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28〉수행자상과 무소유
무소유는 출가승의 첫째 수행 덕목
소욕지족<少欲知足>이 수행의 공통덕목
비움과 나눔의 삶을 살아야
“비구들이여, 만약 고뇌에서 벗어나려면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知足).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비록 맨땅 위에 누워 있어도 편안하고 즐겁지만,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극락에 있어도 불편하다고 불평한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가진 것이 많아도 늘 가난하다고 신세 한탄하지만,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비록 가진 것이 없어도 만족스러워하며 부유하다고 생각한다.”
앞의 내용은 ‘만족함을 알라(知足)’는 <불유교경(佛遺敎經)>의 내용이다. 지족 다음으로 욕심을 적게 하라는 소욕(少欲)이 서술되어 있다. 이라고 한다.
조동종의 도오겐(道元, 1200~1254) 선사는 열반 직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불유교경>의) 8대인각을 배워 매일 실천하면, 무상의 진리를 깨닫게 되고, 중생들을 위해 이것을 설법하면 부처님과 같이 된다.”
한편 <증일아함> ‘팔난품’에도 지족과 소욕에 관한 내용이 있다. 천안제일 아나율 존자가 유행하는 도중, 수행자의 조건으로 여덟 가지를 사유한 뒤, 부처님께 의견을 여쭈었다.
“부처님, 수행자가 갖춰야할 8가지 요건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첫째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수행자(知足者), 둘째 고요한 곳에 머물러 평온을 유지하는 수행자(閑居者), 셋째 욕심을 여의는 수행자(小欲者), 또한 계율을 지키고 선정 삼매를 유지하며 지혜를 얻고 법문을 많이 들으며 늘 정진하는 수행자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두 경전에 승려의 요건으로 지족(知足)과 소욕(小欲)이 공통분모로 담겨 있다. 바로 이 지족과 소욕은 무소유정신을 말함이요, 이 무소유는 승려의 첫 번째 수행 덕목이요, 계율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부처님 당시에는 수행자들이 여분의 어떤 물건을 소지할 수 없었다. 가사는 분소의(糞掃衣)라고 하여 남들이 쓰다가 버린 조각을 기은 옷인데, 계율에 가사도 3벌이었다. 3벌이란 말은 오로지 현재 입고 있는 가사를 지칭한다. 또 걸식해서 공양했으므로 여분의 음식을 소지하는 것도 계율에 위배되었다. 불멸후 100년 무렵, 2차 결집이 계율문제로 이루어졌는데, 이 가운데 ‘약 대용으로 여분의 소금을 소지해서는 안된다’는 계율 항목이 정해졌다. 또한 승려들은 안거 때 이외에는 유행을 하였는데, 유행중 한 나무 밑에서 하룻밤을 자되 절대 두 밤을 머물지 말라고 하였다. 애착과 탐욕이 생기는 것을 염려해서이다.
<숫타니파타>에도 만족할 줄 아는 것은 수행자로서 더할 나위없는 행복이라고 하였고, <법구경>에서도 만족은 큰 재산이라고 하였다.
내가 막 출가한 햇중 때만해도 어른 스님들에게 “중은 춥고 배고파야 공부한다”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요즘같이 물질적으로 풍부한 시대에 케케묵은 소리라고 옆으로 밀어놓을 것인가?! 이 말은 내게 들려주는 충고이기도 하다. 장판 때가 묻을 만큼 절집에 머물렀다는 삶의 안일함에 익숙해 더러는 ‘내가 이렇게 편해도 되는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
미국의 최대 갑부 워렌버펫과 빌게이츠는 현재도 수많은 기부금을 내고 있고, 그들의 사후에도 재산 일부분이 아프리카에 기부될 것이라고 한다. 워렌 버펫의 자서전에 의하면, 그는 최고 부자이지만 점심을 저렴한 햄버거로 하는 경우도 있다. 재가인들도 이러하거늘 승려들의 재산축적이나 불미스런 일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비움과 나눔을 통해 진정한 무소유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수행자상이 아닐까?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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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불수반열반약설교계경 = 불유교경(약칭) http://abc.dongguk.edu/ebti/c2/sub1.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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