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1976) - 조세희 -
민근홍 국어교실
[줄거리]
앉은뱅이와 꼽추, 몸도 성하지 않고 생활도 어려운 그들의 집이 무너져 버린다.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해 그들은 살 집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아파트 입주권이 나오지만, 입주금이 없어 시에서 주는 이주 보조금보다 약간 많은 돈을 받고 입주권을 팔고는 자신들의 집에 세든 사람들의 전세금을 계산해 주고 무일푼이 돼 버린 채,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었다. 동네의 다른 사람들은 집을 잃을 때 쇠망치를 든 사나이들과 한 바탕 다툼을 벌였지만, 꼽추네 식구들은 가만히 있는다.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 집마저 잃어 버린 그들은 복수를 결심한다. 기름통까지 준비하고 마음도 굳게 먹는다. 그러나 앉은뱅이는 적극적임에 반해 꼽추는 겁을 낸다. 앉은뱅이는 살이 피둥피둥한 부동산업자를 만나 그와 집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동산업자의 거짓말에 화가 난 앉은뱅이는 그를 차에 태운 후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다. 잔인한 살인을 하게 된 앉은뱅이, 그와 함께 복수를 음모한 꼽추이지만, 그는 그런 앉은뱅이가 무서워진다. 앉은뱅이는 강냉이 기계를 사서 생활할 계획을 세우고 꼽추는 약장수를 따라가겠다고 나선다. 그는 앉은뱅이의 복수심이 무서워 떠나겠다고 한다. 둘은 헤어지고 혼자 남은 앉은뱅이는 눈물을 흘린다.
[인물의 성격]
◈ 수학 교사 :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선생님. '뫼비우스의 띠'를 통해 흑백 논리, 고정 관념을 탈피하라고 가르침.
◈ 앉은 뱅이 : 어렵게 살아가다 사기를 당한 억울한 인물.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부동산 업자를 살해함.
◈ 꼽추 : 앉은뱅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인물이지만,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며 살아감. 부동산 업자를 살해하는 일에 동참하지만, 곧 자신의 행위를 후회함.
[구성 단계]
◈ 발단 : 액자소설의 겉 이야기로, 수학 교사가 '굴뚝 청소하는 아이'와 '뫼비우스의 띠'를 이야기 해 줌.
◈ 전개 : 앉은뱅이네와 꼽추네가 도시 재개발의 과정에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음.
◈ 위기 : 꼽추와 함게 복수를 결심한 앉은뱅이가 부동산업자에게서 돈을 빼앗고, 그를 잔인하게 죽임.
◈ 절정 : 앉은뱅이의 폭력적인 복수에 환멸을 느낀 꼽추가 그와 함께 하지 않기로 함.
◈결말 : 수학 교사가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곡면을 상정하며, 지식의 이기적 폭력화를 경고함.
[이해와 감상]
◈ 이 작품은 조세희의 연작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12편 중 하나이다. 연작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낙원이나 행복과는 거리가 먼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난쟁이 일가의 삶을 통해, 도시 재개발 뒤에 숨은 빈민층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작자는 이 작품으로 1970년대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던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함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 이 작품은 12편의 연작 소설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데, 다른 작품과는 달리 이 작품은 그 내용이 수학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 제시되는 일종의 액자 소설의 형태를 보여준다는 점이 특이하다. 1970년대 가장 핵심적인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작품 속의 수학 교사가 학생들에게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어떻게 형성시키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작가는 수학 교사의 우화적인 이야기를 통해, '뫼비우스의 띠'의 문제를 핵심적으로 부각시키며, 그것이 암시하는 바 즉, 세상 만물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과 뒤를 구분할 수 없는,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사실 혹은 진실인 것처럼 믿는 것이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 따라서 현실에 대한 엄정한 비판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 액자 소설의 속 이야기에 해당하는 앉은뱅이와 꼽추의 이야기는 1970년대 도시 재개발의 이변에 드리워진 빈민들의 처절한 삶의 절규가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앉은뱅이와 꼽추는 연작의 다른 작품에 나타나는 '난쟁이'와 같은, 산업화된 거대 도시 자본 속에서의 무능력하고 무력한 존재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간 부동산업자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복수를 하지만, 복수의 과정에서 평소 꼽추네 집안 사람들보다 대가 약했던 앉은뱅이는 오히려 부동산업자에게 폭력적으로 복수를 한다. 돈을 빼앗고 휘발유를 뿌려 그를 불에 태워 버린다. 상식적으로는 비도덕적이고 비인륜적인 앉은뱅이의 복수이지만, '뫼비우스의 띠'라는 작품의 제목을 상기할 때, 그의 행동은 부동산업자를 비롯한 당대 사회가 앉은뱅이네와 꼽추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간 것과 같은 면에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꼽추는 이렇게 동일한 폭력성에 환멸을 느끼며, 비록 힘들고 어려운 약장사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그 길로 걸어가고자 한다.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호한 현실 속에서, 꼽추는 앉은뱅이에게서 돌아서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하지만,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 제목의 '뫼비우의 띠'는 사물의 현상과 본질, 참과 거짓, 흑과 백이 서로 다른 면에 놓일 수만 있는 것이 아니며, 서로 동일한 면에서 지배되는 법칙에 적용을 받는 것일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이러한 인식은 당대 사회의 모순을 그려내는 그의 연작에서, 사회적인 모순이 흑과 백, 참과 거짓, 선과 악, 노동자와 자본가, 철거민과 도시 민민의 단순한 이분법적 대립 구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그 근본이 있음을 암시한다.
*출처 : 글동산 국어 <문원각>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액자소설, 연작소설, 모더니즘적 소설
◈ 배경 : 시간적 → 70년대 도시 재개발 과정
공간적 → 재개발 지역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액자식 구성
짧고 간결한 문체
대화와 행동에 의한 사건 전개
상징적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함.
◈ 주제 ⇒ 산업화의 진행 과정에서 인간의 가치가 소외되는 사회 현실
[생각해 볼 문제]
1. 수학 교사가 들려 준 굴뚝 청소 이야기는 어떤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 보자.
⇒ 인간의 삶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관계를 벗어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2. 이 작품의 서사 구조가 갖는 특징과 효과는 무엇인가?
⇒ 시간의 흐름이 과거와 현재가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혼재하고 있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혼재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등장 인물과 서술자가 내면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음을 암시한다.
3. 액자 소설 형식이 가지는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액자 소설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에 사실성을 부여하여 신뢰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외부 이야기를 통해 내부 이야기의 의미를 암시하기도 한다.
4. 꼽추가 말하는 '완전한 사람'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 사회적 약자인 꼽추에게는 완전한 사람이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지킬 힘을 소유한 사람일 것이다. 꼽추에게 약장수는 강인한 육체적 힘을 지닌 인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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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_창비1]_Ⅱ_3_(3)_뫼비우스의_띠,_조세희(학생용26문항).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