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밥상 / 서순희
10월 날씨로는 너무 더운 것이 낯설다. 여전히 한여름이다. 생선 가게마다 얼음을 많이 담아 놓았다. 몸이 끕끕하다고 남편은 말한다. 시민의 날 행사장에서 유독 따스하게만 느꼈던 어제였다. 생각을 뒤로하고 야시장을 둘러본다. 기분이 좋다.
고추, 대파, 깐 마늘을 사고, 오이, 가지, 고구마대, 연근도 추가했다. 야채는 집에서부터 기억했던 메뉴다. 그리고 두부나, 도토리 묵, 꼬치 어묵, 떡도 빠질 수 없다. 이것저것 눈여겨보면서 마지막에는 고기를 산다. 생선, 돼지고기와 꽃게, 새우도 살핀다. 갈치, 삼치, 오징어, 갑오징어, 민어, 고등어, 간간이 병어도 좌판에 누워 있다. 새벽차로 왔는지 싱싱하다. 아프고 난 후 소고기나 닭고기를 줄이고 물고기로 바꿨다.
새벽수산 가게에서 산다. 갈치나 조기, 삼치 등 좌판에 놓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4년 이상 단골이다 보니 주인 내외는 좋은 고기를 골라준다. 값도 조금 싸게 준다. 부인, 남편, 아들 셋이 함께 일한다. 매주 사다 보니 친절하게 요리하는 방법도 들려준다. 여러 가지 매운탕을 말대로 끓여 보기도 했다. 민어, 고등어보다 몸집이 큰 삼치는 보기만 하고, 갈치 조기 고등어 오징어 바닷장어 병어 등을 그때그때 먹을 만큼 산다. 겨울에는 명태도 사고 넓적한 광어나 여수에서 많이 난다는 금풍생이도 간간이 시장바구니에 들어왔다. 가오리 간재미도 빠지지 않는다.
집에서는 사 온 생선을 종류 별로 다시 포장하여 냉동실에 넣는다. 주로 매운탕을 끓이고, 구워 먹는다. 날로는 입에 대지 않는다. 남편은 간간히 먹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도 못 들은 체 탕이나 조림, 구이를 한다. 처음에는 매운탕을 많이 했다. 어떤 고기든 맛에는 대동소이하게 생각했다. 먹다 보니 조금씩 차이나는 요리법을 알았다. 티브이 ‘한국인의 밥상’이나 요리 프로에서 넣어야 할 양념이나 조리 방법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많이 해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차츰 생선 요리가 익숙해지고 전 요리도 손님이 오면 내놓을 만하다. 간혹 식당에 가면 물고기 꼬리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멸치볶음과 돼지고기가 밥상에 올라왔다.
아들이랑 집에서 산다. 아침마다 밥상에 올라온 물고기를 먹으면서 말한다. 어떤 것은 두 토막에, 또는 네 토막에, 만 원 주고 샀다면 듣고 있다. 특히 갑오징어는 한 마리에 이만 원, 낙지는 이만 오천 원이 지금 시세라면 남편은 ‘그런 말을 왜 하느냐’며 눈짓을 하지만 아들에게도 세상 이야기는 필요하다. 그리고 이비에스(EBS) 극한 직업에 소개되는 자리돔, 갈치, 새우, 오징어, 삼치, 고등어, 홍어, 문어, 등 고기잡이에 얼마나 많은 수고를 요하는 지를 봤다. 한 마리 물고기를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도 들려준다. 아무리 돈을 주고 샀다지만 보이지 않는 땀방울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선 반찬을 먹을 때 조심하면서 젓가락으로 짓이기지 말라고.
지금 목포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지도 모른 체 야시장 사람들은 그저 돈사는 것이 하루다. 이곳에서 샀던 물고기로 맛있는 밥상을 그려본다. 벌써 군침이 돈다.
첫댓글 우리의 입 속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들은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녹아있겠죠? 글 잘 읽었습니다.
맞아요. 귀한 게 없는 요즘 세대에게 필요한 교육이라 여겨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