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아프리카의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석기시대 원시인 부시맨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다. 이들에게는 지옥이 없기 때문이다. 도가(道家)에도 지옥은 없다. 인간은 ‘천지자연에서 왔다가 천지자연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러므로 도가자류(道家者流)들로서는 죽음에 대해서 전혀 두려워할 게 없다. 예를 들어, 장자는 자기 부인이 죽었을 때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고 북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인간에게 죽음의 공포를 심어주는 것은 종교이다. 아무 문제없이 잘만 사는 인간에게 지옥이라는 흉악하고 무시무시한 망상을 심어줌으로써, 인간을 무시무시한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는, 본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종교가 주입한 것이다. 동물들은 ‘없는 존재’로부터 고통을 받는 일이 없지만, 대뇌신피질이 발달한 인간은 어마어마한 상상(환망공상)의 힘으로, 자기가 만들어낸 ‘없는 존재’로부터 ‘자청(自請)해서’ 고통을 받는다. 그러고도 우주의 진리를 발견했다고 외치며 좋아하다니, 인간은 메조키스트이다.
동물은 지옥에 대한 공포가 없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죽음을 평온하게 받아들인다. (이들은 환망공상을 생산하는 대뇌신피질이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형이상학적인 공포가 있을 리 없다. 인간이 갖는 공포는 대부분 대뇌신피질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허깨비 공포이다. 반야지혜를 개발하면 이런 공포는 남김없이 다 사라진다. 반야지혜에 의지하면 마음에 쓸데없는 장애가 없어 공포심이 사라지고, 세상을 거꾸로 보는 뒤집혀진 몽상을 벗어나, 궁극의 해탈(탐진치 3독심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남)을 얻는다: 依般若波羅蜜多故 心無罣碍 無罣碍故 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진실로, 공포는 꿈·신기루·물거품·그리메·이슬방울·부싯돌불과 같다. 반야심경이 위대한 점이다.) 선악에 대한 개념도 없다. 신의 뜻을 거슬러 지옥에 떨어질까 봐 일어나는 두려움도 없다. 오직 인간만이 지옥에 대한 공포로 고통을 받는다. 진화의 부작용이다.
무인도에서 자기들끼리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지옥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을 것이다. (배운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아프리카 부시맨뿐만이 아니라 브라질·뉴기니 열대우림에 사는 석기시대 원시인들도 지옥이라는 개념이 없다.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싸여 호들갑을 떠는 것은 종교가 횡횡하는 소위 문명세계뿐이다. 기독교·회교·힌두교 등 스스로 고등종교라고 자부하는 종교들이 나서서 ‘지옥 팔이’를 한다. ‘자기들 지옥은 몹시 지독하니 거기 안 가려면 자기들 종교를 믿어야 한다’고 협박을 한다. 측천무후의 명을 받은, 중국역사상 가장 악질적인, 고문기술자 내준신(來俊臣)이 무고한 사람들을 ‘주군 측천무후를 믿지 않는다.’는 죄를 들어 ‘장작불로 달군 커다란 구리항아리에 집어넣겠다.’고 협박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 점에서 종교는 일종의 중범죄성 정신병이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에 관한 한, 종교는 없는 공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종교가 ‘인간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해결해 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병 주고 약 주겠다’는 꼴이며, 독을 주입하고 해독약을 주겠다는 꼴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런 짓은, 그 약이 지옥을 만들어낸 종교에 대한 믿음이라면 가짜 (해독)약이므로, 사악한 짓이다.
인간은 자기를 구속하고 고통을 주는 종교가 해방과 낙을 준다고 믿고, 한 번뿐인 삶을 죽을 때까지 고뇌(苦惱)에 싸여 고통에 찌들어 살다가 죽는다. 마약중독자·알코올중독자의 운명과 유사하다. 처음부터 거기 발을 들여놓지 않으면 벌어지지 않을 일들이다.
종교는 ‘사후세계에 대한 교주의 망상’을 사방에 퍼뜨리며, 지옥에 대한 믿음을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 죽음에 대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이 점에서 종교는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지독한 정신적 고통이라는 난치병을 유발하는 악성 바이러스이다. 그러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망상이 교주 머리 밖으로 (또는 교주의 가르침을 오해하거나 조작한 제자들 머리 밖으로) 못 나오도록 교주 입(口)을 (또는 교주의 가르침을 오해하거나 조작한 제자들 입을) 틀어막아야 한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안 된다. 망상(妄想)은 혼자만 해야 한다.
<아프리카 사막의 평화스러운 모습>
이들은 죽을 때도 이처럼 평화롭게 죽는다.
문명인들처럼 신을 찾고 불보살을 찾으며 발악을 하지 않는다.
종교를 믿는 당신 눈에는 종교가 없는 이들의 내세가 저주받은 걸로 보이는가?
자연이 무대의 막을 내리면, 생명체는 무대에서 사라질 뿐이다.
막을 다시 올리라고 보채는 것은 어린아이나 할 짓이다.
막이 내린 후에도 세계는 계속되지만 당신이 원하는 대로는 아니다.
▶ 강병균 교수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출처 : 불교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