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 데 스르바란의 명상에 잠긴 성 프란치스코
[교회미술 산책] ‘명상에 잠긴 성 프란치스코’
-1635-39년,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an, 1598-1664), 캔버스에 유채, 152 x 99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영국.
프란치스코 성인은 검은 벽면의 배경을 뒤로 한 채 흰 누더기 천으로 기운 갈색 망토를 입었다. 깊이 눌러 쓴 두건 속에서 그는 입을 반쯤 벌리고 하늘의 빛을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져 있다. 성인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온 정신과 정성을 하느님께로 향하고 있다.
깍지를 꽉 낀 두 손 위에는 해골 하나가 놓여있는데, 이는 17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바니타스(vanitas) 주제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죽음’을 암시하는 해골은 이 세상에서의 집착은 덧없는 것임을, 누구든 삶의 시간이 끝나면 죽음을 맞이하게 되리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지상의 영광을 버리고 가난을 선택한 프란치스코는 이 세상에서의 가치를 버리고 하느님의 빛의 세계로 몸과 마음과 영혼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강렬한 명암의 대비로 표현되어 극적인 표현이 극대화된 감동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