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오늘은 제가 사는 아파트 안에서 가꾸는 텃밭 이야기를 해볼게요.
사실 텃밭이라기보다는 화단에 가깝지만,
꽃보다는 먹을 수 있는 작물을 키우고 있으니
텃밭이라고 불러야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에 있는 아이는 애플민트에요.
키우고 있는 작물은 애플민트와 스피아민트,
그리고 어쩌다 보니 같이 키우는 양배추 싹과
고추가 있습니다.
이건 양배추 뿌리에서 난 식물이에요.
양배추 뿌리를 던져놓았더니 아무리 기다려도 썩지 않고,
싹을 틔우더니 이렇게 자랐답니다.
잎사귀를 뜯어 먹어보니 꼭 케일같은 맛이 났어요.
지금은 꽃도 피고, 초록빛 가득 싱그럽게 자랐습니다.
옆에는 고추도 자라고 있어요.
이 친구도 어쩌다보니 화단에서 크게 되었습니다.
잡초도 좀 보이는데, 잡초를 뽑기 전에 찍은 사진인가봐요.
우리집 텃밭 식구들은 대충 이렇습니다.
구석에 상추도 좀 자라고 있는데, 어느덧 잎사귀가 많이 커지고 있어요.
좀 바트게 자라서 자리를 찾아줘야 될 것 같죠?
의도하지 않은 친구들이 자라기도 하고,
잡초처럼 욕심껏 자기 자리를 차지하는 녀석들이 아니라면
자라도록 내버려두거나, 적당히 자리를 찾아
다시 심어주기도 하지요.
아파트에 왜 텃밭이 있는지, 그리고 왜 초대하지 않은(?)
친구들까지 자라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화단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온 후 3년이 지나서야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다!
위 사진은 오렌지 껍질을 텃밭에 묻기 전에 소금물에 담궈놓은 모습입니다.
우리집은 이상하게도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베란다에 텃밭이 있었어요.
아주 어릴 때 가본 모델하우스에서
아파트 안에 있는 화단이 멋있어서 꼭 이런 집에 살고 싶다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면서 정말 그 아파트에 오게 된 거죠.
하지만 원예에 관심도 재능도 없던 저는 몇 번 무언가를 키워보려 했으나
제대로 키우지 못해서 사실 3년간 텃밭은 황무지처럼 방치되어 있었어요.
양배추 싹에서 자란 꽃이에요. 참 예쁘죠?
황무지같던 이곳을 내버려 두기에는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 봄에 민트 모종과 씨앗을 사다 심어주었죠.
처음에는 수돗물을 그냥 주어서 그런가 싹이 트지도 않고
모종도 시들시들해졌답니다.
원예에 대한 간단한 지식을 습득한 후,
수돗물을 미리 받아서 하루 지나서 주고,
쌀을 씻은 후 나오는 쌀뜨물을 섞어서 같이 주니
텃밭은 기다렸다는 듯 싹을 틔우고, 모종은 쑥쑥 크기 시작했어요.
민트와 싹들이 자라는 것은 좋으나, 자라는 속도가 느려
뿌리는 비료를 뿌려도 그다지 효과가 없었답니다.
고민하던 찰나, 음식물 쓰레기를 썩혀서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죠.
그냥 주면 냄새도 나고 식물에게 독할 것 같아
이런 방법으로 주기 시작했습니다.
과일껍질은 위 사진처럼 잘게 잘라서 소금물에 하루정도 담궜다가
흙에 묻어서 썩혔습니다.
싱크대 배수구에 모이는
밥알이나 고기같이 먹다가 남은 찌꺼기들은 4-5일에 한 번 씩
흙에 묻어주었어요. 몇 번이나 물을 맞은 친구들이라
흙에 잘 묻기만 하면 빠르게 썩고, 냄새도 나지 않더라구요.
그 외에도 양파나 고추 등이 물러지면 흙에 묻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고추 싹이 나거나 양배추 싹이 나기도 했습니다.
양배추는 뿌리를 자르기가 힘들어서 통째로 묻은 것이 원인이겠죠.
새우껍질처럼 잘 썩지 않을 것 같은것도 흙 깊숙히 묻고
3주쯤 지나니까 썩어서 없어지더라구요.
위 흙은 새로 만든 두엄더미에요.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냄새 나지 않고, 잘 썩을 수 있도록
흙에 묻는 솜씨가 생겼어요.
이렇게 만든 비료흙은 식물에 뿌려주거나, 식물을 캐내고
그 자리의 흙과 바꿔주는 식으로 영양을 주었어요.
이렇게 하니까 식물이 훨씬 건강해지고 빨리 자랐답니다!
특히 민트는 원예 난이도가 낮은 식물인 만큼
쑥쑥 자라서, 이렇게 과자와 파이를 만들어 선물하면서
위에 장식으로 올리기도 했어요.
보통 새순 부분을 뜯어서 올리는게 예쁘지만,
그 부분을 뜯으면 생장점이 잘려나가기 때문에
아랫쪽의 커다래진 잎을 이용했어요.
아마 음식물을 어떻게 썩혀서 활용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거에요.
이 부분은 다음에 또 자세히 설명해볼게요.
직접 구운 파이 사진도 올려보아요.
피칸 파이에요. 지금은 거의 다 먹고 한조각 남았네요.
다음번엔 제가 키운 작물들로 요리를 해보고 싶어요 ^.^
자연과 더불어 살면 참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조금 느리지만, 자연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거두어가는지 알게 되었어요.
여름만 되면 음식이 잘 상해서 속상했던 적이 많았어요.
하지만 잘 상한다는 것은 빠르게 분해된다는 것이고,
자연속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뜻이라는 걸 깊이 느껴요.
잘 상하는 것은 밭에서 그만큼 빨리 흙으로 돌아가거든요.
분명 쓰레기였는데 흙으로 변해서 포슬포슬해지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고 기특하답니다.
이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지 않은 지 두 달이 다 되어가요.
저는 텃밭이 있어 아직까지 늘어나는 흙이 수용이 가능하지만,
식물이 자라는 속도보다 흙이 주체할 수 없이 늘어나면
엄마의 야외 텃밭으로 흙을 좀 보낼까 생각하고 있어요 ^.^
조만간 음식물 텃밭에서 냄새와 벌레 없이 썩히는 법도
정리해서 적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