구조조정은 더욱 크게 진행된다
점거 파업이 끝나자 정부가 내뱉은 첫 마디는 ‘투자자’를 시급하게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쉽게 이야기하면 인수 대상자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1원도 지원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 정부가 내뱉은 첫 번째 대안이 바로 매각 방침인 것이다.
정부는 러시아와 인도계 투자자가 쌍용차에 관심을 보인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는데, 이 러시아 또는 인도계 투자자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인수 합병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 펀드들이다. 사모 펀드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대규모 인원 정리와 자산 분리를 통해 기업을 팔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 매매 차익을 얻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서버러스(Cerberus)인데, 서버러스는 2006년 지엠의 할부금융 회사 지맥(GMAC)을 사들인 이후 2007년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 서버러스는 지엠과 비밀 협약을 맺어 크라이슬러를 대규모 구조조정 한 이후 일부 자산을 지맥으로 이전시켜 지엠에 되팔 계획을 가지고 이 인수 합병 과정을 추진하였는데, 2007년 하반기 경제위기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만약 경제 위기가 없었다면 크라이슬러는 산산조각 나 지엠에 인수되었을 것이다. 정부가 언급했던 투자자를 찾는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사모 펀드를 끌어 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자동차 기업이 온전하게 쌍용차를 인수할 가능성은 있을까? 안타깝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지엠의 험머를 인수한데 이어 유럽의 오펠을 노리고 있고, 인도의 자동차 기업들은 영국 로버를 인수 한 이후 이를 재매각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엠의 네다섯 개 브랜드가 시장에서 인수자를 기다리고 있으며, 2007년에 비해 판매량이 25% 이상 급감한 자동차 시장은 당분간 크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직접 지원하여 일정 기간 동안 고용 유지를 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한 정부의 정책은 단 하나일 수밖에 없다. 바로 대규모 추가 구조조정을 통한 재매각이다. 정부가 산업은행 등을 통해 배후 조정하든지, 아니면 아예 매매차익을 노리는 사모 펀드 등을 끌어들이든지 결과는 같다. 참고로 산업은행을 통한 매각은 회사가 밝힌 소위 청산형 회생계획을 통해서도 가능하며, 파산 절차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양자 사이의 차이점은 법적 절차의 차이일 뿐, 쌍용차를 조각내어 여러 구매자에게 판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노동조합을 잃어버린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고용 보장은 없다
분리 매각 과정에서 최대 피해자는 노동자다. 해고를 통한 인력 감축과 분리 매각 과정에서 채권단은 일부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고, 정부는 쌍용차 문제를 손때는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노동자가 얻는 것은 해고가 전부이다. 쌍용차가 분리 매각된다면 실제 고용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는 천명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쌍용차가 분리 매각된다면, 잘해야 창원 엔진 공장 정도가 새로운 기업 아래서 하청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평 공장과 나머지 정비 사업소 등은 모두 부동산 가치 외에는 크게 의미가 없다. 이러한 사정을 알기에 쌍용차 노동조합이 77일간 점거 파업을 하며 요구한 것들은 단지 976명의 정리해고를 막자는 것만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용을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상하이자동차의 주식을 소각하며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만이 쌍용차 노동자들이 살 수 있는 길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조합의 점거 파업 파괴에 앞장 선 구사대는 결국 자신들의 무덤을 판 것이다. 법정관리인들의 지시에 따라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들에게 광기어린 폭력을 퍼 부은 구사대는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정부에게 최소한의 생존 요구를 할 마지막 기회를 잃어버렸다. 채권단의 파산 협박이 두려워서 그리고 해고는 죽음이라는 공포로 점거 파업을 하루 빨리 끝내 버리고 싶어 했던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노동조합이 점거 파업을 끝내고, 이제 정부와 채권단이 자기 마음대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린 지금, 그들을 지켜줄 것은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또한 일부 언론과 노동운동 내에서도 이야기하는 노동조합이 유연하게 정리해고자 숫자를 타협했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투쟁의 쟁점을 전혀 잘 못 잡은 주장들이다. 정부와 사측의 의도가 적당한 비용 절감을 통한 기업 회생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결국 대부분의 노동자가 해고될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976명이 양보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8천여 명의 노동자가 대부분 해고되는 문제였다. 해고를 적당하게 타협하라는 주장은 1년 아니 반년간만 더 해고를 지연시키라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해고는 쌍용차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전 사업장으로 확대 될 것
한 번 물꼬가 터진 정리해고는 거칠 것 없이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이미 노조에 파산 협박을 하며 정리해고 수용을 요구한 바 있는 위니아만도를 비롯하여 만도 등의 초국적 자본 소유의 기업들에게 쌍용차는 하나의 준거가 될 것이다.
또한 금속 노동자 운동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기업들에서도 정리해고가 확대될 것이다. 한국 경제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자본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규모가 작은 쌍용차보다는 현대 기아, 그리고 지엠 대우이다. 현대차 출신 법정관리인의 지난 인터뷰에서도 드러냈던 것처럼 정치적으로 노동조합을 타격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 노조에 대한 압박이었다.
당장 지엠대우는 부도 직전의 위기에 처해있다. 2009년 상반기 생산량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더군다나 지엠 본사에 대한 자본 유출 의혹이 있는 파생상품거래로 인해 매달 천 억 이상의 금융 손실을 몇 달간 계속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10월에는 산업은행 대출금 8천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 운전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지엠대우는 8~9월 중 산업은행이 추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부도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 문제는 이러한 손실이 당기간의 유동성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출이 생산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지엠대우는 오펠 매각으로 인한 지엠유럽의 붕괴, 북미 지역의 소형차 독자 생산 계획 등으로 인해 장기간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 정리해고 요인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이다. 그리말디 사장이 인위적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고 노조와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는 2조원 대의 산업은행 지원에 사활을 건 지엠대우의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 9월 말 그리말디가 퇴임한 이후 중단기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생산 감소폭으로만 보면 상황은 2001년 정리해고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세계 자동차 시장이 9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하며 지엠이 대우자동차를 하청생산공장으로 원했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세계 경제가 구조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현재가 더욱 큰 지엠대우의 위기라 할 수 있다.
현대의 경우 2009년 7월 생산량이 15만대 수준을 회복하며 겉으로만 보기에는 일정정도 생산량을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이 정부의 지원금에 의한 내수 회복으로 인한 것으로 2007년 기준으로 전체 판매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은 여전히 예전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년 늘어나 이미 전체 생산량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해외 공장에서의 생산 또한 문제인데, 현대차는 그나마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도 다소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서의 현지 생산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국내 인력 감축 요인이 더욱 강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여유 자금이 있는 현대차가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사측이 인력 조정을 계속 미루지는 않을 것이다. 1만 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감행했던 1998년만큼 빠른 구조조정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2000년대 이후 전체 생산에서 수출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 해외 생산 비중이 크게 증가한 점, 자동차 시장 거품 붕괴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여건은 1998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아차 역시 현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초국적 자본의 소유 하에 있는 기업들은 쌍용차 파업 이후 파장에 더욱 직접적으로 노출될 것이다. 이미 지난 4월 위니아만도는 시티벤처캐피탈의 자본 철수 위협 속에서 9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강행하였다. 파카한일유압은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새로운 회사를 새워 자산을 이전하며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하였다. 초국적 자본의 철수와 이후 처리과정에 대한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이 용인된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정부가 노동조합의 투쟁에 대해 일절의 양보 없이 단호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것을 확인한 이들 기업들은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약 17만에 가까운 노동자가 초국적 자본 소유의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금속노조 존재 이유가 부정당하고 있다
하지만 정권과 자본의 공격이 거세게 진행되는 가운데, 정작 이에 맞서야 할 금속노조는 오히려 점점 더 그 존재의 이유를 상실해가고 있다. 1,000여명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쌍용차 공장에서 목숨을 걸고 진행한 정리해고 저지 투쟁에서 금속노조가 보여준 미약한 투쟁력은 왜 산별노조를 만들고자 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자아내게 한다. 쌍용차 지부가 옥쇄파업을 단행한 순간 현대차 지부는 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며 노조 공백 사태가 벌어졌고, 지엠대우 지부는 사측과 임금동결에 합의하였다. 금속노조의 부분 파업 지침은 파업이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확인조차 힘들 정도로 선언에 그쳤으며, 그나마 몇 천이 모인 평택 주말 집회에서는 전술을 둘러싼 갈등으로 조합원 대부분이 해산해 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더군다나 쌍용차 지부의 투쟁은 다른 것도 아닌 바로 금속노조가 2009년 핵심 목표로 제시한 총고용 보장을 내건 투쟁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분오열은 더욱 뼈아프다. 금속노조의 요구가 정부에게 위협이 될 수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 버린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산별노조 존재의 이유는 기업별 노조로는 불가능한 산업적 쟁점과 국가를 상대로 한 투쟁의 유효성에 있다. 이러한 투쟁들을 통해 조합원은 회사의 종업원이 아닌 노동자 계급으로 자각하게 되고, 또한 시장의 논리에서 벗어나 대안적 사회를 꿈꿀 수 있다. 쌍용차 투쟁은 정리해고라는 전 노동자적 문제였으며, 공적자금 투입 주체이자 사태의 실질적 배후인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였으며, 초국적 자본의 만행과 한국 사회의 세계화 과정에 대한 성찰을 담은, 그야말로 산별노조가 그 존재의 이유를 보여주어야만 했던 투쟁이었다.
해고반대 전국적 투쟁 전선, 금속노조의 재건이 필요하다
8월 이후 노동자운동은 시급히 전국적인 투쟁 전선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해고는 살인’이라 했던 쌍용차 노조의 정리해고 분쇄 투쟁을 인천, 울산, 창원,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조직해야 하며, 정부에게 해고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일부는 해고를 제한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안전망을 먼저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현재의 경제 상황과 노동자 생존의 근거를 파괴하는 대량 해고 사태에 눈감은 관념적 해법일 뿐이다. 노동 유연화가 정권 차원의 최대 과제라 주장하며, 그나마 있는 복지 예산도 삭감하여 4대강 삽질에 쏟아 붓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사회적 안전망류의 정책들은 극단적 노동유연화를 가리는 치장에 불과하다. 30조원 이상의 정부 재정이 건설 자본과 지역 투기 세력에게 돌아가는 4대강 정비사업도 저지하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운동이 이러 저러한 재정 투입 제안을 한 들, 이를 듣는 사람이나 주장하는 사람이나 머쓱한 일이다.
해고를 제한하는 문제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세계 경제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장기간의 생산 감축 속에서는 해고-고용이라는 노동유연화의 순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노동시간단축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역시 일자리를 나누는 기간이 단기간일 때나 통하는 것이다. 현재 약간의 경기 반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나, 아직도 숨겨진 금융 부실이 천문학적 수치로 존재하며,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를 대체할 새로운 축적의 방식은 등장하고 있지 않다. 금융 투기 거품으로 탄생한 21세기 초반의 수요 수준을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장기간의 저점 균형(침체)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고는 곧바로 실업이며, 생존권의 박탈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쌍용차 노동자의 외침이 해고의 위협을 알리는 선전 문구만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자본이 자신의 이윤을 희생해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고용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 답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특히 이미 한국의 노동유연화가 OECD 내에서도 상위 수준일 만큼 매우 높다는 점 때문에 해고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10여 년간 진행된 자본의 필사적인 노동 유연화 정책들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도, 부족하게나마 존재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등의 안전망도 무력화시킨다.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개정되어 실질 노동시간이 줄어들었지만 그 줄어든 시간을 채운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규직에서 1차 하청으로, 그리고 또 2, 3차 하청으로 내몰리고, 단기 계약 노동자로 내몰리며 줄어든 임금 노동조건만큼을 안전망을 통해 보상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해고를 통해 임금은 줄고 고용은 더욱 불안해 진다. 그 어떤 대안도 현재와 같은 노동유연화 수준에서는 자본의 노동 비용 절감 효과에만 이용될 뿐이다.
이러한 해고를 제한하는 싸움에서 조직된 노동자들, 그리고 금속 노동자들이 앞장 서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금속노조는 일정에서만 존재하는 산별건설이 아니라, 오직 조직 형식적으로만 진행되는 지역지부전환 등의 조직 체계 개편만이 아니라 조합원 모두가 계급적으로 단결해 나가는 산별노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는 쌍용차 투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 금속노조의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직시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며, 하반기 전국적 투쟁 전선을 실질적으로 조직해 나갈 수 있는 계획과 결의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총력 '올인' 그러나 힘에 부친 '진보'
[쌍용과 진보양당] 민노 ‘1천만 탄핵서명'…신당 '생활밀착 진보'
지난달 28일 민주노동당은 평택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최고위원-의원단 등 지도부 전원이 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앞선 24일 단식농성에 돌입한 홍희덕 의원까지, 민주노동당은 그야말로 지난 10일 동안 전 당력을 기울여 쌍용자동차 문제해결에 나섰다.
높은 평가 받은 민주노동당 활약
진보신당 역시 30일, 대표단과 당직자들이 평택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8일 동안 대표단과 당직자들이 번갈아가면서 농성에 참여한 진보신당은 천막이 철거된 이후에도 평택에 남아 도장공장안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공권력에 맞섰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그동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미디어법으로 형성된 전선에서 소외되던 진보정당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이슈였다. 진보양당은 이에 적극 결합했고, 결과와는 무관하게 치열하게 싸웠다. 민주노동당 5명, 진보신당 1명 등 총 6명의 진보의원들이 보여준 ‘공중전’의 활약도 좋은 점수를 받을 만 했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활약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쌍용자동차 정문 앞 가족대책위원회의 천막밖에 없던 시절, 민주노동당이 처음 당의 천막을 설치했고, 이후 진보신당과 민주노총, 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결합해 거대한 외곽진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 2일 600여명의 민주노동당 대의원들은 평택역에 집결해 “쌍용자동차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공권력 투입 중단”을 주장하며 집회를 벌였고, 협상타결로 인해 취소되었지만 9일 당원 결의대회까지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민주노총 보다 적극적인 행보였다.
"당 조직 정비 강화에도 도움"
의원단의 활약도 돋보였다. 14일 간의 단식 끝에 타결 전인 5일 병원에 후송된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사측과 경찰의 물-식량 반입 금지계획을 폭로했고, 협상 결렬 이후에는 이미 협상과정에서 사측과 경찰이 공장진입계획을 세워놓은 것을 밝혔다.
이정희 의원은 사측의 소방시설 단수가 ‘현행법 위반’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정희 의원은 6일 <레디앙>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소방방재청에서 사측에 대한 고발조치가 들어갔다”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도 ‘중재단’의 일원으로 협상타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의 결합도 많이 늦은 측면이 있다”며 “진보정당이, 특히 노동자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권익을 위해 진작 결합했어야 했지만 당의 역량에 한계가 있고 의원수도 적은 상황에서 미디어법 국면을 맞아 대응의 속도가 늦었다”고 말했다.
이어 “후회와 반성으로, 미디어법 국면이 다소 지난 이후 ‘당장 내려가자’는 당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고 홍희덕 의원의 단식부터 시작되었다”며 “막막했던 연대지원대책에 민주노동당이 원내정당, 합법적 공당으로 그 공간을 열었다고 자평하며, 당으로서도 쌍용차 문제에 적극 결합하면서 당의 조직 정비와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힘 키워야"
진보신당도 노회찬 대표, 조승수 의원, 심상정 전 대표가 번갈아 쌍용자동차 현장을 지켰다.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대표단회의를 천막을 세운 이후 평택에서 진행했다. 여기에 조승수 의원은 “법정관리 상태에서 공적자금이 지원된 선례가 없다”는 정부의 발언을 뒤집는 사례를 발견해 폭로하기도 했다.
이 처럼 진보양당이 쌍용자동차 문제해결에 적극 나섰지만, 결국 정권과 사측의 강경대응에 맞서 성과를 얻어내진 못했다. 무엇보다 힘의 한계가 절실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상당한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협상 타결소식에 “눈물어린 환영”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미디어법이 일단락되고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진보정당은 자기의제에 충실한 지점인 쌍용자동차에 매달릴 수 있었으나 워낙 정권과 사측의 대응이 강해서 소수정당이 이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컸다”며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사건을 보며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많이 봐왔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우직하게 일하는 보통 사람들이 다투는 것을 보며 많은 아픔을 느꼈다”며 “우리가 더 (정부가 대화에 나서도록)이끌어내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노, 1천만 탄핵서명-진보신당 생활 밀착형 진보
일단 쌍용자동차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진보정당들은 조직을 추스르면서 하반기 사업계획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당 자체의 자기운동이 정체된 느낌이 들기 때문에 하반기 투쟁계획을 세워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권퇴진운동’을 전면에 내 건 민주노동당인 만큼 “천만인 탄핵서명운동, 시국선언운동을 조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도 현재 SSM 등 서민생활에 밀접한 진보운동을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종철 대변인은 “8월 20일 경 정도에 SSM, 영리병원과 같은 6~7개의 의제에 대한 순서를 정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