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17 03:00
[공동체 먼저 배려하는 시민들]
-손해 감수한 동네의사
自家격리 대상자 찾아오자 잠시 병원 문 닫고 진료
-완치 환자들도 팔 걷어
"내 피로 다른 환자 살려라" 자발적으로 혈청 헌혈 요청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137번 환자(55)와 150번 환자(44)가 메르스에 대처한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137번 환자는 고열과 근육통이 나타난 2일 이후에도 9일간 서울 지하철 2·3호선을 타고 근무지인 삼성서울병원까지 계속 출근했고, 서울보라매병원 등 다른 병원도 드나들었다. 반면 150번 환자는 지난 8일 건국대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건소에 "건국대병원에 가서 76번 환자와 접촉한 것 같다"고 자진 신고했다. 이후 13일 고열 증상이 나타나자 즉시 보건소에 연락해 메르스 치료 병원으로 이송됐다.
137번 환자 한 명으로 인해 '접촉자'로 분류돼 격리 조치된 사람은 472명(서울시 집계)에 달한다. 반면 150번 환자의 경우 차분한 대처 덕분에 격리 조치된 사람이 가족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은 불특정 다수에게 메르스를 전염시킬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했고, 다른 사람은 자신의 감염 위험성을 미리 인지하고 대처해 자신은 물론,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킨 것이다.
◇메르스와의 전쟁, 성숙한 시민 의식에 달렸다
메르스와의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어이없는 시민들의 돌출 행동 때문이다. 16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엔 한 환자가 무턱대고 찾아와 "내가 메르스에 걸렸으니 우주복(방호복)을 입고 나를 수술해 달라"고 의료진에게 떼를 썼다. 의료진은 이 사람을 설득해 돌려보내느라 2~3시간을 허비했다.
137번 환자 한 명으로 인해 '접촉자'로 분류돼 격리 조치된 사람은 472명(서울시 집계)에 달한다. 반면 150번 환자의 경우 차분한 대처 덕분에 격리 조치된 사람이 가족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은 불특정 다수에게 메르스를 전염시킬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했고, 다른 사람은 자신의 감염 위험성을 미리 인지하고 대처해 자신은 물론,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킨 것이다.
◇메르스와의 전쟁, 성숙한 시민 의식에 달렸다
메르스와의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어이없는 시민들의 돌출 행동 때문이다. 16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엔 한 환자가 무턱대고 찾아와 "내가 메르스에 걸렸으니 우주복(방호복)을 입고 나를 수술해 달라"고 의료진에게 떼를 썼다. 의료진은 이 사람을 설득해 돌려보내느라 2~3시간을 허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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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부터)자가 격리자에 구호품 - 16일 부산 적십자회관에서 봉사원과 직원들이 부산지역 메르스 자가 격리자들에게 전달할 쌀과 일용품 세트 등을 넣은 응급 구호품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보건소에서 진찰 - 서울 강남보건소 본관 앞 메르스 선별진료소에서는 의료진이 한 시민의 발열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제자들에게 마스크 선물 - 인제대 김해캠퍼스 교직원들이 기말고사 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간식과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성숙한 대응이 메르스를 이기는 첩경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뉴시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메르스 퇴치를 위해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붙이는 시민들도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의 '소 소아과' 의원은 자가 격리 대상자가 내원하자 자체적으로 병원 문을 닫아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을 차단했다. 평택의 한 자가 격리 대상자는 상을 당했다. 상주들은 보건소 직원을 불러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면서, 조문객들과 10m 떨어진 상태에서 맞절도 생략하고 위로의 말만 주고받는 방식으로 장례식을 치렀다.
지난 15일 충남 단국대병원에서 퇴원한 33번 환자는 "내 피를 다른 환자를 살리는 데 써달라"고 자청했다. 이 밖에도 완치자 17명 중 5~6명이 혈청 헌혈을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 의사는 "의사의 요청이 없었는데도 혈청 헌혈을 하겠다고 나서 의료진도 감동했다"고 말했다.
◇격리는 전체를 위한 희생, 감사하고 격려해야
보건·방역 전문가들은 "이제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시민들이 공동체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것밖에 없다"며 "최고의 메르스 백신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말했다. 어떠한 보건 당국의 대책도 시민들의 협조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자가 격리 대상자에게도 적극적으로 감사와 격려를 표시해야 한다"(백종우 경희대 의대 교수)고 말했다. 이들이 공동체를 위해 격리라는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통계적·이성적 사고를 하는 전문가들 시각을 일반인들에게 강요하려 하지 말고 일반인들의 공포감을 이해하려고 해야 제대로 재난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개개인이 공포에 질려 공동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규범적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