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전통시장에 놀러가자] 창원 가음정시장
창원공단 옆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파트들 속에 살짝 들어앉은 전통시장, 바로 창원 가음정 시장이다.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에 구시렁거리면서 시장을 찾았지만, 이내 가격이 싸다고 자랑하며 웃는 상인 표정에, 따뜻한 어묵 국물에, 김이 폴폴 나는 떡 한쪽에 마음마저 따뜻해진다. '정이 많은 시장' 창원 가음정 시장이라 그런가.
발을 동동 구를 정도로 추운 날씨라 아케이드로 정비된 1구간은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케이드 공사가 한창인 2구간은 '뚝딱뚝딱' 공사 소리로 시끌시끌했다. 횟집·족발집·떡집 등 가음정 시장이 자랑하는 품목들이 많아서 그런가, 춥고 어수선한 분위기와 상관없이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주말이면 창원 도계동은 물론이고 김해·진해에서도 손님들이 오는 곳이라고 한다.
창원지역에서 가장 먼저 중소기업청 시범시장으로 선정된 곳답게 1구간은 간판이나 각종 시설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상인들은 올봄에 2구간도 공사가 끝나면 정말 좋은 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냥 되는 대로 막 썰어 '막썰어 회' = 전혀 화려하지 않은 아담한 아파트 촌을 지나면 생태복원 중인 가음정천이 나온다. 그 옆으로 가음정 시장 입구가 보인다. 가장 입구에 있는 횟집에 먼저 눈이 간다. 주황색 외투에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패션 감각 넘치는' 아주머니에게 회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가장 싼 밀치가 1㎏에 1만 2000원이란다. 숭어도 마찬가지고. 광어는 1㎏에 1만 5000원, 가장 비싼 감성돔은 1㎏에 2만 원이란다.
바로 옆 가게 '만족횟집'을 운영하는 전태열 시장 상인회 회장은 "그냥 막 썰어서 '막썰어 회'입니더. 도시락 한 개에 포장해 가면 식구들이 둘러앉아 먹기도 하고 아저씨들 술안주로도 좋고…. 무엇보다 마산 어시장보다 싸지요"라며 자랑을 늘어 놓았다.
가음정 시장이 있는 곳은 주로 창원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사원아파트들이 유독 많은 곳이다. 7만 명쯤 되는 서민들이 사는 '서민아파트'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저렴한 회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도시락 한통에 담긴 회와 소주로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푸는 사람들이 많단다. 적게 잡아도 이렇게 회를 즉석에서 썰어 주는 횟집이 7~8곳은 있는 것 같았다. 회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초장과 각종 채소는 따로 구입해야 하지만, 초장 정도는 공짜로 주는 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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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젊음이 공존하는 떡집
= 멋진 자세를 잡아 준 횟집 아주머니를 카메라에 담고 2구간 안으로 들어섰다. 아침을 먹고 나왔는데 솔솔 김이 나오는 시루 위에 앉아 있는 떡에 시선을 사로잡혔다. 그런데 이런 떡 시루가 자그마치 5~6개가 넘는다. 가음정 시장이 회 다음으로 자랑하는 떡집이다. 옛날식으로 만든 단호박 시루떡은 1장에 2000원이다. 근처 사무실에 있는 아가씨 두 명이 점심때 밥 대신 2장을 사서는 종종걸음을 옮긴다. 노년층이나 젊은 사람들이나 선호하는 맛나는 떡이다. 격식 있는 제사 때나 쓰는 콩 메시루떡도 인기다. 평소에 먹을 수 있는 크기는 2000원, 제사용으로 쌓은 3단짜리는 5000원이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떡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시장에서 볼 수 없는 떡집 자체개발 품목도 있다. 고구마가 얇게 저며져 있는 고구마 떡은 케이크처럼 부드러워 찾는 이들이 많다. 가격도 착한 3000원이다.
전태열 회장은 "젊은 주인들이 아이디어를 짜낸 특별한 떡들이 많기도 하지만, 전통 방식을 고수한 시루떡도 있어 여느 시장보다 떡집들이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겨울에도 문을 닫지 못하는 밀면 집 '속사정' = 예전에 <경남도민일보>가 소개한 유명한 '사계절 밀면' 집이 있는 곳도 가음정 시장이다. 친절한 가게 주인은 겨울이라 손님이 뜸하지만 계속 가게를 열고 있었다. 가게 주인은 지난 2002년 정봉화 기자가 취재해 간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밀면 사진을 찍었던 곳까지 정확하게 짚어낸다. 그때보다는 물가가 올라 한 그릇 3500원이던 밀면 값이 이제는 5000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처음 문을 열 때부터 계속 같은 조리법으로 같은 맛을 지키고 있다.
시원한 밀면은 겨울철에는 썩 인기있는 음식이 아니다. 여름철에는 줄을 서서 먹는 곳이지만, 유난히 추웠던 이날은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가게 문을 닫지는 못한단다. 추운 겨울이라도 술 마신 다음 날 속풀이 용으로 찾는 단골손님을 위해서다. 여러 가지 한방 재료에 각종 재료가 들어간 육수 때문이다.
주인아저씨는 육수에 들어가는 재료가 큰 비밀은 아니지만 '너무 많아' 재료가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딱히 자랑을 한 적도 없는데 손님들이 인정을 하고 소문을 내주니 한가지라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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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이 오면 좀 더 활기 넘치겠지 = 지금 가음정 시장은 추운 겨우내 꽃 단장 중이다. 1, 2차 아케이드 공사 후 3차인 이번 공사가 끝나면 좀 더 멋진 모습으로 손님을 맞을 기대에 부풀어 있다.
가음정동은 주로 오후 3~6시 저녁 시간에 장을 보러 나온 많은 주부로 붐빈다. 또한, 저녁이면 한산한 다른 시장과는 달리 노래방이 많아서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단다. 물론 상남동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저녁에도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다.
전태열 회장은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위해 상인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상인회는 이번 아케이드 공사가 완료되는 대로 시장 노점에서 물건을 구입해도 카드결제가 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창원 공단 인근 시장 특성상 법인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소비자를 배려하는 것. 기업들을 위해 세금계산서도 끊어줄 생각이다. 또한, 손님들 눈길을 끌 수 있는 'LED 조명'도 설치하고, 1구간처럼 2구간도 간판을 깔끔하게 정비한다.
이런 사안들은 16명 임원진이 회의를 통해 논의를 한다. '열정 가득한' 상인회 노력이 인정을 받아 지난 2007년에는 중소기업청에서 주최하는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도민일보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