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끝없는 떠남과 돌아옴의 반복이다. 일상적인 삶에서도 출근하고 퇴근하는 행위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길게 보면 부모에게 독립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한자로 보면 세간(世間)은 시간과 공간의 의미가 동시에 들어있다. 세간은 우리가 흔히 세간살이라는 말을 쓸 때의 속세적인 삶의 시간과 공간을 아우른다. 산다는 것은 결국 집을 나서는 일과 돌아오는 일 사이에서 허기를 견디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걱정은 길을 잃을까 걱정했고, 아버지의 걱정은 돌아오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이제 부모님은 모두 먼 길 가시고 아내가 나의 외출을 배웅하고 있다. 이 시를 쓰면서 나는 출가와 가출이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는 의미를 깨달았다. 어제의 가출은 오늘의 출가가 되고, 오늘의 출가는 내일 누군가의 귀가가 된다. 그렇게 세간은 떠남과 돌아옴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이 시는 그런 삶의 오래된 출출세간(出出世間)의 기록이다.
·1992년 [충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따뜻한 물방울] [풍경의 모서리, 혹은 그 옆] [히말라야 독수리] [그리고 어떤 묘비는 나비의 죽음만을 기록한다] [아침은 밤을 빛으로 해석한다], 수필집 [고맙습니다, 아버지], 논저 [한국 현대시와 동양의 자연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