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유산 상징 도안] 4마리 새가 태양을 도는 모습은 2001년 四川 成都의 金沙 유적에서 발굴된 ‘太陽神鳥’에서 따온 것으로 중국 고대인들의 천인합일 사상을 의미한다.
‘문화재’의 명칭은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각국의 명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문화재(文化財)’, 북한에서는 ‘문화유물(文化遺物)’, 미국에서는 문화자원(cultural resource), 중국에서는 문물(文物), 대만에서는 ‘문화자산(文化資産)’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부르는 이름만 봐도 그 동안 각국에서 문화재를 어떻게 간주하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재(財)’라는 용어를 써왔는데, 이는 그 개념이 재산적 의미로부터 출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은 ‘유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재산적 가치로는 생각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미국과 대만은 문화재를 ‘자원’의 개념으로 접근함으로써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중국의 ‘문물(文物)’이라는 용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문물’이라는 용어는 ≪좌전(左傳)·환공(桓公) 2년(BC 684)≫에 최초로 등장하는데 ‘예악전장제도(禮樂典章制度)’를 의미하였다.
얼마 전까지도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는 무형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개념 자체가 없거나 부족했다. 일본이나 한국과 달리 중국은 문화재를 ‘문물’ 위주의 유형의 대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2001년 곤곡이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의 1차 목록에 선정된 후 유네스코 문화유산 제도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무형문화재의 가치와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고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자국의 무형문화유산 관리 체계를 유네스코 체제에 맞춰 나가고 있다.
[중국무형문화유산 상징 도안] 바깥의 원형은 영구 순환을 상징하며 내부의 사각형은 무형문화유산이 존재하는 공간의 광활함을 뜻한다. 도안 중심의 물고기 무늬는 중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토기 문양에서 따왔다. 두 손이 ‘文’을 호위하여 단결, 조화, 돌봄을 의미하는 동시에, 강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할 것을 의미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우리의 무형문화유산의 개념으로 ‘비물질문화유산(非物質文化遺産)’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1972년 유네스코는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등재재도를 만들면서 무형의 성질을 지닌 문화, 즉 물질의 속성 밖에 존재하는 문화도 보호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비물질문화유산(non-physical heritage)이란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중국도 이 용어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1992년에 유네스코는 일본의 무형문화유산 개념을 도입하여 비물질유산처를 무형유산처(section for the intangible heritage)로 개칭하고, 한자의 비물질(非物質)에 상응하는 ‘non-physical’ 대신 무형을 뜻하는 ‘intangible’을 사용하면서 무형유산(intangible heritage)이라는 명칭을 본격적으로 사용하였고, 2003년에는 무형문화유산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to Safeguard Intangible Cultural Heritage)을 통과시키면서 무형문화유산 (intangible cultural heritage)이라는 용어를 공식화하게 되었다. 이 때 중국은 영문 명칭은 유네스코가 수정한 용어를 받아들였으나 자국어로는 여전히 이전에 사용하던 ‘비물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비록 뒤늦게 무형문화유산의 가치에 눈뜨긴 했으나 그 제도 추진의 속도는 가히 가공할 만하다. 한국도 조해진 의원이 2012년 11월 7일 발의한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2015년 3월 3일자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서 유네스코 기준에 맞춘 무형문화재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중국만큼 신속하게 움직이지는 못한다.
2001년 昆曲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이후 중국 정부는 전국의 민속학자를 거의 총동원하다시피 하여 이른바 ‘비물질문화유산’ 추진 정책을 ‘운동’으로 전개하였다. 비물질문화유산이라는 서양의 외피를 두른 이 새로운 개념은 중국의 민간문화 관계자들에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상징 도안] 가운데 사각형은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상징하며, 바깥의 원은 자연을 나타낸다. 사각형과 원은 이어져 있는데, 이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뜻한다. 도안의 둥근 형태는 세계를 나타내며, 모든 인류가 함께 세계유산을 보호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중국 정부는 또한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국가급대표전승인 777명을 지정, 2006부터 매년 6월 두 번째 토요일을 중국의 ‘문화유산일’로 지정하고 각종 기념행사를 장려해 왔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경비는 약 9억 위안, 전국 문화계통에서 전면조사에 참여한 연인원수 약 22만 명, 사회에서 참여한 연인원수 약 277만 명, 개최한 좌담회수 약 7만 차례, 탐방한 민간예술인 연인원수 약 115만명, 수집된 실물 및 문헌자료 약 29만건, 촬영기록 약 18만 시간, 촬영사진 약 477만 장, 전면조사 자료집 약 14만 권, 비물질문화유산 자원총량은 약 97만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의 무형문화유산 정책은 철저히 정부의 주도에 의해 단기간에 진행되면서 지금까지 총 30개 항목이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무형문화유산 외에 세계유산 47건, 세계기록유산 7건을 합하면 중국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는 총 84건에 달하고 있다. 이 중 특히 소수민족 무형문화유산의 세계유산 내지 국가급 문화재 등재는 주변 국가 소수민족들에게 예민한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주변 국가들이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한 사례는 조선족 문화재에 대한 한국인의 반발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우며,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이에 필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개념 도입 이후 중국 정부의 단계별 문화유산 정책 추진 면모, 민족별 문화재 선정 현황 및 관리 등에 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중국 정부가 어떻게 전개해 나가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단순히 민속학적 차원을 넘어서서 소수민족을 다루는 정치적 의미도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