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확행 (小確幸)
한 열흘전 조선일보에 소확행 (小確幸)이란 단어가 눈에 띄어 이게 무슨 뜻인가 하고 보니 글자그대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다. 일본의 인기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 랑겔한스섬의 오후 '에 처음 등장한 말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하루키의 소확행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먹는것. 서랍안에 반듯하게 집어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있는것.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은 아주 사소하고 소박한 소확행이라고 한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이런 소확행은 있다고 보는데 나에게는 어떤 소확행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1. 요즘 혈압이 높은것 같아 새벽에 일어나면 책상옆에 혈압계를 준비해 놓고 혈압을 조심조심 재 보는데 혈압수치가 85 / 135로 좋게 나올때
2. 조선일보의 금요일 Friday 난이나 토요일의 Why 난에서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면 그 부분을 짤라서 File에 철하거나 노트에 붙여놓고 기회가 되면 이 글을 인용하여 간단한 수필같은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을때
3.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마루에 있는 어항의 물을 일주일에 한번은 갈아주는데 주의가 부족하여 물이 너무 차서 붕어가 기절하여 움직이지 않는데 이게 죽은게 아닌가 하고 조바심을 하다가 조금 있으니 꼬물꼬물 다시 살아날 때
4. 재래시장에 일이 있어 갔다 오다 길 모퉁이 호떡집에서 녹차 호떡을 천원에 하나 사서 쫄깃쫄깃하고 달콤한 호떡을 먹으면서 골목길을 가볍게 걸어올 때
5. 바깥에 나갔다 들어와서 배가 촐촐한데 부엌에서 아내의 도마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 때
6. KBS 주말 드라마 ' 황금빛 내 인생 '을 보면서 여주인공 신혜선의 빙긋이 웃는 모습을 볼 때
7. 몸에 탈이 나서 술을 전연 못 마시다가 오랜만에 막걸리의 달짝찌근한 맛이 혀에 닿았을 때
8. 책장에서 무심코 책을 하나 뽑아 읽을 때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내용인데 뜻밖에 읽을수록 그 속에 빠져 감동을 느낄 때
9. 몸이 피로할 때 따뜻한 온돌방에 드러누우면 사르르 잠이 오며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 때
10.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탈려고 벤치에 앉아 있는데 크다란 트렁크들을 끌고 오는 얼굴이 꺼멓게 탄 4-50대 남자 네명이 오는데 그중 좀 젊어보이는 한 사람이 내 옆으로 오더니 핸드폰을 보여준다. 가만히 보니 7호선 터미널에서 대림역으로 갈것 하고 씌여있다. 이 차를 타면 되느냐고 묻는데 중국말을 하고 우리말을 더듬더듬 하는걸 보니 조선족이 일을 하러 온것 같다. 나는 전철에서 약도를 가리키며 이리로 계속 가면 된다고 자세히 이야기를 해 준다. 내리면서 다시 한번 말해 주니 고맙다고 고개를 꾸벅꾸벅 하는데 저 사람들 취직 잘 해서 월급도 잘 받아 가족들한테 송금 잘 해주어야 할텐데 하고 괜한 걱정까지 하면서 내릴 때
가능하면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소확행이 많으면 매일매일이 더욱 더 살 만하지 않을까 싶다.
첫댓글 참 좋은글 감사 합니다.
소확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