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맞아 한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벌써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요즘 자주 영하로 내려가곤 합니다.
저희 가족이 처음 러시아 이르쿠츠크로 왔을 때 20평 정도하는 아파트 임대료가 월 10만원이었습니다. 임대료에는 전기, 가스, 난방, 수도 심지어 전화세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석달마다 약 2만원씩 올리다가 공과금도 점차 부과하는 것이었습니다.
4년을 사는 동안 약 3배가 올랐습니다. 물론 주위 시세도 덩달아 올라가 마땅히 옮길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주인이 집을 비워달라 해서 싸고 넓은 집으로 했더니 1년도 채 안 되어 또 나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는 한국 유학생을 비롯해 성도들이 자주 드나드는 것을 두고 못마땅하게 생각해 내보낸 것이라 생각됩니다. 외지에 살다보니 이래저래 시련이 많답니다.
월 30만원 정도 싼 집이 나와 4층까지 계단을 통해 짐을 날랐습니다. 1년이 지나자 주인이 30%씩이나 올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벼룩시장 신문에는 50만원 넘는 집도 많이 있으니 10만원은 올려야겠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싫으면 이달 임대기간이 끝나는 보름 안에 나가라는 말을 듣고 다른 집을 알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도 시세를 내세워 계속 올리게 되면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이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사할 마땅한 집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러시아 화폐가치로 보아 이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살 사람이 많지 않아 보이는데 복비가 한달 월세의 반 또는 매매가의 10%나 되다보니 복덕방에서 자꾸 부추키는 것 같습니다. 다른 물가가 두 배도 안 오르고 있는데 집세만 4배 정도 올랐으니 지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1990년 개방 이후 대단위 아파트를 짓지 않아 집이 너무 모자라는 것도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평당 300만원이 넘습니다.
새로운 집을 찾더라도 매월 4-50만원은 주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생활비 또한
한국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긴 겨울 동안 춥기도 하지만 채소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겨우살이가 만만치 않습니다. 서둘러 싸고 좋은 집을 찾아 이사할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늘푸른교회를 비롯한 여러 선교 동역자님들의 후원에 힘입어 현지인 목회자들을 조금씩 도울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이르쿠츠크 지역 러시아 노회가 있어 방문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예수 영화 DVD를 한 장씩 나누어주고 과일도 한 차례 대접했습니다.
저희를 안내한 목사님이 부랴트 지역 삼손 전도사 사역비를 보내고 있는 한국인 목사라고 소개하자 모두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노회에 참석한 러시아 목회자들은 대부분 목사 신분이고 교인도 어느 정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자비량으로 목회하고 있는데 비해 아직 평신도 지도자이고 교인도 몇 안 되는 지역임에도 외부에서 사역비를 지불한다는 사실이 특이해 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주민 지역에 원주민 교역자가 한국 선교사로부터 혜택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 자기 일처럼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목사님은 자신이 그 지역을 5년 동안 출입했다며 인사를 했습니다. 고난 속에서 승리한 분들답게 힘입어 보였습니다.
저희와 가깝게 지내고 있는 러시아 목사님이 자꾸 받기만 하는 것 같은데 무얼로 갚아야 하냐고 말하기에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몸이다. 그러니 서로 지체 의식을 가지고 잘 지내자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본래 도움받는 것을 싫어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기독교인의 수가 적고 지도자들의 경우 열악한 환경에 처한 분들이 많아 틈틈이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대신 돕더라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잘 대해야 합니다. 때론 주위에서 모르게 돕기도 합니다. 삼손 전도사 본인은 아직 우리가 후원하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러시아 노회를 통해 선교비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형제 사랑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여러 선교동역자님들의 후원에 힘입어 현지 교역자들을 조금이나마 섬길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목사님과 늘푸른교회 교우님들의 깊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섬기시는 늘푸른교회가 날로 부흥하고 뜻하시는 일마다 주님의 도우심 속에 형통하기를 기원합니다.
시베리아에서 이재섭 목사 드림
한겨울에 얼음조각을 세우는 이르쿠츠크 중앙광장에서
뒤에 보이는 건물이 이르쿠츠크 주 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