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동전 하나로 1960년대엔 큰 성냥 한 갑이나 라면·달걀 한 개를, 70년대엔 화랑담배 한 갑이나 라면땅 과자 한 봉지를 살 수 있었다. 80년대에는 공중전화를 걸 수 있었고, 90년대엔 풍선껌 하나를 샀다.
지금은 10원으로 살 수 있는 게 없다. 대신 인터넷엔 실생활 속 10원 동전 활용법이 넘쳐난다. 꽃병에 넣어 물 썩는 걸 막고, 싱크대 배수구에 넣어 악취를 없애며, 컴퓨터 모니터 옆면에 붙여 전자파를 차단한다….
▶10원 동전의 항균·탈취(脫臭) 효능은 과학자들도 인정한다. 구리 성분 덕분이다. 1966년 처음 나온 10원 동전의 성분 비율은 구리 88, 아연 12였다. 그러다 구리값이 너무 오르자 70년부터 구리 성분이 65로 줄었다.
2000년대 들어 원자재값이 폭등하면서는 10원 동전 하나에 재료비만 30~40원이 들어갔다. 한국은행은 2006년 아예 동전 무게를 4분의 1로 줄여 재료비를 6원쯤으로 낮춘 새 동전을 만들었다.
▶엊그제 경찰이 2006년 이전에 나온 10원 동전 5000여만개를 녹여 14㎏짜리 구리 괴(塊) 1만4000개를 만들어 판 일당을 붙잡았다.
이들은 은행과 수퍼마켓 등에서 지난 5개월 동안 동전을 모았다고 한다. 동전 한 개에 평균 3g쯤 든 구리를 녹여내는 데 들인 '투자비용'은 5억여원. 그렇게 해 7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한국은행법은 동전이든 지폐든 "법화(法貨)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값이 몇백원이든 몇억원이든 10원 동전만으로도 얼마든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10원도 엄연히 돈인 것이다.
어른들이 용돈 보채는 자식들에게 흔히 "땅 파 봐라, 10원짜리 하나 나오나"라고 말한다. 10원 동전 하나의 물질적 가치는 별것 아니어도 10원이라도 벌기 위한 노동의 가치는 소중하다는 뜻일 것이다.
기발한 '동전 녹여 팔기'도 쉽게 벌고 쉽게 살려는 세태가 낳은 블랙코미디다. ▣10/19일자조선일보에서