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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가깝지 않은 길, 때로는 먼 길이던 서울 둘레길만 한동안 집중 하던 터에
정작 집과 비교적 가까이 위치해 있는 올림픽 공원에 가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서울 둘레길을 알기 전, 특히 가을날이면 비교적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기억의 피안으로 흘러가 버렸으니
그만큼 둘레길에 한동안 그리고 한참 빠졌었나 보다
그래서 오늘은 비록 길지 않은 짧은 시간이나마 올림픽 공원을 걸었다.
마침 일요일 조금 이른 시간에 조용한 환경 속에서
가을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부렸다.
조금 쌀쌀 하지만 온화한 풍경 속에서 걷는 사람들,
그리고 대형 사진기와 긴 렌즈를 들고 나온 바지런한 출사족
또한 쌀쌀한 날씨임에도 긴 드레스를 입고 웨딩 사진을 찍는 커플을 볼 수 있었던 일요일 아침.
야트막한 코스로 한 바퀴 걸으면서 이제는 스러져 가는 가을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시기는 이미 단풍 절정의 때를 지나서인지
요 몇 년 동안 내가 올림픽 공원에서 보아 왔던
절정의 단풍 그림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이제는 끝물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완숙미 넘치는 단풍이랄까? 그런 느낌이었다.
샛노란색이 아닌 진노란색의 이파리를 안고 있는 은행잎
아직은 초록색을 담고서 주황색을 거쳐 점차로 붉은 색으로 변해가는 단풍잎
그 완숙미의 단풍 몇 신을 담아 이곳에 놓아본다.
모두 길동무 회양목(정회문) 선생님 덕분인 것 같다.
어제 인사는 제대로 드리지 못했지만 반가운 분 중의 한 분이다.
각설하고.
어제 둘레길 3주년 완공 기념이라고 하여
짧은 코스지만 여러명과 함께 당고개부터 출발하는 둘레길 걷기 행사도 참여 해보고
본 행사라는 것도 참여를 해보았다.
그 동안 혼자서 시간을 정하고 코스를 정하고 모든 것을 혼자 정했던
시간과는 달리, 이미 정해진 시간과 룰에 따르는 행사였다.
어쩌면 그 동안의 activity와 비교하여
가장 루즈하고 천천히 따라만 하면 되는 그런 행사에 대한 참여이다.
어제 내가 참여한 아침 8시 반부터 오후 3시가지 총 6시반 반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 하면서 몇 가지 상념이 들었다.
그래서 일까? 이제 나의 서울 둘레길 탐방 방식도 바뀌어야 할 것 같고
또한 생각도 바뀌어야 할 것 같고
결론적으로 Phase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두서 없이 두어가지만 나열하자면
첫째는 이제 둘레길 완주 횟수에 연연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어떤 분의 62회 완주, 90세가 넘으신 분의 초고령 완주 등
이런 분들을 뵈오니 나의 몇 번의 완주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횟수에 연연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면에는 완주 횟수에 대한 목표가
정말 없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량적 보다는 정성적인 의미 획득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 같다.
특히 좋은 곳이면 가던 길도 멈추고 그곳에서 하루의 나머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여유도 부려야 할 것 같다.
둘째는 즐겁고 재미있게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어제 당고개 옆 근린 공원에서 출발 전에 등록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뒤에 서 계신 분들이 해파랑길 관련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어떤 분이 해파랑길 완주를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셨는데
20일 (8일,, 8일 및 4일) 동안 770km를 완주하였고
하루에 40킬로 이상의 강행군을 하였다고 한다.
그것까지야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 결과 발톱이 몇 개 빠졌다는 “고통” 이야기가 주류이다..
더불어 경상북도 지역의 해파랑길에는 잘 곳도 먹을 곳도 거의 없다는 이야기도 하신다.
물론 둘레길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극기를 위한 “길”이 되고,
또한 특전사 천리 행군처럼 매 발걸음이 무겁고 힘든 고통의 순간이지만
완주하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고통의 길만 있고 즐거움이 없는 길이어서야
어찌 우리가 찾고 있는
진정한 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즐거운 길이 될 수 있는 방식을 고민 해봐야 할 것 같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 지도를 그리는 일일지,
아니면 맛 집을 찾아 나서는 일인지 말이다. 그 밖의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머리 속의 복잡한 의문도 있었지만
즐거운 기억을 꼭 하나 있다면
그것은 분명하게 하나를 끄집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둘레길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와 바라는 점은 사람마다 제 각각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페스티벌에서 무엇을 바란 것일까?
그건 7킬로 여남은 거리를, 여러 사람과 함께 걸음도 아니었고
또한 공연을 보고자 함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연예인”(?) 만나기였다.
오해 방지를 위해서 부언하자면
그건 페스티벌에서 보았던 연예인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동안 카페의 여러 게시판의 영상 속에 보았던
그때 그 인물들을 실제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레길 카페에 보면 정말로 다양한 활동 사진이 올라간다
아카데미 활동, 100인 원정대
그리고 길동무와 1人 독주자들
그들이 주말마다 또는 거의 매일 올리는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을 통한 다양한 활동, 길나섬 영상을 보면
마치 그들과 현장에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즉 일종의 동류의식이다.
그리고 우리가 TV나 영화에서 보던 인물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기껏 영화나 드라마의 시사회, 리사이틀, 콘서트, 또는 공개 홀 등일 뿐이다.
그런데 어제의 페스티벌 행사에서는 그 동안 사진 속, 동영상 속을 통해서만
보아 왔던 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던 기회였다.
즉 그네들은 나에게는 바로 영상 속의 주인공이었다.
대개 카페의 사진 특성이
같은 인물 사진이 반복 해서 업로드 된다.
그래서 일까? 알게 모르게 그 인물에 대해서 친숙하게 된다.
그래서 어제와 같이 현장에서 직접 얼굴을 보는 경우
아~ 이 분이 그분이구나 하게 되고
좀더 발전하면
실물이 사진 보다 낫네, 실물과 사진이 다르네 하는 생각으로 진화한다.
이 역시 현장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연예인을 볼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각종 다양한 주인공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TV, 영화, 라디오, 연극 등의 스타를 모두 함께 만나는 자리이다.
보통 어떤 분야의 국제 학회나 회의, 전시회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는 물론이지만 관심 있는 사람, 학생들까지 포함하여
관련된 사람들이 총망라 되어 모이게 된다.
지리적, 그리고 시간적으로 한계로
그 동안 온라인이나 전화, 이메일 또는 그냥 홈페이지로
매우 더딘 커뮤니케이션을 해오다가
그런 만남의 장을 통해서 관련자들이 한 곳에 모여
발표도 하고, 강연도 듣고 토론도 하고 때로는 교육도 하게 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직접 대면하는 미팅이다.
대가를 바로 직접 볼 수 있는 자리이고,
또한 그 동안 이메일 질문과 회답에 며칠씩이나 걸리던 것이 단 몇 분이면 해결된다.
내게 어제는 자리에 대한 바람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 동안 사진과 비디오로만 볼 수 있었던
길동무 회원들, 헌신적인 자원 봉사자, 11~13주 동안 소중한 주말을 헐어내어 걷던 사람들
특히 그 중 어떤 조의 조장님, 사진 잘 찍던 어떤 조원님, 그리고 글 잘 쓰던 어떤 조원님
또한 이들을 11주 동안 이끌었던 스탭분들 포함..
나의 기대는 더도 덜도 아니고 딱 그 정도였다.
그런 주인공을 많이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운 자리였지만
내가 보지 못했을 뿐이지 분명 여러 관객 속에 묻혀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그렇게 하나의 공간에 있었음에 작은 만족을 한다.
그나마 길동무 회원들과는 대면 인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얼굴들과 더 오래하고 싶은 바람이었지만, 연예인이 괜한 연예인인가?
나중에 뒤를 돌아보니 바람과 같이 사라져 버리시어 조금 아쉬웠지만
또 어딘가로 향해 열심히 걷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길 위의 연예인이란 다 그런 것이다………………###
첫댓글 저도 소그미님 뵙고 싶었는데 ㅠㅠ1
그러게요. 영상으로 7기 7조에서 활약하시는 것 많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