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로 힘들었던 여름을 밀어내고 아침 저녁으로 서늘함이 기분 좋아지는 가을이 오고 있다 했더니... 반갑지 않은 가을장마가 연일 폭우를 쏟아내고 있어 심란하게 한다. 영광 불갑산(518.2m)을 산행하는 오늘은 산행과 더불어 새빨간 9월의 꽃 ... 꽃무릇 축제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화창하고 맑은 날씨를 기대했것만 아침부터 흩뿌리는 안개비는 어쩌란 말인지? 낮은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차창밖 호남고속도로 들녁은 하얀 안개속에 치자색으로 물들어가는 곡식들이 몽환적이다.
10시30분경 불갑사에 들어서는 도로 곁으로 논두렁에도 밭둑에도 빨간 꽃무릇이 익어가는 벼들과 어우러져 한폭의 수체화같은 아름다운 풍경읕 그려내고 있다. 이미 주차장마다 관광객들을 싣고 온 대형버스들과 승용차들이 진을 치고 도로엔 밀려드는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왁자지껄이다. 우린 산행버스를 외곽 도로옆 에 주차하고 매표소까지 약10분을 걸어갔다. 특별히 A.B,팀은 늘 산행을 잘하지만 C팀들은 제대로 된 산행을 자주 즐길 수 없어 오늘만큼은 여유롭게 꽃무릇 축제도 즐기며 예쁜 꽃속에서 많은 추억을 남기라고 택한곳이라 한다. A팀:불갑사~덧고개~연실봉~구수재 B팀: 구수재~ 연실봉~해불암
매표소에서 불갑사까지 빨간 카페을 깔아 놓은듯 꽃무릇이 온통 한가득이다. 불갑사에서 현재 피어있는 꽃은 상사화가 아닌 석산(石蒜)꽃무릇이라고 한다. 상사화는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은 여름에 핀다. 꽃무릇은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진 다음에 잎이 나온다. 9월 중순경부터 가을에 꽃이 핀다. 꽃무릇은 그모습이 열반의 세계에 드는것 같다하여 피안화(疲岸花)로 불리기도 한다. 화엽 불상견(花葉不相見) 으로 꽃과 잎이 평생 만나지 못하는 운명을 뜻하는 말이다.
구수재에서 연실봉으로 가는 등산로는 요즈음 내린 폭우로. 질퍽 질퍽 애를 먹게 한다. 예전에 몇번 덧고개로 연실봉에 올라 구수재로 내려왔던 기억에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 체력탓인지 이제는 만만한 산행은 없는듯 하다. 불갑산 꽃무릇은 산비탈에도 외진 숲속 구석에도 계곡 물가에도 여지없이 빨갛게 피여 있다. 씨앗도 아닌 구근인데 어떡히 온사방에 피어 있는걸까?
전엔 없던 테크 계단도 놓여있어 걸음을 재촉하고 울퉁불퉁 바윗길도 빙빙 돌며 쉬엄쉬엄 올라와 연실봉 아래서 펼쳐 놓은 맛깔스러운 도시락 반찬에 우리들의 중식은 오늘도 꿀맛이였다. 또 이곳에서 A팀과 B팀은 엇갈리는 만남을하고 A팀은 우리가 지나온 구수재로.. B팀은 정상 향해 가파른 계단으로... 연실봉 정상 조망은 온사방이 산안개에 덮혀 오리무중(五里霧中)이고 인증사진을 찍겠다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우리팀도 발빠르게 찰칵 착칵. 혼잡한 정상 아래 노루목 갈림길에서 회장님은 장군봉으로 향하셨고 우린 해불암으로 가는 짧은 하산길을 택했다. 그런데 가파른 하산길은 날카로운 너덜길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마치 도랑물처럼 콸콸콸 흘러내리고 돌길도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 여름부터 내린 폭우로 불갑산 등산로가 많이 망가져 있는것 같다. 연 3주를 하산길마다 애를 먹게한다. 허지만 산행 시작은 늘 힘이 들곤했지만 산행 끝냄은 뿌듯함이였다.
3시30분까지 하산이였기에 불갑사도 꽃무릇도 예전에 기억으로 뒤로하고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해 시간전에 하산 완료.. 갈증난 목부터 막걸리 한잔과 도토리 묵 무침으로 달래본다. 또 임원진에선 불갑사 꽃무릇 축제 입장료 3000원 (영광 상품권 환급)으로 영광 특상품인 모싯잎 송편으로 비꿔 모두에게 맛있는 송편을 나눠어 주었다.
오늘도 총무님은 안계셔서 텅빈 것 같은 허전함이 가득했지만 여러 임원들이 지혜롭게 빈자리를 채워주고.. 종일 우중충 안개속 날씨였지만 오늘도 하늘은 우리편... 좋은 길벗들과 행복한 산행이였다.
우리 산악회 모든 회원님들 ...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잘 보내시고 기쁜 모습으로 다음산행에서 만날 수 있기를 빕니다.^^~
첫댓글감사합니다. 재미있게도 일지를 써 주셔서 두고두고 읽을거리가 됩니다. 운무가 없이 가시거리가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좋은 분들과 즐겁게 산행했습니다. 불갑산 하면 호랑이와 상사화가 제일 먼저 떠오르기에 장군봉 쪽으로 호랑이 안부가 궁금하여 발길을 옮겨 하산했습니다.역시나 변함없이 반갑게 맞아주는 옛친구와 포응하고 내려왔습니다. 회원님들 풍요로운 추석명절 행복하게 보내세요.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재미있게도 일지를 써 주셔서 두고두고 읽을거리가 됩니다. 운무가 없이 가시거리가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좋은 분들과 즐겁게 산행했습니다. 불갑산 하면 호랑이와 상사화가 제일 먼저 떠오르기에 장군봉 쪽으로 호랑이 안부가 궁금하여 발길을 옮겨 하산했습니다.역시나 변함없이 반갑게 맞아주는 옛친구와 포응하고 내려왔습니다. 회원님들 풍요로운 추석명절 행복하게 보내세요.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너무멋진 산행기!
제가 안쓰기를 너무 잘 했다는 생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