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조실 진제스님이 말하는 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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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 스님은 "참나를 찾는 수행을 통해 진정한 웰빙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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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 식품이라면 너나없이 귀가 솔깃해지고 무리해서라도 구해 먹으려 한다. 몸을 만드는 헬스클럽에는 수강생들이 넘쳐나고 요가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최근 갑자기 광풍처럼 불어닥친 웰빙바람은 많은 한국 사람들을 맹목적 웰빙신자들로 만들고 있다.
특히 상업주의와 대중매체가 가세해 웰빙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 없이 유기농 식품을 먹고 친환경적 공간에 살며, 몸에 좋은 옷을 입는 것만이 웰빙을 보장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러한 광풍에 떼밀려 웰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웰빙을 추구해서는 일시적 웰빙은 가능할지 몰라도 진정한 웰빙을 누릴 수 없는 것이 삶이다.
선사(禪師)를 찾아 진정한 웰빙을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들어보고 싶었다. 지난 6일 팔공산 동화사 조실(祖室: 선승들의 수행을 책임지고 점검하며 가르치는 선사) 진제 스님을 찾았다. 11년째 동화사 조실을 맡고 있는 진제 스님은 최근 신축한 '염화실'에 주로 머물고 있다. 영산전 뒤편에 있는 염화실에 올라서자 추운 날씨였지만,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포근한 기운이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앞으로는 전망이 탁 트이고 뒤로는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좋은 나무와 황토로 만든 '웰빙형' 건물을 보니 그곳에 사는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웰빙은 충분히 누리겠다는 세속적 생각이 들었다.
貪·嗔·痴가 사라진 청정한 마음을 비로소 찾을때 불만·갈등 사라져
이런 수행속에 세속적인 웰빙 추구한다면 금상첨화
-최근 열풍처럼 불고 있는 웰빙현상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식당에 가보면 웰빙음식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거리를 가다봐도 웰빙이라는 말을 써붙인 간판을 종종 보곤 합니다. 주위에서도 웰빙식품, 웰빙주택 등의 말을 수시로 듣습니다. 모두들 웰빙신자인 듯합니다."
-웰빙은 잘먹고 잘사는 것, 참살이, 행복한 삶 등을 뜻합니다. 웰빙은 어떤 삶이라고 보시는지요.
"열심히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 먹고 해서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것도 웰빙의 한 부분이지만, 진정한 웰빙은 그것만으로는 누릴 수가 없습니다. 삶의 문제, 인간 존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신적으로도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웰빙은 어떻게 해야 가능하겠습니까.
"모든 갈등과 번뇌를 벗어난 '참나'를 찾는 선수행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봅니다. 선수행을 통해 고통의 원인이 되는 인간 삶의 모든 탐(貪)·진(嗔)·치(痴)가 사라진 청정한 마음인 참나를 찾으면, 너도 없고 나도 없으며 모든 불만과 갈등이 없는 상태를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래야 진정한 웰빙이 가능합니다. 그런 수행을 하면서 세속적인 웰빙을 추구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
-선수행의 구체적 방법을 말씀해 주시지요.
"참나는 세속적인 연구나 고민, 공부, 지식 등을 통해서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지식과 생각이 끊어진 상태에서 참나를 찾는 수행을 해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 모든 생각을 없애고 오로지 '부모에게 나기 전 나의 본래 모습은 무엇인가'를 의심해가는 방법이 제일 좋습니다. 오로지 그 의심만을 이어가면, 번뇌가 사라지고 만복의 근원인 지혜가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열심히 화두를 의심해가다보면 언젠가 화두를 깨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부처가 되는 것이고, 세세생생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존재의 참모습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쉽지는 않지만, 진정한 웰빙은 바로 그런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승들이 온종일 수행만 해도 깨달음을 얻기가 쉽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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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를 찾는 좌선수행을 할 때는 자세를 바르게 해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사진은 진제 스님의 좌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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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쉽지는 않습니다만, 얼마나 굳은 발심을 하고 그 초발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수행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출가자 못지 않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나라는 참 존재를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참나를 찾는 길을 가지 않고는 결정코 행복이, 진정한 웰빙이 있을 수 없습니다. 참나를 깨달아야만 어떤 갈등이나 흔들림도 영원히 없는 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 산승의 말이 결코 헛된 말이 아니라고 보면 됩니다."
태어나기 전 '나'의 본래모습은 무엇인가 이것을 의심하라
그 의심을 이어가면 번뇌가 없어지고 만복의 근원인 지혜가 생겨난다
-참나를 완전히 깨닫는 것은 참으로 드문 것으로 아는데, 깨달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웰빙하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참나를 찾는 것은 내면세계를 닦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참나를 찾는 수행을 꾸준히 하다보면 내면의 힘이 길러져 차츰 여러가지 마음의 갈등이나 공포, 불안 등이 사라져 갑니다. 그러면 일상생활이 항상 즐겁고 어떤 상황을 당해도 흔들리지 않고 본마음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요즘 웰빙 경향이 개인적 웰빙을 추구하는데만 치중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 웰빙만 추구하는 것은 허구적 웰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표면적·일시적으로 만족감을 느낄지는 몰라도 진정한 웰빙과는 거리가 멀지요. 선수행을 꾸준히 하다보면 청정한 마음이 차츰 드러나면서 항상 즐거운 것은 물론 나와 너가 없이 모든 생명과 함께 서로 나누며 즐겁게 살아가는 힘이 길러지게 됩니다. 그런 바탕 없이 맹목적으로 세속적 웰빙을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진정한 웰빙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길입니다. 새해도 맞이했으니 참된 웰빙을 위해 아무쪼록 참나를 찾는 수행을 열심히 하면서 세속적 웰빙도 곁들여 나가기를 바랍니다."
◇ 진제스님의 참선법
좌선법 익힌후 화두에 집중 꾸준히 반복하면 깨달음 얻을 수 있어
'참나'를 찾겠다는 발심(發心)을 하면 앉아서 수행하는 좌선법부터 익혀 참선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좌선을 할 때는 올바른 자세가 돼야 몸뚱이에 신경을 쓰지 않고 화두를 드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자세는 가부좌나 반가부좌로 편안히 앉아 허리와 어깨를 편다. 양손을 포개 얹고 엄지는 맞닿게 한 뒤 아랫배에 붙인다. 그리고 시선은 2m 앞에 편안하게 둔다. 눈을 감지 말고 자연스럽게 뜨고 화두만 챙긴다. 자세가 바르지 못한 상태에서 억지로 화두를 들면 열기가 머리로 올라가는 상기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자세를 바르게 한 뒤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던가(父母未生前 本來面目)'라는 화두를 의심해 간다. 화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화두가 좋다. 이 화두를 지어가다 망상이 일어나고 잠이 온다든가 하면 다시 화두를 또렷하게 챙긴다. 그렇게 반복하며 꾸준히 수행하다보면 화두가 끊기지 않고 30분이나 1~2시간 흐르게 되는 때가 온다. 이런 경지가 쉽게 오지는 않는다.
좌선할 때는 물론이고, 먹고 이야기하고 일하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화두를 챙기는 수행을 하다보면, 언젠가 화두 의심이 시냇물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경지가 온다. 이 때가 되면 마음이 항시 편안하고 맑아진다. 그런 상태에서 더욱 정진하다보면 어떤 계기에 모든 번뇌가 사라지면서 참나를 깨달아 대자유인이 되는 순간을 맞게 된다. 목숨을 다해서라도 도를 깨달아야 하겠다는 간절한 발심을 하고 수행을 하는 사람만이 그 맛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