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 나무와 사찰
ks kim
예산의 아담한 산 등선에 홀연히 황금빛 까마귀가 난다는 곳.
금오산 [金烏山]으로 향하였다.
일명 ‘덕봉산 (德峰山)]으로서 마음의 숭고함을 갖으라 하는가 ?
금오 (金烏)는 계곡 아래 향기 가득한 곳으로 자취를 감추었다는데,
이곳에 둥지를 튼 사찰이 향천사 (香泉寺)이구나.
스님의 향기로운 설법이 죽향 (竹香)처럼 퍼져 오는구나.
많치도 적지도 않은 오죽 (烏竹-검은 대나무)이 한쪽 바람을 막으려하네.
천불 상으로 천불선원(千佛禪院)에 모셔진 자그마한 불상들.
현대판 “레고”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영겁을 초월한 동서양의 합체인가?
돌틈 사이로 씨앗이 스며든지 100년 세월이 흘러 형성된 배롱나무를 본다.
바위도 함께 자란 것인가? 나무 뿌리까지 감싸고 있으니 영험함을 마주한다.
누구의 사연을 갖고 온 배롱나무 꽃 아니 백일홍 나무 꽃을 보고 싶구나 !
붉은 색, 보라색, 흰색으로 피는 꽃을 기달리기에는 이봄이 길게만 느켜진다.
100일의 기다림이 피로 젖은 하얀 깃발에 순정을 마감한 여인이 떠오른다.
계절의 여왕 5월 붉은 장미 피건만 중생은 참지 못하고 보채기만 하는구나.
배롱나무를 무덤에 심는 나무라 집안에는 절대로 심지 않는다는데,
그래서 이곳 사찰 마당에서 더 잘 볼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껍질이 매끄럽고 회색이어서 나무 껍질이 없는 것으로 착각들 한단다.
살이나 피부가 없는 뼈로 상징하고, 빨간 꽃을 핏물로 생각하게도한다.
이는 죽음으로 연상되어 불길하다하여 실내에서는 대체로 기르지 않는다.
죽음은 마주하고도 싶지않고, 피하고도 싶지다만 언젠가는 마주하는 숙명.
껍질이 두껍다고 색깔이 화려하다고 저승사지에게 가려지는 것 없는 삶.
백일 동안만이라도 꽃을 피워보는 백일홍의 투지에 비움의 설법이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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