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번째 공유]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요약 5)
-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
[ 제2부 포함 ]
□ 제5장 공존 불가능성, 개체성, 자유
1. 아담은 죄를 지었다. 그러나 그 반대, 죄인 아닌 아담은 불가능하지도 그 자체로 모순적이지도 않다. 이러한 것이 실존 명제의 고유한 점이다.
2. 하지만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해야만 한다. 대립되는 양자, 죄인 아담과 죄인 아닌 아담 사이에는 물론 모순 관계가 있다.
3. 반면에 죄인 아닌 아담이 그 자체로 모순적이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유형의 관계를 들여와야만 한다.
4. 이 다른 관계는 두 명의 아담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①죄인 아닌 아담과 ②아담이 죄를 지은 세계 사이에 있다.
5. 물론 아담이 죄를 지은 세계가 아담 안에 포함되어 있는 한, 다시 모순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그 세계는 수없이 많은 다른 모나드들 안에도 또한 포함되어 있다.
6. 바로 이런 의미에서, 죄인 아닌 아담과 아담이 죄를 지은 세계 사이에는 본래적인 배제의 관계가 있어야만 한다. 두 세계 사이에는 모순과는 다른 어떤 관계가 있다. (공존 불가능성 – 김재홍, 181018)
7. 이것은 모순(contradiction)이 아니라 부차적인 것 말하기(vice-diction)이다.
8.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1646-1716)의 고유한 점은 가능 세계들 사이에서 근본적으로 독창적인 관계를 내세운다는 점이다. 이 새로운 관계를 그는 신의 지성 안에 묻혀 있는 거대한 신비라고 말하면서, ‘공존 불가능성’이라고 이름 붙인다.
9. 우리는 라이프니츠가 고정시켜 놓은 조건 하에서 신의 이유들이 무엇인지, 신이 이유들을 각 경우에 어떻게 적용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신이 그것을 가졌다는 점 그리고 그것의 원리가 무엇인지는 보여 줄 수 있다.
10. 세계는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이어지면서 독특점들 주위에서 수렴하는 무한히 많은 계열이라는 것을 우리는 앞서 보았다. 그래서 각 개체, 각 개체적 모나드는 자신의 집합 안에서 모두 가은 세계를 표현한다. 비록 유한한 배열만 ‘명석하게’ 표현할 뿐이지만.
11. 이로부터 도출되는 바, 얻어진 계열들이 독특점들의 근방에서 발산할 때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난다.
(1)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수렴하고 이어질 수 있는 계열들의 집합, 같은 세계를 표현하는 모나드들의 집합(죄인 아담, 황제 시저 ……)을 공존 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2)발산하고, 따라서 두 가능 세계에 속하는 계열들, 그 각각이 다른 것과 상이한 세계를 표현하는 모나드들(죄인 아닌 아담, 황제 시저 ……)을 공존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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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불가능성 또는 ‘부차적인 것 말하기’
: 우리가 보기에 라이프니츠에게 공존 불가능성은 어떤 형태의 모순으로도 환원할 수 없는 독창적인 관계이다. 그것은 차이이지, 부정이 아니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이하에서 계열들의 발산 또는 수렴에만 의존하는 해석을 제안한다. -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 P.111.
12. 공존 불가능성 또는 ‘부차적인 것 말하기’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계열들의 우발적 발산이다.
13. 이렇게 무한히 많은 가능 세계를 제시하면서, 라이프니츠는 ‘상대적인 우리 세계를 보다 더 심오한 절대적 세계의 반영으로 만드는’ 이원성을 결코 재도입하지 않는다. (저 멀리 프라톤의 이데아와 같은 전범을 상정하지 않는 일원적 태도를 견지한 라이프니츠. - 181018, 김재홍)
14. 반대로 그는 상대적인 우리 세계를 실존하는 유일한 세계로 만들었으며, 그리고 이 세계는 다른 가능 세계들을 물리치는데, 왜냐하면 이것이 상대적으로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15. 신은 서로 간에 공존 불가능한 무한히 많은 가능 세계 중 선택하며, 그리고 ‘가장 좋은 것’ 즉 가능한 ‘실재성을 가장 많이 지니는 것’을 선택한다. ‘좋음’은 두 세계의 규준인 반면 ‘가장 좋음’은 유일하고 상대적인 세계의 규준이다.
16. ‘최선의 원리’는 원리들의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데, 왜냐하면 이것이 ‘충족 이유’를 세계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17. 세계는 자신을 표현하는 모나드들 밖에서는 실존하지 않지만, 그러나 모나드에 앞서는 것이 있다. 신은 아담이 죄를 짓도록 하거나 또는 아담이 죄지을 것을 인식할 각오를 하고 아담을 먼저 만들지 않았다. 神은
(1)아담이 죄를 짓는 세계를 창조하며,
(2)또한 이 세계를 표현하는 모든 개체들 안에 이 세계를 포함시킨다.
18. 우리는 일련의 변곡들 또는 사건들로서의 세계에서 출발한다. 세계는 독특점들의 순수한 방출이다. 예를 들어 세 개의 독특점이 있다. (독특점 = 사건, 181018, 김재홍)
(1)최초의 인간인 것,
(2)기쁨의 정원에 사는 것,
(3)자신의 갈비뼈에서 나온 여자를 갖는 것,
(4)그리고 그 다음 네 번째, 죄를 짓는 것.
19. 이러한 사건-독특점들은 평범한 점들 또는 정규적 점들과 관계한다. 독특점들은 평범한 점들 또는 정규적 점들의 성운으로 둘러싸여 있다.
20. 그러나 독특한 점을 세우는 변곡을 도처로 이행하게 만들 수 있는 한에서, 모든 점은 특별하다고 또는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다.
21. 또한 그러나 독특한 점이란 상이한 벡터들 아래의 두 평범한 점의 일치에 다름 아니므로, 모든 점은 평범하다고 또한 말할 수 있다. (vector : 작용점과 크기와 방향이 있는 물리량 – 181018, 김재홍)
22. 그러므로 라이프니츠 철학의 두 極을 좇아 ‘모든 것’은 정규적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