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01 부활4주간 월 – 5월, 소풍 가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요한 10,16).
5월이다.
“5월!” 하면 초등학교 시절 열두 번 간 성동산 소풍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 집에서 신리성지까지 500m,
신리성지에서 신촌초등학교까지 500m,
신리초등학교에서 신리성지 무명순교자묘지(대전리 삽싸리방죽)까지 1.5km,
무명순교자묘지에서 성동산(복자 원시장 성지)까지 1.5km였다.
왕복 이십 리 남짓 되는 거리였지만 어린 나에게는 먼 원족길이었다.
소풍 갈 때는 동무들과 함께 가니 길을 잘 갔지만, 혼자 집으로 가는 길은 가끔 다른 마을로 가 헤매기도 하였다.
그래도 집은 꼭 찾아왔다.
하늘에 뜬 해를 오른편에 두고 남쪽으로 걸으면 세거리 공소가 먼저 나오고, 해나무[1]를 지나면 우리 집이 보였다.
집 가까이에 이르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착한 목자께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하늘로 말씀하신다.
나는 어려서부터 고개를 들어 하늘 오른편을 바라보며 걷는 어린양이다.
어머니께서 내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셨다.
하루 소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어머니가 그리도 반가울 수 없다.
그날 저녁 “오늘 소풍 그리도 기쁠 수가 없었다.”라고 말하면 모두가 웃었다.
5월은 성모님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는 달이다.
꽃잎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얹혀 있다.
성모님과 예수님의 말씨는 비슷하다.
성모님을 들으면 예수님을 듣게 된다.
5월은 꽃을 볼 때마다 성모님을 듣고 성모님을 볼 때마다 예수님을 듣는 달이다.
5월은 소풍 가는 달이다.
나는 이승으로 잠시 소풍을 나왔다.
소풍이 끝나면 어머니께서 기다리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천상병 ‘귀천’ 用事新意[3]).
그날 저녁, 닮기는 누나 같고 냄새는 엄마 같은 작약꽃[2] 옆에서 소풍 자랑하며 함박웃음 피우리라.
[1] 해나무 : ‘회나무’. 합덕 세거리·강개 사투리
[2] 작약꽃 : ‘함박꽃’이라고도 한다.
[3] 용사신의(用事新意) : 용사(用事)는 다른 이가 앞서 지은 명문장이나 훌륭한 표현을 가져다 쓰는 것이고, 신의(新意)는 용사한 글에 새로운 뜻을 입히는 것이다. 글은 물론 강론에도 보거나 듣기에 따라 ‘표절인가, 창작인가?’ 하는 시비가 일 수 있어 늘 조심스럽다.
☞ 단장취의(斷章取義) : 남이 쓴 문장이나 시의 한 부분을 그 문장이나 시가 가진 전체적인 뜻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인용하는 일. 또는 그 인용으로 자기의 주장이나 생각을 합리화하는 일.
☞ 부회(附會) : 작품을 조직하는 원리. 유협의 ≪문심조룡≫에서 창작론(創作論)에 해당하는 제43장의 제목이다. 말을 하나로 모으고 뜻과 이치를 통하게 한다는 뜻을 지니는 ‘부사회의(附辭會義)’의 준말이다. 문학 작품에 깃든 언어와 사고를 폭넓게 이해할 것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개념이다. 이 장에서 유협은 작품이 예술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서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