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105)
《150년 전의 순박한 사랑 고백을 듣는다, '몰리 달링(Mollie Darling)'》
윌 S. 헤이즈(Will S. Hays)는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출신의 시인이자 작사가, 저널리스트이자 미시시피·오하이오 강을 오가던 증기선의 선장이었다. ‘루이빌 쿠리어 저널’의 강(江) 관련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350곡이 넘는 노래를 썼고, 악보 판매량만 수백만 장에 달했던 당대 최고의 대중음악가였다.
‘몰리 달링(Mollie Darling)’은 그가 남긴 수많은 곡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대표작이다. 헤이즈 본인 역시 “내 노래 중 가장 널리 불린 곡”이라고 회고했을 정도다. 19세기 후반의 미국은 남북전쟁의 깊은 상흔과 빠른 산업화의 물결이 교차하던 시기였다. 혼란스럽고 복잡해지는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화려한 도시 문화보다는 가정적이고 순수하며, 진솔한 감정을 담은 노래를 갈망했다. 헤이즈의 음악은 바로 그 시대적 쓸쓸함을 정확히 보듬어 주었다.
이 곡의 탄생 배경에는 작고 따뜻한 실화가 숨어 있다. 헤이즈가 새 악보 원고를 들고 뉴욕으로 가던 중 피츠버그에서 뜻밖의 큰 병을 얻어 누웠을 때의 일이다. 병상 옆을 지키던 간호사는 아일랜드에서 막 건너온 볼이 발그레한 소녀 ‘몰리(Mollie)’였고, 그녀에게는 같은 층 담당인 아일랜드 청년 ‘팻’이라는 연인이 있었다. 병실 맞은편 창가에서 두 청춘이 다정하게 속삭이는 모습을 지켜보던 헤이즈는 깊은 영감을 받았고, 건강을 회복한 뒤 그 아름다운 풍경을 정성껏 노래로 옮겼다.
가사는 더없이 단순하고 직설적이다.
“Won’t you tell me, Molly darling / That you love none else but me?
For I love you, Molly darling / You are all the world to me.
(……)
Do you love me, Molly darling? / Let your answer be a kiss.”
(말해 주지 않겠니, 사랑하는 몰리 / 나 외에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난 너를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몰리 / 너는 내 세상의 전부란다.
……
나를 사랑하니, 사랑하는 몰리? / 네 대답을 키스로 보여 다오.)
밤하늘의 별과 꽃, 달빛 아래에서 이어지는 사랑의 고백. 과장된 수식어 없이 그저 “오직 나만을 사랑한다고 말해 다오, 대답은 키스로 해 다오”라고 솔직하게 묻는다. 화려한 기교보다 진심 어린 단순함이 더 오래 가슴에 남는다는 것을 19세기 감성 발라드(Parlor Song)의 전형인 이 노래가 증명해 준다.
인문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이 곡은 19세기 미국 대중문화의 고유한 단면을 품고 있다. 증기선이 오가던 유유한 강변 문화, 전쟁 직후의 향수, 거실 피아노 앞에 모여 앉아 함께 부르던 음악 전통, 그리고 ‘순수한 고백’이라는 사랑의 원형 말이다. 복잡하고 세련된 현대의 사랑 노래들과 달리, 이 곡은 여전히 “말해 다오, 오직 나만을”이라며 아이처럼 순박하게 손을 내민다. 그 다정한 단순함이 시대를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위로를 건넨다.
제목에 쓰인 ‘Molly’는 여성의 이름이고, ‘Darling’은 ‘사랑하는 사람, 귀여운 이’를 뜻하니 우리말로 옮기면 ‘사랑하는 몰리’쯤 될 것이다. 이 노래에서 가장 매력적인 대목 역시 바로 이 제목에 있다. 사랑하는 마음을 그저 감정으로만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름 자체를 하나의 노래이자 고백으로 만들어 버린 까닭이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낭만적인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이름을 특별하게 가슴에 담는다는 것은, 그의 삶 전체를 기억한다는 뜻과 같다. 세월이 흐르면 많은 것이 희미해진다.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그날의 날씨조차 가물가물해지지만, 이상하게도 누군가의 이름만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청춘의 한 자락을 흔들어 놓았던 이름은 세월의 이끼 속에서도 번뜩이는 빛을 발한다. ‘몰리 달링’이라는 제목을 가만히 읊조리다 보면,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고이 불러보는 한 남자의 아련한 눈빛이 떠오른다. 이름 하나가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문장이 된 셈이다.
옛 노래에는 요즈음 노래에서 찾기 힘든 특유의 '결'이 있다. modern한 사랑 노래들이 감정의 기승전결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노출한다면, 오래된 노래들은 감정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꺼내어 놓는다. 멜로디가 먼저 다가와 마음의 문을 두드리면, 가사는 그 뒤에서 조용히 미소 지으며 속삭인다. '몰리 달링'이 딱 그러하다.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지금보다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둔한 감각으로 서로를 향해 걸어가던 그 시절의 사랑이 그리워진다. 답장을 기다리며 우체통 앞을 서성이던 날들, 약속 장소에서 시계를 보며 한참을 기다리던 설렘, 빛바랜 흑백 사진 한 장을 가슴에 품고 혼자 조용히 그 이름을 불러보던 가슴 뜨거운 시절 말이다.
돌이켜보면 아득한 군 복무 시절, 연서 한 장을 주고받으려면 최소 열흘, 길게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리곤 했다. 편지를 써 보내고 다시 답장이 도착할 때까지의 그 길고 긴 기다림. 그 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설렘과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단 한 줄의 안부를 위해 수많은 밤을 지새우던 그 청춘의 한 페이지는, 빛의 속도로 메시지가 오가는 오늘날에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특권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사랑을 다루는 우리의 '속도'만 달라졌을 뿐. 즉각적인 소통과 순식간에 휘발되는 감정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150년 전의 '몰리 달링'이 건네는 진정한 위로는 바로 '기다림과 아날로그적 순수함의 복원'일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천천히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온 세상이 가득 찼던 그 시절. 오늘 밤에는 잊고 지내던 누군가의 아련한 이름을 마음속 우체통에 가만히 넣어보고 싶어진다.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첫댓글 Molly Darling - Slim Whitman( (Lyrics on Screen)
https://youtube.com/watch?v=mrfr-x4WUNk&si=Uqwnstn3_-48Tf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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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lly Darling. 망향 / 하모니카연주. Harmonica.ver
https://youtube.com/watch?v=yqQGLxTWeoc&si=XdFfcy4jSy5eBW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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