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문학 36집
심영희
춘천문인협회(회장 신준철)에서 발행하는 춘천문학 36집에 수록된 심영희 수필을 소개합니다.
<수필>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심영희
오늘도 아침 일찍 걷기 운동을 하려고 집을 나섰다. 일단 공지천을 향해 걸었다, 강변을 따라 걸을까 하다가 삼천동에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 부근이 궁금해 삼천동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큰 길가 한 줄만 단독주택이 남아 있고 그 뒤로는 아파트 시공사에서 담을 쌓아 예전의 정겹던 마을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자주 다니던 길 입구에도 출입 금지에 천막이 처져 있으니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 되돌아 나와 아파트를 끼고 집 쪽으로 가다가 건너편 골목이 궁금하여 그쪽으로 들어갔다. 골목에 있던 화원은 없어지고 맞은편에는 새로 지은 건물 주차장 울타리가 길과 맞닿아 있다. 참 오랜만에 이쪽 골목에 왔더니 이곳 역시 많이 변했다.
전부터 있던 집에는 인기척은 없어도 여전히 꽃이 많이 자라고 있는데 맨드라미가 대세다. 또 다알리아꽃과 칸나도 야산언덕바지에 자리하고 잘 자라고 있다. 바로 어제 풀을 뽑아준 듯 꽃 사이로 잡초 대신 싱그러운 흙이 보인다. 길 옆에는 고구마 한 두둑이 심어져 있는데 몇 포기 안되는 고구마에 꽃이 피어 있어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들이대자 마당 가에 매어 있던 개가 짖기 시작한다. 개 한 마리가 이 골목 파수꾼 노릇을 하는구나.
그래도 고구마 꽃을 찍었다. 고구마 꽃도 보기 드문 꽃이라 하지 않았던가, 사진을 찍어 가지고 나오는데 그 옆에는 꽃집이 이사 가며 아직 가지고 가지 않은 사각 연못에 연꽃이 피어있다. 연꽃도 카메라에 담았다. 제철을 맞은 연꽃은 좁은 연못 속에서도 꽃을 아름답게 피웠고 물 위에는 수생식물도 자라고 있어 제법 연못 흉내를 내고 있다.
집으로 오면서 눈에 들어오는 꽃 몇 가지를 더 찍었다. 우리동네 교회 앞을 지나오는데 교회 뜰 배롱나무에 꽃이 활짝 피어 내 눈을 유혹한다. 그 옆에 있는 연립주택 마당으로 들어섰다. 옆집 꽃이 담을 타고 자기를 자랑하는 백도라지 꽃과 남색 도라지 꽃도 만났고 노란 호박꽃도 만났다. 흔히 사람들은 늙은 여자를 비유하여 “호박꽃”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 말이 유행했을까, 이른 아침 밝게 웃는 호박꽃은 청순하고 예쁘다. 위쪽에는 아기 주먹만한 호박도 매달려 있다. 연립주택 꽃밭을 둘러보니 누가 열심히 가꾸어 놓았는지 여러가지 꽃이 피어 오래된 주택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홀로 핀 나리꽃은 위로 실하게 자라다 무게를 이기지 못해 아예 옆으로 비스듬히 누어 버렸고, 여러 포기가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은 탐스러웠다. 혼자 똑바로 서기는 힘들었지만 여러 포기가 자란 꽃은 서로서로 지탱해 주고 보듬으며 힘을 내어 쓰러지지 않고 꼿꼿하게 버티며 모든 일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알려준다. 꽃잎이 뒤로 뒤집히는 습성이 있는 백합과 식물에 속하는 개나리도 뒤로 뒤집어진 주황색 꽃잎과 수술이 매력적이다.
연립주택 화단에는 백일홍도 한 무리 피어있고 그 뒤에는 천사의 나팔도 보인다. 머지않아 평창에서 열리는 “백일홍축제” 때 손자와 구경가기로 약속했으니 그 약속도 꼭 지키리라. 피마자 꽃은 참으로 오랜만에 본다. 화훼 용으로 키우는 작물이 아니라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미색 웃음을 띤 꽃도 함께 만났다. 꽃잎 모양이며 수술, 꽃봉오리까지 무궁화 꽃을 유사하게 닮은 부용화는 꽃 크기와 화려함을 자랑하며 경쟁하듯 피어있다.
그중에 노란 국화와 접시꽃은 고향집 마당에 터줏대감처럼 피어있던 꽃이고 어머니께서 아주 좋아하시던 꽃이다. 노란 꽃송이만 봐도 어머니 얼굴이 떠오르고 고향집 꽃밭과 정원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유난히 꽃을 좋아하던 착하디 착한 우리 어머니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꽃과 함께 살고 계시리라.
나는 꽃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닮아 꽃식물을 아주 좋아한다. 어린 시절 우리 화단에 어머니께서 많이 가꾸시던 꽃들을 보면 더욱 반갑고 자꾸 눈물이 흐른다. 나이가 들었어도 어머니가 보고 싶고 고향집이 그리운 것이다.
기분이 상쾌하다. 아침 운동을 해서 기분이 좋고, 꽃 구경을 많이 해서 더욱 기분이 좋다. 나는 이렇게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약 력(심영희)
ㅇ 1995년 「수필과 비평」 수필 등단
ㅇ 수필집 「아직은 마흔아홉」 출간
ㅇ 제20회 동포문학상 수상
ㅇ 한국문인협회 문단정화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