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전 살고 있는 화물차 기사입니다.
오랫만에 오늘은 일않하고 유성에서 대청호까지 제 차로 드라이브 다녀오는 길입니다.^^
왜 제가 화물차를 운전하지 않고 놀고 있냐구요?
혹시 제가 화물연대 노조원이라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지도 몰라서 우선 말씀드리는데 저는 화물연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번 파업은 민노총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든 화물차 기사들이라면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러고 있다는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화물차 운전은 그냥 운전만해주고 돈버는 직업이 아닙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차가지러 가야하고 짐싣고 눈이오나 비가오나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시간안에 맞춰져야 한다고 화주들이 그러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하고 도착지가 산골이든 심지어 길이 없는 곳이어도 우리는 가야 합니다.
그러다가 타이어라도 하나 빵꾸나면 화물차 타아어 하나에 얼마 하는줄 아시나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다단계 알선입니다.
화주로부터 저희한테 오다가 내려오기까지 몇 단계를 거치면서
차띠고 포띠고 하면 남는건 기름값으로 주유소에 갖다 바쳐야 합니다.
물론 정부가 리터당 300원 가량 환급을 해주지만 그거 가지고는 치솟는 기름값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오죽하면 택시기사들도 가스값 땜에 머리띠 둘러 맸겠습니까?)
일년에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
그러다가 사고로 죽고 다치는 화물차 기사들은 보험 적용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한번 사고가 나면 워낙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화물차 보험이 까다롭고 정부도 우리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우리같은 화물차 기사들을 일컬어 정부는 말로는 한국경제의 중추이니 혈액이네 말들 하지만
실제 뒤에서는 그냥 찬반 신세 취급합니다.
이 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반대여론도 많고, 이때다 싶어 돈벌려고 화물뛰는 이기적인 기사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건
우리는 부자가 되기 위해 일손을 놓는게 아닙니다.
최소한 가족들 입에 풀칠은 해줘야 한다는 심정으로 민노총도 아닌 저역시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겁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고 열심히 일할 때는 그냥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가
열심히 일해도 빚쟁이가 되어야 하는 처지가 되어 살려달라고 말하면 그 때서야 우리 말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합니다. 그나마 뒤에서는 면허정지네 과태료를 물리네 협박하는건 다반사입니다.
이건 칼만 않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습니다.
그런게 대한민국 정부라니요?
우리나라 경제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면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최소한 현실적으로 굶어죽지 않을수 있도록 최소수입을 가져갈 수 있도록 표준운임제는 도입해야 합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요금
그것도 다단계 알선 업체들이 수수료 떼어가면 인건비도 제대로 못건지는 구조적 악순환
이런 폐단 때문에 화물차 가족들의 삶은 더욱 비참해 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파업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파업하면 우리만 손해를 보는게 아니라 자식 새끼 입에 풀칠도 못해주는 무능한 아빠가 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부가 진심으로 대화에 응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엄청난 세금을 내고 있는 성실 납세자입니다. 그런 우리 화물차 기사들에게 지금 정부가 하는걸 보면 너무나 가혹하기만 합니다.
제발 정부는 이런 국민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대전 시민 올림
첫댓글 공감 한표
이런 글을 접할 때마다... 참 세상은 쉽지 않은거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