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가 유혹하는 갯마을 횟집
가을전어는 그 맛이 기가 막혀서 집나갔던 며느리를 불러들인다고 한다. 그 기막힌 전어맛은 요즘 가장 제철이어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청정해역인 득량만의 전어는 어느 누구도 당할 수 없는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데 모자람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득량만은 고흥반도의 도양읍, 과역면, 동강면에 접하고, 보성군의 득량면, 회천면과 장흥군의 안양면, 용산면, 관산읍이 접하고 있는 남해안의 만의 하나이다. 관광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더 잘 알겠지만, 더 쉽게 요즘 한창 인기 관광지가 되고 있는 정남진의 앞바다라고 하면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정남진에서 보면 마치 바다가 아니라 호수처럼 육지로 둘러 싸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호수 같은 바로 앞의 바다 한 가운데에 떠 있는 작은 섬이 고흥군 도양읍에 속하는 섬이며, 득량도라고 부른다.
그래서 이 바다를 득량만이라 부르는데, 청정바다로 그리고 바닷가를 간척하여 풍성한 곡식을 생산하는 곡창으로도 유명한 고장이다. 이 바다가 청정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은 앞에 든 전체 면 중에 어느 면에도 공해 공장은 물론이고, 가내 수공업을 하는 정도의 공장도 없을만큼 순수한 농촌지역이어서 공해 물질의 유입이 전혀 없다는 곳이다.
이 청정바다에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명량]의 주인공들의 후손이 사는 고장이라는 또 다른 화젯거리를 가진 곳이다. 이순신장군이 백의종군하여서 명량 해전을 하기까지에는 바로 이 고장에서 군사작전에 필요한 4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현재의 조성면에 있던 조양창에서 군량미를 얻었고, 보성읍성에 들어가서는 무기고의 무기를 준비하여서, 소개할 식당이 있는 회천면<율포해수욕장>에서는 배를 저을 수 있는 어부들을 모집하여 수군으로 삼았으며, 회진항에서는 경상수사 배설이 버리고 달아난 전선 12척을 얻었으니, 바
로 명량대첩에 동원된 군사, 식량 ,무기, 전선 등 이 모든 것을 이 고장에서 얻어서 치른 전쟁이 바로 명량 대첩이었던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고장은 요즘에는 그런 역사적인 사실 보다는 대한민국 최고 청정해역에서 나오는 살 오른 가을전어로 그 명성을 더 높여가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조상님들의 산소 벌초를 위해서 모인 우리 집안<사촌 형제들과 조카들>의 9식구가 찾아들어간 곳은 전남 보성군 회천면 율포항의 [남부관광로 2299호에 위치한 갯마을 횟집] 이었다. 식사할 곳을 안내하기로 하는 형님이 차를 몰고 율포항으로 들어서서 식당을 찾아 지나가는데 [남부관광로 2299]호의 건물을 지나치는 순간 나는 그 멋진 집의 홋수를 외우면서
“와아! 그집 홋수(번지) 한 번 멋지다.” 하고 지났는데, 바로 그 집을 지나 주차장에 차를 대시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 외우기도 쉬운 2299호의 갯마을 횟집으로 들어섰는데, 오후 1시 반쯤인데도 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서 기다리다가 아직 상을 치우기도 전에 잽싸게 자리를 차지하여야 하였다.
이 고장의 전어요리는 늘 일정하여서 회와 무침과 구이가 삼합을
이룬다. 우리는 회와 구이를 시켜 놓고 기다리는데 어찌나 손님이 많은지 한 참을 기다리도록 상도 제대로 치우지 못하고 있을 정도 이었다. 잠시 후 상을 치우고 다시 세팅을 하고 나서 밑반찬을 가져오는데 까지만도 10여분이나 기다려야 하였다. 식당에서 이 시간이면 다른 곳이라면 벌써 식사가 시작이 될 시간이고, 진짜 속성인 식당에서라면 밥을 거의 먹어갈 시간이었다.
밑반찬이 나오고 나서 조금 후에 회가 나왔다. 이 집의 전어회는 써는 방법이 일반 횟집과는 달리 그 작은 생선 전어이지만 제법 길게 썰어 내온다. 보통 전어를 뼈를 발라내고 나면 그 폭이 5~6cm 정도로 10cm가 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집의 전어회는 10cm이상 15cm까지 제법 길이가 길다. 그러니까 뼈를 발라낸 다음에 가로 썰기를 하지 않고 상당히 길게 엇썰기를 한다는 말이 된다. 이 고장에서도 이집만의 비법이란다.
푸짐하게 내온 회를 먹으면서 소주를 한잔씩 돌려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를 먹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지만, 고추를 잘게 썰고 마늘 다진 것을 얹어 내온 된장에 찍어 먹는 사람이 가장 윗수이고, 다음에 고추냉이에 간장을 부은 것이 찍어 먹는 사람이요, 가장 하수가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쌈을 싸는 것도 상추와 깻잎이 나오는데, 상추보다는 깻잎에 싸는 것이 더 맛있게 먹는 법이라는 것도 알아 두면 좋다. 거의 절반을 넘어 먹었을 때에 구이가 나왔다. 굵직굵직한 전어를 거의 손질을 하지 않은 상태로 비늘만 벗겨서 그대로 구어내온 것이 이 고장의 전어구이이다. 이 전어구이도 먹는 법이 있으니, 통째로 들고 머리부터 먹는 사람이 전어 먹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단다. 가장 하수가 살만 발라 먹는 사람이라니, 뼈째 먹을 줄 알아야 제대로 먹는 다는 말이다.
이렇게 회와 구이를 번갈아 가면서 먹으니 고소함이 함층 더하는 것 같았다.
두 가지 전어 음식을 먹었는데, 이제 마지막코스가 전어회무침이란다. 전어를 뼈째로 가로썰기를 하여서 약간의 채소<양배추,미나리 등>을 곁들여서 초고추장에 무쳐서 내오는데, 이것은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면서 먹는 요리이다.
큼지막한 비빔그릇을 같이 가져다주는데 이 비빔 그릇에 밥을 붓고 전어회무침을 듬뿍 가져다 얹으면 비빔밥의 재료가 충분하다. 참기름이나 더 넣으면 되는데, 전어 자체가 씹히는 맛이 고소하므로 따로 참기름을 넣지 않아도 좋다.
전어요리 삼합<회, 구이, 무침>을 다먹고 나니 정말 오랜만에 포식을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고장에는 20여개나 되는 횟집이 있는데 대부분이 이렇게 삼합 요리를 내어주지만 이집만의 길게 썰어 내오는 회가 가장 인기라고 안내를 해준 형님의 소개 이었다.
2014.08.31.14:18‘<15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