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心臟痲痺)와 심폐소생술(心肺蘇生術)
고려대 박유성 교수(통계학)가 발표한 ‘성별, 사망원인별, 연령별로 조정한 인구예측 보고서(2011)’에 따르면 심장병(心臟病)은 한국인 사망원인 2위이며, 2030년에는 5명 중 1명은 심장병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한다.
선천성 심장질환을 제외하면 나이가 들면서 심장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심장병은 가족력이 있으며 당뇨병,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이 발현되면서 나타난다. 동맥 안쪽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이면서 혈관이 서서히 좁아져 심장마비(心臟痲痺)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병원 밖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해 구급대로 이송되는 환자는 2만명이 넘는다. 이중 65%는 가정에서, 18%는 공공장소에서 사고를 당한다. 따라서 최초 목격자도 대부분 가족이나 공공장소 근무자들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즉시 심폐소생술(心肺蘇生術)을 실시하는 경우는 5.8%에 불과하다. 이에 우리나라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도 4.6%로 선진국(15-40%)보다 훨씬 낮다. 갑작스런 심장마비가 올 경우 빨리 심폐소생술 등 구급 조치를 하지 않으면 80% 이상 사망한다.
심장마비(Heart Stroke)는 대부분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에게 발생하며 전조(前兆)증상이 나타난다. 독일 베를린대 의과대학 디르크 뮐러 교수는 미국심장학회(AHA)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환자 406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75%가 쓰러지기 전 5분에서 120분까지 여러 전조증상이 나타났으며, 50%이상이 심장병 병력이 있었고 나머지는 당뇨병, 만성폐질환, 흡연 등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이 대다수였다고 밝혔다.
전조증상을 유형별로 보면 협심증(狹心症)에 의한 흉통(胸痛) 120분(22%), 호흡곤란 30분(15%), 오심 또는 구토 120분(7%), 현기증 10분(5%), 기타 증상 60분(8%)으로 나타났다. 미국심장학회는 여성 심장마비 환자의 절반 정도는 심장마비 전조증상으로 흔히 나타나는 흉통(가슴통증) 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호르몬 영향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전조증상을 본인이나 가족 또는 주위 사람들이 잘못 해석하거나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전조증상들을 일반인들에게 주지시킴으로써 심장마비에 의한 사망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갑자기 심장마비 증상이 생기고 주변에 도움을 줄만한 사람이 없을 때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기침을 크게 계속하면 도움이 된다.
협심증은 동맥경화로 관상동맥 내부가 좁아진 상태이며, 심장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일시적 빈혈상태에 빠진다. 이때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협심증은 직계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3-4배 높다.
대개 집이나 길거리, 공공장소 등 병원 밖에서 겪는 심장마비가 전체의 80%를 넘으므로 일반인에 대한 심폐소생술 훈련이 중요하다. 호흡과 심장이 갑자기 멈췄을지라도 4-5분 동안은 그전에 들이마셨던 산소가 몸 안에 남아 있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흉부(胸部)압박을 해 심장의 피만 돌려도 산소부족으로 인한 뇌(腦)손상을 막을 수 있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호흡이 멈춘 환자를 위해 심폐소생((心肺蘇生)에 나서야 할 때 많은 사람이 멈칫하는 이유는 생판 모르는 환자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추어 공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인공호흡(人工呼吸)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인공호흡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지난 2010년 10월 국제심폐소생술위원회는 일반인들의 심폐소생술 참여를 높이기 위하여 새로운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예전에는 인공호흡부터 하라고 했으나 이제는 구강(口腔) 대 구강(Mouth to Mouth) 호흡법은 생략하고 흉부 압박을 더 빠르고 강하게 하도록 지침이 바뀌었다. 즉, 대중 친화적인 심폐소생술을 널리 알려서 응급환자를 최대한 살려 보겠다는 의도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최근 5년간 병원 밖 심장마비 환자 127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인공호흡 2회와 흉부압박 30회를 교대로 한 그룹과 흉부압박만 실시한 그룹 간에 효과의 차이를 알아본 결과 생존율에 차이가 없었다. 즉 흉부 압박만 해도 인공호흡을 병행할 때와 소생 효과가 유사하다. 인공호흡은 환자가 스스로 호흡을 못할 때 폐(肺)에 강제로 공기를 넣어 부풀게 하고 공기가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환자를 발견하면 우선 119나 1339에 신고하여 구조를 요청한 후 다음과 같은 흉부 압박 요령으로 심폐소생술(心肺蘇生術)을 실시한다. 드물게 흉부 압박으로 인하여 갈비뼈가 손상되는 경우가 있지만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한 구호(救護) 행위는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다.
(1)환자를 딱딱한 바닥에 눕힌다. (2)환자의 얼굴이 하늘을 보게 하고 턱을 밀어 젖혀서 기도(氣道)를 확보한다. (3)환자 양쪽 젖꼭지를 이은 선과 중앙의 가슴뼈가 만나는 지점을 찾는다. (4)이곳에 왼손바닥을 밑으로 하고 오른손을 위로 덮고 손가락은 깍지를 낀 후 갖다 댄다. (4)양팔이 환자의 가슴뼈와 수직이 되도록 쭉 편 후, 팔을 굽히지 말고 엉덩이와 허리 반동을 이용하여 5cm 이상 깊이로 힘차게 누른다. (5)이러한 동작을 1분에 100-120회 빠르게 반복한다.
자동제세동기(自動除細動器ㆍAED: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란 자동으로 세동(細動)을 제거하는 기계라는 뜻이다. 심장은 일정한 전기 신호에 따라 박동하는데, 심장마비가 오면 심장은 바르르 떨 듯이 ‘미세한 진동(細動)’ 상태로 있다가 결국 정지 상태에 이른다. 그 단계에서 외부 전기충격을 주면 심장(心臟)박동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자동제세동기는 인천공항, 서울역 대합실 등에 소화전처럼 유리 박스 형태로 보관되어 있으며, 심장을 상징하는 ‘빨간 하트’ 문양의 표지가 있다. 심장마비 목격자는 구급대가 오기 전에 주변에 AED가 있는지 확인해 즉시 사용해야 한다.
AED를 환자 머리맡에 두고 시작 버튼(또는 1번 버튼)을 누르면 안내 방송이 시작된다. ‘패드를 환자 가슴에 붙이세요.’(두 개의 패드 곁면에는 부착 위치가 그려져 있다) → ‘패드 커넥터를 점멸등 옆에 꽂으세요.’(커넥터를 전구가 반짝거리는 곳의 구멍에 꽂으면 된다) → ‘분석 중입니다. 접촉금지’(10-20초 동안 환자의 심전도(心電圖)를 분석하니 손을 떼고 기다리라는 뜻) → ‘제세동(전기 충격)을 해야 합니다. 환자에게서 떨어지세요.’ → ‘충격 버튼을 눌러주세요.’ → 버튼을 누러면 전기 충격이 발사된다. 이후 환자에게 AED 패드를 그대로 붙여 놓으면 2분마다 환자의 심전도를 분석한다. 그때 충격 버튼을 또 누르라고 하면 다시 누르면 된다. 만약 AED에서 심전도 분석 후 ‘제세동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면, 환자는 심장마비 상태가 아니거나, 회복된 경우다.
우리나라 응급의료(應急醫療)에 관한 법률에 의해 터미널, 경기장, 경마장 등 다중이용시설은 AED를 비치해야 한다. 전체 대상지는 1만3623곳이지만 한 대에 약 300만원 하는 AED 구매 비용이 자비(自費) 부담이며, 설치하지 않을 경우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설치가 부진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지하철역, 호텔, 수영장, 박물관, 골프장, 간이역 등에도 AED를 비치하고 있다.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혈액을 순환시켜 뇌 손상을 늦추고 심장이 다시 뛰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받으면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아진다. 인간의 뇌는 혈액 공급이 4-5분만 중단돼도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즉시 시행하지 않으면 살아난다고 해도 대다수가 신체의 기능장애, 언어장애 등 후유증이 남는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12개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에서 대국민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심폐소생술 방법과 자동 심폐소생기인 자동제세동기(AED) 사용법을 4시간 동안 교육한다. 개인과 단체 모두 전화 국번없이 1339로 신청하면 된다.
대한심장학회가 권장하는 ‘심장병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2) 고혈압은 반드시 치료한다. (3)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인다. (4) 당뇨병 검사를 해본다. (5)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6) 여성의 경우 피임약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한다. (7) 정기검진을 받는다.
글/ 박명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