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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란 시집
『추억이 데굴데굴 여기까지 따라왔다』
979-11-92613-43-7 / 216쪽 / 130*210 / 2023-3-15 / 12,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 보기)
가슴속에 남은 영화 같은 추억,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그때 그 시절의 추억 보따리를 맘껏 풀어 시집으로 묶었다. 조유란 시인의 『추억이 데굴데굴 여기까지 따라왔다』.
1부 돌아갈 수 없다 해도, 2부 담장 아래 붉은 분꽃, 3부 눈물로 꽃을 피워도, 4부 그저 꿈속 같아라, 4부로 나누어 묶은 시집에서 시인은 청송 진보면 맑은 산골 외딴 동네에서 늦둥이로 태어나(1963년) 부모 사랑 듬뿍 받으며 자라던 유아기, 초중고시절의 사연을 그리움을 담뿍 담은 정겨운 이야기 시로 엮어냈다.
■ 저자 소개
조유란 시인
• 1963년 경북 청송군 진보면 출생
• 초·중·고 진보에서 졸업
• 공군 군무원 정년퇴임(2023. 6.)
• 시집 『추억이 데굴데굴 여기까지 따라왔다』
■ 목차
추억 보따리
1부 돌아갈 수 없다 해도
나도 딸 있구요 / 뽀뽀하다가 / 5원의 추억 / 아버지는 나를 업고 / 엄마도 1학년 / 진달래꽃 / 엄마 손은 예초기 / 눈이 오면 길이 없다 / 집으로 가는 길 / 초등학교 수학여행 / 뱀을 잡은 이유 / 아버지 머리에 돌을 / 천둥번개 치던 날 / 담배 / 나만의 썰매장 / 추워도 너무 춥다 / 목화 / 보리똥 약속 / 아버지와 딸기 / 반딧불이 / 우리 집 목욕탕 / 토끼 잡기 / 노루 / 가을 운동회 / 소 지라 / 항아리와 지게 / 조기 교육 / 시렁 위에 누룽지 / 소꿉놀이
2부 담장 아래 붉은 분꽃
뚱거리 / 메뚜기 / 매미 / 가짜 사탕 / 가을무 / 알밤 / 겨울 빨래 / 지붕이 사라지다 / 삼태기와 참새 / 식목일 / 개미와 도라지꽃 / 뛰어봐 / 살구나무 / 찬 바람이 불면 / 소풍가는 날 / 도시락 / 콩서리 / 꽁다리 / 중학교 수학여행 / 도리깨 / 귀신놀이 / 줄넘기 / 흑백텔레비전 / 염소 친구 / 엿장수 아저씨 / 숙제 / 화투
3부 눈물로 꽃을 피워도
너를 두고 / 단짝 친구 / 도둑의 발소리 / 만우절 / 그냥 쉬고 싶어서 / 모닥불 피워놓고 / 친구 따라 / 소는 풀어놓고 다들 어디로 갔을까? / 때려잡았네 / 주량 테스트 / 너는 진짜 멋쟁이 / 나는 자연인으로 살았다 / 완행버스 / 호박꽃 / 담쟁이넝쿨 / 시월 시사 / 걱정도 팔자다 / 쉬는 시간에 / 떠나고 싶다 / 가을 참 좋다 / 술래잡기 / 팔공산 갓바위 / 목련꽃의 눈물 / 아카시아꽃 / 꽃을 꺾는 할아버지
4부 그저 꿈속 같더라
귀민 할매 / 고등학교 수학여행 / 산나물 / 이슬비 그치면 / 거품 같은 인생 / 가을을 닮은 여고 친구들과 / 달팽이 / 띠낀다 / 인생 첫 커피 / 심부름 / 메주 / 옥수수 / 애비 등골 빠지겠다 / 환자와 간호사의 대화 / 낙엽 밟는 소리 / 빈 어깨 / 곱사춤 / 버스 정류장에서 / 섣달그믐날 / 엄마의 대답 / 새벽안개 속으로 / 빈손으로 갔다가 / 궁금하다 / 한 치 앞을 모르는 일 / 불씨 / 엄마의 등 / 친구야 / 부모님 / 12월
■ 출판사 서평
…/ 귀한 자식이 생겼으니/ “나도 딸 있구요.”/ 번쩍 들어 올려 옆집 담 너머로 보여주고(「나도 딸 있구요」중에서)
… / 아버지는 나를 업고 황소가 되어 앞에서 끌고/ 엄마는 뒤에서 쟁기를 잡고 밀었다// … / 포대기 펴고 나무 그늘에/ 앉혀놓고 쟁기질은 계속되고// … / 울면 잠시 젖 물리고// … (「아버지는 나를 업고」 중에서)
젊은 날 부모님의 뜨거운 자식 사랑의 마음이 넘치도록 담겨있는 시인의 시에는 이제는 사라져버린 정다운 그 시절의 그림 같은 풍경이 있다. 진달래꽃 한 아름 꺾다가 발밑에 스르르 뱀에 놀라 내리막을 정신없이 뛰던, 돌도 구르고, 진달래꽃도 구르고 “추억이 데굴데굴” 굴러와 여기 모두 모였다. 우리의 눈시울을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뜨겁게 울리는 그때로 돌아가 보자.
“… /꽃이 피고 딸기가 열리면/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빨간색 딸기 앞에 멈추었다// 잘 익은 딸기 하나 따서/ 말없이 내 손에 올려주신다// … // 입가에 묻은 딸기 흔적/ 아버지 손등으로 쓰윽 닦아 주셨다”(「아버지와 딸기」 중에서)
솜털처럼 보얗던 목화꽃을 따먹고, 시렁 위의 누룽지를 훔쳐 먹던 시절, 콩서리에 국시 꽁다리, 하굣길에 학교 앞 문방구에 들러 사 먹던 라면땅 과자나 날계란 등에도 항상 모자라 투정을 부리면 “오일장 갔다가 라면땅 10봉지를 사 오셨다/ 방바닥에 보자기 펴고 몽땅 다 부어놓고/ “오늘은 실컷 무라.”// … // “딸내미 하나 맥여 키우다가 애비 등골 빠지겠다, 어흠!”// 딸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흐뭇해하시면서/ 뒷짐 지고 마당을 서성이셨다”(「아비 등골 빠지겠다」)는 아버지.
거랑물 담아 채운 양철통 목욕탕에 불 때 주시고 목욕할 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 아래/ 엄마는 내 작은 등을 밀어주고/ 행여 뜨거울까 찬물 담은 바가지 들고/ 아버지는 몇 번이고 손을 담가”보셨다. 조회마다 쓰러지던 딸을 위해 아버지가 구해오신 붉은 피 선명하던 소 지라의 고소한 맛은 어찌 잊을까? “1 2 3 4 숫자 10까지/ ㄱ ㄴ 으로 시작해서 이름 쓰기까지/ 쓰고 또 쓰고/ 비뚤비뚤 글자가 뒤집어지고 쓰러지고”(조기교육), 하면서 아버지께 배우던 공부, 아버지와의 눈물 나고 가슴 따스한 추억이 시가 되어 생생하다.
한여름, 생솔 연기로 모깃불 피워놓고 멍석 위에 누워 “내 손에도 별 하늘에도 별/ 하나, 둘, 셋, 별을 헤아리다가” 스르르 잠이 들 즈음 “여기서 잠들면 우야노! 방에 드가자.”라며 걱정하는 엄마 목소리, 뒤뜰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노루를 만나 겁이 나서 우왕 울음을 터뜨리면 내 손에 들고 있던 복숭아 반으로 툭 쪼개주시며 “복상 잘 익은 거 골라 땄네/ 뽈두그리하니 이뿌다/ 노루가 니보다 덩치가 훨씬 크구만/ 간도 크게 와 덤비노?” 달래주시던 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가 선명하다.
“투닥투닥 메뚜기들이 뜀박질하던” 가을 들판 하굣길, 신작로, 논두렁 지나면 “부엉이 우는 산등성이/ 반으로 자른 양동이 깊숙이 촛불 하나 세우고/ 가녀린 불빛 벗을 삼아 나를 기다리시던 엄마”가 계셨고, “살구나무 아래 멍석 깔고 딸 기다리시던 울 아버지/ “아이고 우리 딸 인제 오나? 와이클 늦었노?”/ 길게 땋은 내 머리 꽁지 잡고 반가워하셨다”(「집으로 가는 길」). “엄마가 놋숟가락으로 긁어 대접에 담아 주던 알밤”의 맛을 최고로 맛나게 기억하는 딸의 부모님에 관한 애틋한 묘사가 눈앞에서 정답게 재현되어 마음이 뜨뜻해진다.
“추워도 너무 춥던” 겨울, 바람이 태풍 같던 계곡,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이 불면 길이 없어”지는, 산골 동네. 산골 소녀 옥례는 어머니가 아궁이에 불 때 지어놓은 ‘뜨신 새벽밥’ 먹고 학교에 간다. “일찌감치 세 식구가 함께 출발했다/ 아버지가 맨 앞에 서서 수굼포로/ 쿡쿡 찔러 보면서 길을 찾”는 것이다. 또 계곡물 두꺼운 얼음판 나만의 썰매장에서 해 떨어지도록 놀다 오면 엄마는 “보리쌀이 반은 섞인 가마솥 밥에 무청시래기 된장국, 씀바귀짠지, 고춧잎김치, 노란 깻잎김치로 저녁상을 차려주”셨다. 엄마와 나란히 아궁이 앞에 앉아 ‘뚱거리’ 던져넣고 뜨겁게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며 언 손 녹이던 그런 시간, 찬 바람이 불어도 따스하던 겨울 풍경이 참 아스라하다.
거랑물이 꽁꽁 얼어 물이 없다/ 팔이 아프도록 도끼질을 해야 겨우/ 바가지 하나 드나들 작은 얼음구멍이 생기고// 바가지로 떠올린 차디찬 얼음물/ 빨랫감 적시어 둘 위에 얹어놓고/ 엄마는 맨손으로 방망이질 툭툭// 먼저 헹구어 놓은 빨래/ 얼어붙어 장작처럼 뻣뻣해진다// 나도 해보겠다고 양말 하나 조물조물/ 땟물 빠지기도 전에 손가락이 벌겋다/ 호호 불어 보지만 아프도록 시리다// 엄마 손이 먼저 빨갛게 얼었지만/ 엄마는 괜찮을 줄 알았다/ 시리고 아픈 줄 몰랐다/ 엄마는 뭐든지 괜찮을 줄 알았다/ 고무신 위 하얀 버선 등에/ 튀어 오른 물방울이 동글동글/ 얼음 구슬이 되어 줄줄이 달렸다// 얕은 겨울 햇살에 빨래가 마르듯이/ 엄마의 눈물도 방울방울/ 얼었다 녹았다/ 아마 그랬으리라 (「겨울 빨래」 전문)
자연과 친구 하던 시절이었다. 철사로 작은 올무를 만들어 토끼를 잡아 함께 놀다가 풀어주고, 억새풀 줄기에 줄줄이 꿰어 모으던 「메뚜기」(“메뚜기가 뛰면 나도 뛰고/ 까끌까끌 벼 이삭에 팔목이 할퀴어도/ 폴짝폴짝 신나게 뛰어다니던 들판/ 아직도 마음은 그때 그 논둑길 위에/ 고추잠자리 손잡고 훨훨 날아본다”)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꼬맹이 입술에/ 가재 한 마리가 대롱대롱”(「뽀뽀하다가」) 매달리고, “날아갈까 조심조심/ 작은 손으로 탁 잡아/ 손바닥 위에 뒤집어 올리고/ 매미 배를 살살 긁어 주면// 더욱 우렁차게 울어대는 매미”에, 삼태기로 잡던 참새, “내가 먼저/ 매에에/ 염소가 나를 보더니/ 매에에”(「염소친구」) 울어주던 순간도 있었다. 시인이 되살려낸 물아일체의 그 세계가 참 아름답다.
돌멩이로 만든 가짜 사탕에 소꿉놀이, 고무줄놀이, 태풍으로 사라져버린 초가지붕, 촛불에 찌지직 타던 머리카락, 장작불에 검게 데워진 아랫목, 마을에 단 하나뿐인 흑백텔레비전 앞에 모여들던 동네 사람들, 동네잔치이던 가을 운동회 풍경, 서울로 떠난 초등학교 수학여행, 또 중학교 때 단짝 친구와 이별, 엄마가 챙겨주던 사랑의 보온도시락, 만우절 기억, 설악산으로 갔던 고등학교 수학여행, 주경야독 자취 시절 연탄가스 중독, 모닥불에 불태웠던 낭만, 소 꼴 하러 간 일, 직장의 야유회 풍경, 등 이제는 너무 멀리 와 버린 지난 세월의 소중한 추억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또렷해져 오는 그 모든 기억을 찾아낸 시인의 노고 덕분에 우리는 다시 돌아갈 수 있다. 애지중지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의 그늘 밑에서 세상모르고 행복했던, 꿈 같은 그때, 그리운 그 시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