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도 집에 머물러 있는게 용서가 안되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 활동하기 좋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여행이 시작되는 황금의 계절 덕분으로 전날 도봉산 산행을 헀음에도 또다시 베낭을 챙겨 지나치게
여유를 부려 오후 두시쯤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 보자고 나갔다
산행은 무리인것 같아 완만한고 중간에 탈출이 용이한 둘레길을 택하고 회룡사입구에서 초입부터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역시 무리임을 느끼면서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더 이상은 안될것
같은데 마침 회룡역으로 나가는 길이 있어 다시 내려간다
이생각 저생각 하면서 천천히 걷는데 갑자기 열무김치 잔뜩 넣고 비빈 국수가 먹고싶다
보리밥도 해서 비벼먹고..그래 나온김에 경동시장까지 가서 장이나 봐오자
까먹을까봐 핸폰에 메모를 했다...열무. 보리쌀.묵은 나물 골고루..천천히 내려오다보니 건널목이 나오는데
조금전 내가 나왓던 길이다 그 길을 건너서 가보지 않은 조금은 작은 골목을 들어서서 역쪽으로 가는데
여러가지 야채를 노상까지 펼쳐 놓고 파는 가게가 있었다
제법 야채들이 싱싱한데 마침 싱싱한 열무가 보인다 파란 비닐봉지에 한개가 만2천원..좀 비싼듯 하지만
나는 원래 물건만 좋으면 가격은 받을만큼 받겠지 하면서 개의치 않고 사버리기 때문에 제일 예쁜게
어떤건가 한참을 고르는데 옆에 있던 손님들도 자기도 사다 담았는데 너무 맛있다고 거든다
저도 야채를 좋아하는데 이집 물건들이 다 싱싱하고 좋네요 하면서
열무를 고르고 시금치는 얼마씩 파냐고 물으니 삼천원씩이라는데 지갑엔 만 4천원밖에 없다
카드도 안된다고 하고 바로 이체해준다고 했더니 통장도 없단다 ...에이 ~ 그럴리가..
시금치 2천원어치만 안될까요 돈이 없는데 했더니 담아 주신다 지갑을 털어 계산을 하고 보따리를 들고 일어서니
방금 밭에서 따온듯한 토마토가 또 눈에 띄어 아저씨 정말 통장 없어요? 지금 바로 이체해드릴께요
정말 자기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 수 없다고 하시는데 아마 사정이 있으신듯 하다 요즘 일이 잘 안되서
신불자들이 많이 생긴다는데..
여기 또 오실거죠? 하면서 토마토 5천원 어치를 싸주신다 전화번호라도 드린다고 했더니 됐다고 하신다
너무 감동을 받아 그 자리서 고마움을 막 표현하고 싶은데 얼른 토마토값을 가지고 찾아 오는게
믿어준데 데한 보답일것 같아 인사를 하고 돌아서 왔다
사실 토마토가 거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안주면 그만이고 집에와서 사도 되는데 동네 사람도 아니고
그야말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거리에서 이동네 살지 않는다고 말을 했음에도
장사꾼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건 쉬운일이 아닌데 모르는 사람에게 외상을 준것이다
아직 저렇게 순수함이 남아있는 사람이 있구나..더구나 장사하는 사람인데..
요즘 세상에 흔하지 않은 저런 분들하고 촘촘한 채가 아닌 얼개미처럼이라도 같이 얽혀서 수수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열무김치가 정말 맛있게 됐다
오늘 단골가게가 새로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