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넘어 발진하는 마지막 비행기가 땅을 박차고 구름 위로 날아갑니다
새처럼 흘러가다 먼동이 터올 무렵 이름 모를 반도자락에
내려앉습니다
해변에는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당기고 은빛으로 팔딱이는 생선들을 퍼 올립니다
옥빛 바다 저 멀리 뭉게구름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찌든 도시를 떠나오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야자수와 바나나 잎으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바나나 잎이 식기가 되고 접시 그릇도 됩니다
구로 디지털단지에서 젊은 청춘을 보냈습니다
늘 기계 소음 속에서 살았죠
숙소 밖으로는 밤새도록 자동차 소음이 들리는 동네
자연의 소리는 한 개도 없는 구로공단
한 때는 나도 산업역군이라는 소리도 들었죠
이제야 자유로운 영혼이 됐습니다
다행히 벌어놓은 재물이 있어 지구별 곳곳으로 자연의 소리를 들으러 다닙니다
그러나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장거리 여행은 버겁습니다
모든 근육, 관절, 장기가 유통기간이 다 된 까닭입니다
어젯밤에는 맹그로브 숲으로 나아가 반딧불이를 구경했습니다
유년시절 풀 숲에서 병에 담아놓고 놀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요행스럽게 한 마리가 내 손바닥에 앉아 놀고 갔지요
신기하고 좋았어요
내일은 박쥐동굴, 원숭이 언덕을 보고 코끼리 타러 갑니다
야자수 밀림이 보이는 전망대도 갈 겁니다
오늘도 비행기 타러 갑니다
출가할 나이로는 좀 늦은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비행기 타는 게 질리지가 않네요
어릴 때 종이비행기를 많이 접어 날려서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