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재밌고, 의미있는 글이네요.
생활의 지혜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오늘은 '맛의 기원'이라는 뜻을 가진 미원(味元)의 역사를 들은 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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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은 6월 들어서 '미원'의 포장을 무려 45년만에 바꿔 '감칠맛 나는 미원'으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대상은 56년 처음 나올 때 포장을 그대로 썼습니다. 속된 말로 징하게 오래 썼죠. 대상은 "고급 이미지를 나타내고자 성분도 바꾸고 포장도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가정용 판매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 쇄신을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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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원은 한국에서 조미료의 대명사입니다. '조미료'라는 말보다 '미원'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니까요. 한 회사의 제품인 '포크레인'이 트랙터 셔블을 지칭하는 말이 된 것과 마찬가지죠. 그러나 이제는 미원이나 미풍(제일제당)같은 '발효 조미료'를 쓰는 가정은 거의 없습니다. 보기 힘들다고 안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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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산업용이나 식당용으로 팔린다고 봐야 합니다. 산업용이라고 하면 가공 식품에 들어가는 제품을 말합니다. 국내 소비량은 4만5000? 정도라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발효 조미료는 100만t정도라고 하니까, 한국도 상당히 발효 조미료를 많이 먹는 나라입니다. 식생활이 고기보다는 야채 위주인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소비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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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미료는 1900년대 일본의 학자 하나가 '글루타민산(MSG)'이 좋은 맛을 낸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 생산되기 시작했답니다. MSG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한 성분입니다. 초기에는 옥수수를 계속 분해해 만들었고, 후에는 MSG를 생산하는 미생물을 찾아내 대량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미생물이 먹는(흡수하는) 영양분은 사탕수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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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당한 온도와 습기를 맞춰주면 이 미생물이 MSG를 배출한다고 합니다. MSG는 짠맛, 단맛, 매운맛, 신맛에 이은 제5의 맛이라고 불리는 '감칠맛'을 냅니다. 된장, 김치, 고추장 같이 발효 음식에도 들어 있는 성분이라고 합니다. 발효 조미료는 바로 이 MSG를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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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나왔을 때 발효 조미료는 부자들만 먹는 고가품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미원이 56년 생산 방법을 개발해 대량생산을 하기 전에는 일본 아지노모도 사(社)의 제품만 유통됐습니다. 미원이 개발되자, 50년대 말부터 60년대에는 미왕(味王), 미영(味榮), 일미(一味) 등의 발효조미료가 생겨나 치열한 전쟁을 치렀습니다. 우후죽순(雨後竹荀)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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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조미료 전쟁에서 재미있는 것은 삼성과 대상(당시 미원)의 대결입니다. 당시 삼성그룹 안에 있었던 제일제당은 63년부터 조미료 시장에 뛰어들어, 68년부터 제품을 냈습니다. 미풍, 아이미, 3.4 등을 내놓으면서 엄청난 판촉전을 펼쳤지만, 결국 미원을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고 이병철 회장이 "왜 조미료만 1위를 못하느냐"고 다그쳤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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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제일제당은 '조미료는 미원'이라는 소비자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고 보고 시장을 아예 바꿨습니다. 천연 성분을 넣은 조미료 '다시다'를 출시했고, 비슷한 개념의 조미료인 대상의 맛나를 결국 앞섰습니다. 한을 푼 셈입니다. 이렇게 전쟁을 치른 두 그룹이지만 이제는 사돈입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손자 이재용씨와 대상 임대홍 회장의 손녀 임세령씨가 결혼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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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료가 사탕수수기 때문에 대상은 70년대부터 사탕수수가 많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미얀마 등에 공장을 만들었습니다. 만든 미원을 가지고 인도네시아 산속 오지까지 들어가서 팔아 상당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한 때 인도네시아 산속에서는 현금으로 통용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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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년 진출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본 아지노모도를 누르고 인도네시아 조미료 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현재 80여개국에 연간 16만톤 정도를 생산해 팔고 있습니다. 수출할 때 브랜드 이름은 발음 그대로 'MIWON'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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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말~80년대초에는 발효 조미료 유해성 논란도 있었습니다. 대상측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당시 동남아 조미료 시장은 일본 아지노모도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동남아에서 MSG가 몸에 안 좋다는 소문이 나자, 일본에 대한 반감이 곁들여지면서 유해성 논란이 퍼져나갔다. 결국 한국의 소비자단체까지 나서 유해성 논란이 수입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FDA는 분석 결과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설탕, 소금처럼 안전한 물질이지만, 과하게 먹으면 이상한 것과 같은 이치다. 발효 조미료를 많이 먹을 이유도 없다. 실제로 수많은 가공식품에 MSG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규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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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성 논란이 영향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가정용 조미료는 천연 조미료, 종합 조미료라고 불리는 대상의 '맛나', 제일제당의 '다시다' 등이 석권한 상태입니다. 미원 같은 발효 조미료는 가정보다는 라면 등 가공식품에 주로 쓰이는 제품이 됐죠. 바뀐 제품이 과연 다시 가정을 파고들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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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은 그 동안 미원 광고에 출연했던 고두심씨를 최진실씨로 대체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안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더군요. 최진실씨가 요리한다는 것이 그리 썩 어울리는 그림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상은 "그 동안 광고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신세대 주부들이 잘 모른다. 그래서 신세대 주부들이 잘 아는 최진실씨를 썼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미리 판단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