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네 것입니까?
단풍이 시속 830m 속도로 남하하는 오후 시간 교회가 위치한 왼편으로 산책의 발걸음을 옮깁니다. 500m를 걸어 나가니 잘 포장된 자전거 길이 보입니다. 자전거 길을 걸어서 1km, 한참을 걷다 보면 자전거 길 좌우로 단감 밭이 시작됩니다. 잘 가꾸어진 나무마다 잘 익은 단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습니다. 이 단감을 보는 순간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오성과 한음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아침 한음(이덕형)이 오성(이항복)의 집에 놀러 왔습니다. 오성의 집 마당에 있는 큰 감나무에는 빨간 감이 탐스럽게 열려 있었습니다. 이 감나무는 담 넘어 옆집인 권판서(권율장군) 댁까지 뻗어 있었습니다. "야, 저 감 참 맛있겠다!" 한음이 담 너머에 있는 감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오성은 한음의 마음을 알아채고 감을 따려고 했습니다. 그 때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리 집 감을 왜 허락도 없이 따려고 하시오?" 옆집 하인이 말했습니다. "무슨 말인가? 우리 감나무에 달린 감이야." "도련님 댁 감이라고요? 그건 우리 감이에요. 보시다시피 우리 집으로 가지가 넘어왔잖아요. 이해하기 힘들고 억울한 마음에 오성과 한음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후 대감 집으로 향했습니다. "밖에 누가 왔느냐? 인기척을 느낀 권판서가 물었습니다. "대감님, 저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오성은 창호지를 바른 방 문안으로 팔을 쑥 들이 밀었습니다. 책을 읽고 있던 권판서는 방문을 뚫고 들어온 팔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웃에 사는 오성입니다. ”오성은 손을 들이민 채 권 판서에게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대감님. 지금 이 팔이 누구 팔입니까?" "그야 네 팔이지, 누구 팔이겠느냐?” "지금 이 팔은 방 안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방 안에 있다 해도 네 몸에 붙었으니까 네 팔이지.” 권판서는 오성의 당돌한 질문의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한 말씀 더 여쭙겠습니다. 저 담 너머 감나무에서 뻗어 나와 이 댁에 넘어온 가지는 누구네 것입니까?" "음, 그야 너희 것이지. 우리 집에 가지가 일부분 넘어왔어도 나무의 뿌리는 너희 집에 있니 않느냐." "그렇다면 왜 이 댁 하인들이 저희에게 감을 못 따게 합니까?" "우리 집 하인들이 생각이 모자랐던 것 같구나.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마." 그리하여 오성과 한음은 잘 익은 감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산책길에 오성과 한음의 감나무 이야기가 생각난 이유가 있습니다. 자전거 도로 좌우에 심기어진 감나무 때문입니다. 먹음직한 단감이 가을 햇살을 머금고 맛있는 단 내음을 풍깁니다. 자전거 도로를 넘어온 단감은 손을 내밀면 쉽게 딸 수 있습니다. 유혹입니다. 이 유혹의 길은 수 백 m의 길입니다. 이 길을 참고 잘 되돌아오는 것만이 승리의 길입니다. 불현 듯이 에덴동산에 있었던 아담과 하와의 모습이 보여 지고 측은히 여겨집니다. 선악을 알게 했던 선악과 때문입니다. 선악과의 열매가 어찌 생겼을까요?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창세기 3:6) 에덴동산 안에 있었던 선악과는 이렇습니다. 하와가 본 그 나무의 열매는 먹음직스러웠으며, 보기에도 아름다웠습니다. 게다가 그 열매는 사람을 지혜롭게 해 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여자는 그 열매를 따서 먹고, 그 열매를 옆에 있는 아담에게도 주었습니다. 아담도 그것을 먹었습니다. 자기의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습니다.
하나님의 음성들 듣습니다. “그것이 누구의 것이냐?”
섬김이 박희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