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줄거리 만들기
이와 같이 환유적 어법이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는 것은 시인이나 자신의 대리인을 등장시켜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시를 쓰려면 그런 이야기를 할 화자와 그가 등장할 배경, 말하는 태도를 미리 결정해야 한다
1) 화자의 설정
화자는 단지 시인을 대신해 작품 속에서 이야기 하는 존재에 그치는게 아닙니다. 그 작품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그를 중심으로 조직되기 때문에 화자에 어울리는 인물로 설정 했는냐 여부가 곧 그 작품의 성패를 결정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화자에는 어떤 유형이 있으며 ,각 유형의 화자는 어떤 기능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우선 화자와 시인과의 관계에 따라서 <자전적 화자>와 <허구적 화자> 로 나눌 수 있다
시인 자신의 생각이나 정서를 이야기하려고 할 때는 자전적 화자를 택하고 비현실덕인 상상이나 현실적으로 논의하기 어려운 화제를 이야기하려할 때는 허구적 화자를 채택하는 것이 좋다. 자전적 화자와 허구적 화자의 예만 들러보자
호박꽃 /윤 봉환
휴일이면/한번 다니러온 차들로
골목골목이 빽빽한 좁은 마을 길/무심코 후진하다 호박덩쿨을 밟았다
얼른 빠져나가려는데/어린 호박잎과 덩굴손이 함께 이겨져
타이어에 금세 초록 물이 들었다
어쩔 줄 몰라 차에서 내렸는데
짓이겨진 덩굴 건너/노란 등불 환하게
호박꽃 피어 있었다
모르는지 아는지/잘려 싫은 내색도 없이
짓이겨 남겨진 덩굴 건너편
그곳에서/예수처럼
부처처럼/어머니처럼/호박꽃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레몬1 /김여정
새벽 세시 반/ 몰래 샤갈의 방문을 연다
그때/ 벽에 걸린 램프를 잡는
바람의 흰 손이/ 반쯤 내 눈을 가리고
반쯤 내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고양이의
한쪽 눈속에 기울어지는 수평선/ 일렁이는 등대의 불빛
기울어지는 술병 속에/ 떨어져 내리는 암보라의 꽃잎
샤갈의 머리맡/ 재떨이 언저리로 모여든
어둔 바다에 떠내려 온/ 한 알의 레몬을 건져내는
내 손이/ 심한 해일에 밀려난다
남 녀 화자 설정
가) 주무시고
님은/ 주무시고,
나는/그의 베갯모에
하이옇게 수놓여 나는/ 한 마리의 학이다.
그의 꿈속의 붉은 보석들은7 그의 꿈속의 바닷속으로
하나하나 떨어져 내리어 가라앉고
한 보석이 거기 가라앉을 때마다/나는 언제나 한 이별을 갖는다.
님이 자며 벗어놓은 순금의 반지/ 그 가느다란 반지는
이미 내 하늘을 둘러 끼우고
그의 꿈을 고이는/ 그의 베개모의 금실의 테두리 안으로
돌아오기 위해/ 나는 또 한 이별을 만든다. (서정주)
나) "자화상(自畵像)"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니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 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가) 여성화자 개인적 사랑을 다룸 수동적 자세 차마 말 못하고 벼겟모를 나는 학에 비유
나) 남성화자 일제시대의 가난한 서민의 문제, 공적 사회적 화제 저항적이고 능동적 자세
어법,어휘, 리듬의 선택도 화자의 성에 따라 달라진다
남성화자 -직설적 어법 어휘도 일상적 의미중심
여성화자-은유적이고 장식적, 겉과 속이 다른 아이러니의 어법, 어휘도 감각적이다
리듬과 행과 연의 배치도 마찬가지다.
배경설정은 다음에
첫댓글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오늘의 '시'가 어려워지는 것은 서사적 글쓰기가 아니고, 관념적 글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서정주의 '자화상'은 나도 좋아합니다. 아주 짧은 글에 자신의 자서전을 썼다는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