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이름이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도 좋은 '수리수리봉봉'이다.
한 번 듣고나니 잊혀지지 않는다. 아주 인상적으로 상호를 정한 것 같다.
이 식당에 들어서니
내 어릴 적에 충북 괴산군 청안면에 있는 두메산골에서 자랄 때
어머니께서 뜯어다 주시던 갖가지 산나물을 맛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어머니께서는 도시에서 사시다 시골학교로 발령받으신 아버지를 따라 10여 년간 시골 생활을 하셨는데
시골생활이 익숙하지 않으셨을 때라 안집할머니나 맘씨 좋으신 이웃집 아주머니를 따라 산에 올라
더덕이며 산도라지, 잔대, 취나물, 삽초싹, 고사리, 고비 등 갖가지 산나물을 배워서 뜯어오시곤 하셨다.
난 어릴 때에도 산나물을 곧잘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중 삽초삽은 생으로 쌈을 싸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한번은 되게 체한 적이 있어 한동안은 삽초싹은 먹지 않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땐 나도 안집할머니를 따라 산나물을 뜯어 보겠다고 함께 동행한 적이 있다.
나는 산나물을 몰라 나물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안집할머니께서는 나물을 잘 보시고
"이건 고사리, 이건 고비"하시며 가르쳐 주셨었다.
그때 고사리와 더덕 등을 캐 왔는데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어머니 아버지께 자랑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안집할머니 생각에 잠시 잠겨본다.
오늘 이 상차림을 대하고 나니 안집할머니 생각, 지난 5월 5일날 돌아가신 내 할머니 생각이 나서 잠시 마음이 먹먹해진다.
오리 한방 백숙을 비롯한 갖가지 산채나물과 장아찌류 등이 군침을 돌게한다.
맨 위부터 자연산 두릅, 취나물을 비롯하여 갖가지 산나물이 어우러진 나물반찬, 왼쪽 아래 반찬은 돼지감자, 김치 등 식욕을 돋구는 반찬이 가득해서 참 좋다.
두릅은 자연산 두릅이라 향이 재배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향이 진하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이 아주 일품이다.
산나물은 간이 잘 맞고 고소한 들기름맛이 도는게 그냥 먹어도 맛있다. 식사가 늦게 나와 나물반찬을 골고루 먹어 본다.
돼지감자는 어릴 적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것인데 여기에서 맛보니 아삭아삭 씹히는 것이 맛이 괜찮다.
위에 있는 것은 민들레장아찌, 오른쪽 위는 가죽고추장아찌, 아래왼쪽은 고사리나물, 오른쪽은 곰취장아찌이다.
민들레는 이른 봄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로 봄날의 나른함을 잊게 해주고 피부톤을 맑게 해주는 나물이다. 씁쓸하지만 먹을수록 입맛을 돋군다. 오늘 민들레장아찌를 한참 먹었다. 집에서 민들레를 먹을 땐 보통 삶아서 초고추장에 무쳐 먹었는데 장아찌로 먹어니 색다른 맛이 난다.
가죽고추장장아찌는 약간 질기면서 씹는 맛이 참 좋은 장아찌이다. 이렇게 장아찌로 담아 놓으면 저장성이 좋아지니 늦게까지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고사리 반찬은 우리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물인데 햇고사리로 부드럽고 질기지 않아서 참 좋다.
곰취장아찌는 향이 아주 좋아서 인기가 있던 반찬이다. 정선 지역에 가면 곰취 재배를 많이하는데 흔히 고기를 구워먹을 때 쌈으로 애용한다.
향이 좋아서 고기맛도 좋게한다. 장아찌로 담아도 그 향은 여전하다.
갖가지 산나물과 두부, 고기 등을 넣어서 만든 만두로 향이 좋고 맛있어서 게눈 감추듯 한다.
아이들이 산채나물을 잘 안 먹어서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니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다.
능이버섯은 검은 색 버섯으로 소나무 밑에서 나오는데 크고 실하며 향이 참 좋은 버섯이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께서 따오신 능이버섯을 마냥 신기한 듯 본 적이 있다. 그땐 돼지고기 찌게에 넣어서 먹었던 것 같다. 오늘은 부추와 오징어 등이 어우러진 부추전에 간간이 능이버섯을 올려서 먹어본다.
향이 정말 좋다.
주방에서 능이버섯 부추전을 부치는 장면을 잠시 담아보았다. 부침개가 늦게 나와 아우성들이다.
능이버섯이 들어가 있는 부분을 골라서 먹어 본다. 아~향이 정말 좋다.
건강이 절로 찾아올 것 같은 식단이다.
산야초와 고기 등이 어우러진 함박스테이크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속에 산나물이 푸릇푸릇하게 보인다.
오리한방 백숙
엄나무, 더덕, 능이버섯, 오가피, 황기, 인삼ㅁ, 마늘, 대추, 밤 등의 약초가 들어가 오리 특유의 잡내가 없고 육질이 쫄깃하니 정말 맛있다. 그야말로 웰빙식단이다.
오리백숙을 먹고 난 후에 맛보는 죽맛도 담백하니 좋다.
소백산 생막걸리 맛을 본다. 거북하지 않다.
수리수리봉봉 식당을 찾아가기 전 주변 경관을 찍어 본다.
대형 차가 못올라가 숲 속을 걸어 올라간다. 맛집을 찾아가는 길고 한적하니 좋다.
저기 보이는 집이 '수리수리봉봉'이다.
꽃이 일부는 시들었길래 시든 꽃송이를 따 주었더니 이렇게 예쁜 화분이 되었다. 주인장은 이 꽃이 갑자기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분으로 거듭 난 것을 알까?
화초를 좋아하는 나는 어딜가나 화초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꽃송이가 일그러져 있으면 따 주는 게 취미다.
다시 예쁘게 거듭날 화분을 위해서.....
'수리수리봉봉'은 예약이 필수이니 전화로 먼저 예약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이들이 다녀간 흔적
메뉴판을 기꺼이 들어주는 일행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첫댓글 기다림의 미학이랄까..? 음식에 정성이 있더라구요
허기가 져 반찬 나오는대로 다 먹어버렸지요. 천천히 즐기는 맛도 좋더군요.
하나 하나가 다 맛있었읍니다...
특히나 막걸리와 죽맛이 죽여줬읍니다...^^
이 집도 참 맛있더군요. 전 곰취장아찌를 아주 맛나게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