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80-1 (2022. 12. 01) 고성군
15.1km (서해 : 845.6km, 남해 : 817.7km, 동해 677.1km 누리 39.2km 합계 : 2,379.6km)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석문리 - 초계리 - 간성읍 해상리 - 광산리 - 장신리)
12월의 첫날 떠나는 장정은 갑자기 겨울이 되었다.
11월의 날씨는 너무도 좋게 계속 가을 가을 하다가
갑자기 떠나기 전날 영하7도로 전날보다 15도나 내려가며 한파주의보를 발효했고
바로 오늘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9도, 강원도는 영하12도로 입에서 하얀 입김을 쏟아낸다.
갑자기 추워졌다고 멈출 장정이 아니기에 새벽같이 모여 고성군 거진읍으로 달려간다.
몇 일전 큰 차량사고가 있었다.
회계님의 차는 고속도로에서 얇게치기(당구용어 나미)를 당해
전치 6주의 큰 부상을 입고 차병원에서 대수술을 받고 있는 중이다.
만약 밀어치기(당구용어 오시)를 당했다면 회계님도 병원에 있겠지만
신기할 정도로 멀쩡하게 보험회사에서 보내준
편안한 6인승 승합차를 타고 모두 편안하게 출발한다.
10년을 넘게 장정을 하며 매번 걱정되는 것이 교통사고 문제이다.
물론 장정 중에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갑자기 추워지니 내 잔소리가 심해진다.
거진읍 석문리 3거리에서 장정을 시작한다.
두 달 만에 우리는 모자와 목도리까지 두꺼운 옷을 입고 시작하지만
두 달 만에 나무는 모두 옷을 벗었다.
그 추운 모습을 보니 더욱 옷을 여미게 된다. 정말 춥다.
석문리를 지나 초계리에서 몸을 녹이기 위한 막걸리 한잔을 하고
3거리에서 간성읍 해상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백두대간 품으로 붙으면 이 추위가 조금은 덜 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해상리를 돌아 나온다.
이제 진부령으로 가는 46번 도로를 만난다.
도로변에 있는 메기 매운탕 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몸을 녹여본다.
질펀한 주인 아주머니 같은 진득한 국물이 온 몸을 녹여준다.
매번 바다고기 매운탕만 먹다가 민물고기 매운탕을 먹으니
바다를 떠나 내륙으로 들어온 것이 실감이 난다.
메기 매운탕의 특유의 흙냄새가 육지의 맛을 더욱 느끼게 한다.
진부령에서 동해로 흘러들어가는 북천을 따라 장정은 시작된다.
높은 고개를 넘어가기 전 제법 넓은 평야가 나온다.
하천을 따라 평탄한 길이 무척 편해 보인다.
하지만 잠시 후 하천을 따라 내려오는 바람은 걷기도 힘들 정도의 강풍이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시린 정도가 아니고 칼바람에 도려내듯 에인다.
10년을 바다 곁을 걸었지만 이런 바람은 처음이다.
“손이 꽁꽁꽁 (꽁) 발이 꽁꽁꽁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꽁꽁꽁 정도가 아니다. 움직이지를 못할 정도다.
“어디서 이 바람은 시작됐는지 산 너머인지 바다 건넌지 너무너무 얄미워”
확실히 바다건너는 아니고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얄미운 바람이 아니라 무서운 바람이다.
이 바람은 어떤 바람일까?
높새바람? 아니다.
높새바람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백두대간을 넘어가는 바람이니 아니다.
그렇다면 양양 속초 간성 쪽으로 산불을 자주 일으키는
그 양간지풍'(襄杆之風)인가? 아니다
양간지풍은 봄에 부는 바람이니 아니다.
장정에서 처음 넘어가는 백두대간이 우리의 접근을 막는 것 같다.
우리민족의 허리 백두대간은 호락호락 우리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다.
북천을 따라 걷는 6km 정도의 하천 길은 풍경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얼굴을 때리던 몸을 밀어내던 된바람만 기억난다.
바람은 어느덧 우리가 백두대간의 품으로 들어섰는지
소똥령 마을 장신리로 들어서니 잠잠해 졌다.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장정을 거부 하지 않는다.
장신 유원지 근처 소똥령 임도 입구에서 오늘의 된바람 장정을 마치고
그래도 우리가 좋아하는 바다가로 돌아가 내일의 장정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