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꽃
딸인 저를 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아빠
"엄마 얼굴은 잘 몰라요'
제가 세 살 때
하늘나라로 먼저 가셨대요
산다는것보다
버티기 같은 삶 앞에서도
아빠가 이집저집
젖동냥 다니며
절 키우며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답니다
"아빠는 언제나
날 아기 취급해
이제 나도 다 커서
스스로 할 수 있단 말이야"
"부모에게는
자식이 나이 먹질 않는데....
라며
딸 바보 우리 아빠는
제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면
"어디선가 우리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 짱가...
노래를 부르시는 자신을
"짱가아빠" 라고 불러달란답니다
아빠는
달.. 딸..돈. . 술.
한자로 된 건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를 키우기 위해
하고 싶은 꿈보다는
돈을 좋아야만 했다는걸
알고 난 뒤부터
저도 매일매일 아빠랑 같이 일어나
서로의 도시락을 싸놓고는
제 나이보다도 더 오래된 트럭에
양말을 가득 신고는
동네가 떠나갈 듯한 엔진 소리와 함께
"자... 짱가 아빠 출발.
"달려라:. 고고싱
늘 이렇게
한바탕 동네를 뒤집어 놓으며
아침을 뚫고
학교로 달려와서는
"우리 딸 보고 싶어 어쩌지?
학교 끝나기 전에 아빠가 데리러 올게"
라며
헤어지는 걸 늘 아쉬워한답니다
"아빠! 나 걸어가도 되니까
걱정하지 마..'
"이아빠가 안 돼요
우리 공주님 누가 데려가면
아빠 혼자 어찌 살라고
해를 따라 도는
해바라기처럼
우리 아빠의 시계는
늘 저를 가리키고 있는 우리 아빠
일은 언제 하시는 건지
수업 중인데도
"우리 딸 뭐해?
아빠 양말 열 결레나 팔았다
오늘 저녁 우리 딸 좋아하는
오겹살 먹자
"아빠.!
나 수업 중이거든'
하지만 어쩌겠어요
저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그런 거를요
학교를 안 가는 날에는요
아빠가 부산을 떨고
나간 자리에
남겨놓은 것들을 다 치워놓고요
아빠가 좋아하는
된장찌개에 두부를 송송 넣고
끓여놓는 답니다
거기다 소주 한병 까지도요
"하루종일 양발 사세요.... 양말 하고 소리쳤을 우리 아빠가
딱 좋아하실 만하죠?"
예쁘게 차려 놓은 상을 바라보며
그 어느 날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는데요
달이야 ?
딸이야?
"달이 좋아서 딸이 좋은 거야?
아님 딸이 좋아서 달이 좋아진 거야?
어느 게 먼저야?
"음.
그야 (따리) 먼저지"
"아빠 발음 좀 똑바로 해봐
달
달...?
달...?"
"(... )"
"따 알이 뭐야 딸..?"
"알"
"에이
아빠 엉터리
달이 된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빠의 마음을
떠올리다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봐요
아빠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 어쩐 일이죠
11시가 넘었는데 오시질 않네요
ㅡ띠링리링..-
"
?"
"응. 아빠야'
"아빠 목소리가 왜 그래 왜 안 와?"
"여기 xx병원이야"
밤바람에
울먹거리고 있는 달이
비춰준 길을 따라
도착한 병원 응급실엔
아빠만 혼자
덩그러니 누워있었는데요
"아빠.. 많이 다쳤어?
"아냐... 조금 다쳤어
다리만 살짝 삔 거래
아빠의 품에 안겨울고 있을 때
웅성거리는 사람 소리가
제 등 뒤로 점점 가까워지더니
"아이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니였으면
아빠가 길가에서
양말을 팔고 있는데
치매 걸린 할머니 한 분이
갑자기 차도로
무단횡단을 하는 걸
저지하려다 그만
다치고 말았다는 말을 들으며
병원 옥상에 나와 앉았습니다
"아빠가 슈퍼맨이야?"
"그럼 어떡하니
아무도 안 나서는데
"어휴 내가 못살아"
늦은 밤
별이 쏟아진 병원 옥상에 누워
아빠와 나는
밤하늘에 떠 있는
달.... 과...
별....
구름조각들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는데요
"아빠!
달꽃이 뭐야?"
"저기 봐....
하늘을 가리키는
아빠바의손을 따라
빨갛게 피어난
달무리를 바라보던
나는
"아 저게 달꽃이구나"
두손 모아
하늘에 핀
달 꽃을
바라보고 있는 제게
아빠는
달 꽃의 전설을
말해 주었는데요
"옛날 옛적에
꽃피는 3월이 되면
달에는 하얀 꽃이 피었단다"
"사람들이
자신보다
저 달 꽃을
더 여뻐한다는 말에
욕심 많은 마녀가
쏜 화살에 맞아
피를 흘린 자국이
빨갛게 보이는 거란다'
'엄마가 보고
싶은게 아니구?
"애는
"참! 아빠.
의사 선생님께서
깁스는 언제 풀래?'
꼼짝하지 말고
한 달은 있어야 한 대"
"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그때까진 병원에 꼭 있어야 해"
내가 서 있는.
여기가 행복의 끝이 아닌
시작이란걸 알려준
아빠에게
난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
학교에서
햇살을 넘어다니며
운동을 하다 그만 넘어져
양호실에서 연고를 바르고
있던 그때
"따르릉"
"아빠야..
우리딸 학교 안 끝났어?"
"아빠
나 지금
양호실인데
운동장에서 넘어져서
그만 다리가 다 까졌어."
"무 다쳤다고?"
기다려
"아빠·아빠
아빠 오지 마!
깁스한 그 다리로
어딜 온다고 "
'딸 가만히 있어
저 아늘에
달 꽃이 지지 않는 한
이 아빠가 간다고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